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 에히메현 감귤신품종육성센터가 개발한 대표적인 감귤 신품종들. 이중 ‘마리히메’는 에히메감귤산업의 차세대품종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진=김명선기자 mskim@hallailbo.co.kr
日 끈질긴 연구·집념 매년 신품종 결실
제주 생명산업 불구 품종 육성 겉돌아
감귤산업이 제주지역의 생명산업이라 불리면서도 지금까지 제대로 된 신품종 육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10년 넘게 감귤연구소가 신품종 개발에 도전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조직자체가 없어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 60년대 이후 지금까지 감귤명산지로 자리매김하면서도 미래를 대비한 신품종 육성이 안 되고 있는 것은 제주감귤산업의 후진적인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일본 에히메(愛媛)현의 경우 1년에 1∼2개씩 신품종감귤을 개발하고 있어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본보 ‘업그레이드 제주농업’ 특별취재팀은 일본 시코쿠(四國)섬에 있는 에히메(愛媛)현 감귤 신품종 육성센터를 방문해 감귤 육종 실태를 취재했다.
취재팀이 찾은 곳은 JA전농(全農)에히메본부가 지난 1972년부터 운영해 온 감귤신품종육성센터. 에히메현에는 이 센터 외에도 과수 품종을 연구하는 과수시험장이 4곳이나 더 있었다.
▲마츠시마시 외곽에 있는 개인소유의 육묘장에서 농가에 보급한 묘목이 대량 생산되고 있다.
마츠야마(松山)시 외곽에 위치한 이곳 신품종육성센터는 3천여 평의 다소 면적이 작은 시험포 규모였지만 그 명성은 대단했다. 전담직원 2명의 남다른 집념과 노하우로 매년 새로운 감귤품종을 육성 개발하다보니, 수많은 국내외 육종전문가들이 센터를 방문하고 있었다.
취재팀은 실질적으로 센터를 핵심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마에다(前中 美久雄·60)씨의 설명 청취는 물론 그 동안 육성한 여러 가지 신품종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국립·현립 시험장들이 기술 연구에 치중하지만 이 육성센터는 시험포로서 농가에 보급할 신품종을 생산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에히메현에 가장 적합한 우량신품종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4백50여개의 감귤 품종을 수집해놓은 가운데 유전자 구성이 다른 두 개체를 교배시키는 교잡방식으로 신품종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교잡방식에 의해 발아한 부분을 대목에 고접을 하는 방식으로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한 고난도의 작업이다. 어떠한 품종이 나올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인데다, 좋은 품종이 되는 것은 천개 중에 하나 나올까 말까하기 때문이다.
# 집념과 노하우의 성과
그러나 에히메 농협에서 기술지도를 담당해왔던 마에다씨의 끈질긴 연구와 집념이 결실을 얻어 최근 매년 신품종을 개발해내고 있었는데, 특히 지난해에는 에히메 감귤산업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마리히메’를 신품종으로 등록했다.
마에다씨는 “신품종이 나오면 적응 실험을 거친 뒤 일본종묘협회에 등록한 뒤 육묘업체에 맡겨 묘목을 생산하고 있다”면서 “현재 9백개 정도 교접을 실시한 뒤 우량 신품종이 나오는 지를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지속적인 농업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을 가미한 신품종 육성에 남다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 곳 ㄴ에히메 농협 시험포의 성과는 일본 전체의 과학기술의 수준을 대변함과 동시에 지역감귤산업의 발전에 도움을 주기 위해 헌신해온 한 전문가의 위대한 힘을 느끼도록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또 하나, 에히메 마츠야마(松山)시내에서 우연히 수집한 나가지마(中島)의 감귤소식 팸플릿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혼슈(本州)와 시코쿠(四國)섬 사이 세토(瀨戶)내해에 떠 있는 에히메현의 나가지마(中島)의 경우 감귤명산지답게 이요깡, 레몬, 데꼬봉, 청견(淸見),온주밀감, 하루미(靑見), 천초(天草), 하루카, 네블 가라미깡 등 다양한 품종의 감귤소식을 팸플릿을 통해 홍보하고 있었다.
#육종연구소 설립 시급
제주 최고의 감귤이라는 한라봉은 일본에 들여온 품종이다. 일본 농림수산성과수시험장에서 1972년에 청견(淸見)에 폰칸(中野)을 교배하여 육성한 만다린계의 교잡종인 것이다.
제주의 경우 감귤산업을 생명산업이라고 외치면서도 미래를 대비한 신품종 육성 등의 정책은 소홀히 해온 것이 사실.
문제는 앞으로 감귤 등이 품종보호대상으로 포함되고 있는데다 신품종 육성기술 반출에 대한 국익적 차원의 감시도 강화되고 있어 일본에서의 신품종 도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신품종 육성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숱하게 제기된 이후 지난해부터 돌연변이를 이용한 육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향후 신품종 개발을 위한 몸부림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없다.
궁극적으로 이 분야 전문가를 초빙함은 물론 과거에 있었던 제주감귤연구소 기능을 담당하는 감귤육종연구소 설립이야말로 미래제주 감귤산업의 핵심이다. 그리고 제주감귤산업의 획기적인 업그레이드를 창출할 수 있는 소비자가 원하는 신품종 개발을 위해 지속적으로 예산배정하는 등 정책의 일관성이 크게 요구되고 있다.
동행 취재한 허인옥 제주대 명예교수는 “새로운 신품종 개발은 다양한 소비자가 원하는 품종을 얻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오렌지 수입을 막을 수 있는 등 경쟁력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한승철·부정호·김명선기자
[인터뷰]에히메 육종개발 ‘베테랑’ 마에다씨
“과잉생산·가격폭락 막아”
▲마에다씨는 정년퇴임후에도 지역감귤의 경쟁력을 위해 신품종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JA전농 에히메육종개발담당 주간’이라는 명함을 가진 마에다씨(前中 美久雄60).
육종연구 20년 만에 에히메 특산감귤 이요깡을 이을 차세대 ‘마리히메’ 품종을 개발해낸 장본인이다. 남감(南柑)20호에 후렌치품종을 교배시켜 만들어 낸 마리히메는 당도가 13.1브릭스, 구엔산 1.0%정도로 확실히 새로운 품종으로 지난 3월 신품종으로 등록됐다. 지금 에히메 농가에 6백헥타 보급됐으며, 에히메 감귤산업의 새로운 신기원을 쓸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마에다씨는 에히메농협의 생산지도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이었는데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구사하여 휴일을 이용해 독자적인 육종연구에 몰두해왔다고 한다. 마에다씨가 개발해낸 품종은 하스히메, 에히메스키, 아이산 등 모두 4개로, 일본 감귤육종 대가의 이름을 딴 다카하시상을 지난해 받았으며, 올해는 에히메신문사가 주최한 기술개발상을 수상했다. 지금은 정년퇴임 후 촉탁직원으로서 신품종 육성 시험포장을 지키고 있는 집념의 소유자였다.
마에다씨는 “지난 70년대 일본감귤이 과잉생산으로 가격폭락을 겪게 되자, 새로운 품종개발이 살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이후 지금껏 육종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