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즈오카 시미즈 하라지구에서는 주생산품인 감귤농업을 살리기 위한 구조개선작업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사진=김명선기자 mskim@hallailbo.co.kr
높은 경비 투입 타이벡 설치… 효율성 높여
철저한 공동선과·출하 통해 가격경쟁력 갖춰
한라봉·춘견 등 신품종으로 감귤위기 막아
일본 시즈오카(靜岡) 시미즈(淸水)시 하라(原)지구는 주생산품인 감귤농업을 살리기 위한 구조개선작업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39억엔을 투자, 지자체와 지역 농협 등이 함께 주체가 돼 점유율 80%의 경사지를 평탄화하는 이 작업은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1989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우량농지를 확보하겠다는 일본정부의 의지도 엿볼수 있다.
최근 이곳을 방문했던 뉴욕 타임즈 기자는 전세계에서 가장 좋은 그리고 가장 비싼 감귤원이 될 것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시미즈시 농협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와 지자체 등의 의도에 맞춰 이곳 농가들도 스스로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 몸소 실천해 나가고 있다.
농가들은 3백평당 20만엔이 소요되는 높은 경비에도 불구, 타이벡을 깔아 감귤의 당도는 높이는 등 농사의 효율성을 기하고 있다. 심지어는 구조개선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야산의 경사지에도 감귤이 있는 곳이라면 타이벡을 깔아둘 정도.
이는 철저하게 공공시설 투자를 제외하고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선 국가자금을 투입하지 않는 일본정부의 투자정책이 스스로 변해야 산다는 농가들의 의식변화를 불러 일으킨 것이다. 제주의 경우처럼 지자체 예산을 투입해 개인을 위한 타이벡 시설을 일정부분 지원해주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감귤나무 가지가 제주도와는 달리 위로 향한 것이 아니라 양 옆으로 퍼져 있거나 땅으로 기울여져 있다는 것.
동행 취재한 허인옥 제주대 명예교수는 “감귤가지가 하늘로 향해 곳곳에 감귤이 달릴 경우 과실마다 크기와 당도차이가 크게 난다”며 “이곳처럼 가지치기를 했을 때는 한 나무에 달린 감귤의 크기와 당도가 거의 일치하고 대부분이 상품화된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우선 가지치기만이라도 제주농가들이 이곳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곳 농가들은 매년 전체 감귤나무의 3분의 1가량을 어린나무로 갱신해 산지를 젊게 만들고 있다.
허 교수는 “자생력을 갖추려는 이곳 농가들의 정신과 전략을 아주 높게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방풍림도 단연 눈에 띈다. 감귤품질 향상의 열쇠는 충분한 일조량과 수분차단에 있기 때문에 이곳 농가들은 한결같이 나무간 거리를 충분히 둠은 물론 방풍림을 아예 베어버리거나 높이를 아주 낮게 함으로써 감귤나무에 드는 햇볕을 막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 이 역시 방풍수가 무분별하게 감귤원을 둘러싸 품질의 저하를 낳고 있는 제주지역의 실정과는 천양지차다.
이곳의 경쟁력을 공동선과와 출하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시미즈시 농협 마루야마(丸山) 과장은 “상품의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파느냐”라며 “철저한 공동선과와 출하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아오시마 품종 주산지(99%)이며 나머지를 한라봉과 춘견, 조생 등의 신품종으로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는 하라지구. 일본에서도 감귤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그 회오리는 이곳을 비껴나가고 있는 듯 보였다.
/특별취재팀=한승철 기획부장·부정호 경제부 기자·김명선 사진부 기자
[인터뷰]“가지 눕혀 키워야 당도·크기 일정”
시미즈 독농가 모찌스키씨
하라(原)지구 한 감귤원에서 만난 모찌스키(望月·69)씨는 대를 이어 이곳의 주품종인 아오시마(靑島)를 재배하고 있다.
4천5백평 가량의 감귤원에 들어서자 제일먼저 눈에 띈 게 바닥에 깔려있는 타이벡. 모찌스키씨는 “타이벡을 깔기 위해선 3백평당 20만엔이 소요되는 금액이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당도를 높이고 친환경적으로 감귤을 키우기에는 이만한 게 없다”며 “부부가 전체 감귤원을 관리하는 상황에선 더없이 필요한 시설”이라고 말했다.
제주의 감귤나무와는 달리 나뭇가지가 하늘로 향하지 않고 바닥이나 옆으로 향한 이유에 대해서도 모찌스키씨는 “그동안의 노하우로 봤을 때 하늘로 향한 나무에 달린 과실은 당도차이가 컸고 비상품이 많이 달렸다”며 “그러나 가지를 눕혀서 키우자 당도와 크기가 거의 일치하는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농가 스스로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이들 부부가 거둬들인 소득은 1천5백만엔. 모찌스키씨는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 나가며 전업농으로서 고부부가치를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