◇발걸음 돌리려니 파도가 손짓하고…
바다를 배경으로 하여 도드라진 모습을 띠고 있다고 해서 도들오름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도두봉. 제주시 도두 1동 산 1번지 해안에 접하고 있는 오름으로 높이가 65.3m이다.
2∼3년전만해도 접근하기가 어려웠지만 오름 기슭 가까이에 해안도로가 개설된 이후에는 시민들의 운동코스나 쉼터로 가까워졌다. 5분만에 오른 오름 정상은 평평한 공간이었는데 주변 시야가 그처럼 확트일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다.
맑은 날이라 한라산이 가까이서 웅장한 자태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좌우로 산맥이 힘차게 뻗어내려옴이 감탄을 자아낸다. 시가지서 낮게 보이던 민오름이 제주국제공항 활주로를 건너서 더욱 높게만 보이고 연동의 남조순오름, 광이오름, 염통뫼, 그 위로 거친오름, 노루생이 어승생악이 뚜렷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으니 관산(觀山)의 감동이 저절로 일어난다. 이 오름의 정상은 제주성 서쪽에 가장 가까이 있는 봉수로, 도원(島圓)봉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한라일보사 유적지표석세우기추진위원회가 2001년에 세운 표석이 이를 설명하고 있다.
반대쪽으로는 짙푸른 바다가 가슴 가득히 다가온다. 발밑에 전경초소가 자리잡고 있고, 해안에는 물속에 잠긴 기암괴석이 아기자기한 맛을 더한다. 요배기물 요배기왓이 이 곳에 있다. 그리고 이쪽에 해식동굴이 있어 굿소리가 자주 들린다고 한다.
동쪽으로는 용담 어영마을까지 이어진 해안도로가 나 있고, 도로변에는 현대식 민박촌과 레스토랑 등이 즐비하게 들어서고 있다. 서쪽에는 등대가 아름다운 도두내항과 외항, 그리고 도두마을이 그림같이 자리잡고 있고, 이호해수욕장까지 새로 생겨난 해안도로변의 매끄러운 해안 풍치도 새로운 볼거리가 되고 있었다.
날로 팽창하는 제주시내 해안가에 도두봉이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동쪽에 사라봉이 있다면 서쪽에 도두봉이 있어 대칭적이기도 하다.
도두봉 초입에는 관음정사라는 절이 있는데 사찰 처마 안의 단청색깔이 눈에 확 띌정도로 화려하다. 그리고 몇 발자국을 더 내디디면 오른쪽에 마을과 주민들의 무사안녕을 위해 제를 올리는 포제단이 있고, 서쪽에는 도두리 본향당인 도들허릿당이 위치해 있다. 오름의 양지바른 남사면에는 소나무 숲이 바람을 막아 자그마한 무덤들이 즐비하다. 또하나 재미있는 이야기는 이 오름에 금이 묻혀있다는 것이다. 몇 년전만해도 여기서 나는 사금 비슷한 물질이 교통사고 등으로 뼈를 다친 사람들에게 특효약으로 쓰여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