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독일 꺾고 결승 진출

이탈리아, 독일 꺾고 결승 진출
  • 입력 : 2006. 07.05(수) 08:27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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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리군단' 이탈리아가 '전차군단' 독일을 극적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아주리군단' 이탈리아가 '전차군단' 독일을 극적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이끄는 이탈리아는 5일(이하 한국시간) 도르트문트 베스트팔렌 슈타디온에서 열린 2006 독일월드컵축구 준결승에서 연장 후반 14분 터진 파비오 그로소의 결승골과 1분 뒤 알레산드로 델피에로의 추가골로 개최국 독일을 2-0으로 제압했다.

이탈리아는 6일 포르투갈-프랑스전 승자와 오는 10일 오전 3시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대망의 우승을 다툰다. 이탈리아는 1982년 스페인월드컵 이후 24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다.

전.후반과 연장을 합친 120분의 혈투는 마지막 '기적의 1분'에 승부가 갈렸다.

역대 전적에서 13승8무7패로 앞서고 월드컵 본선에서 2승2무로 우위를 점했던 이탈리아는 역시 독일의 '천적'이었다.

반면 '도르트문트의 14경기 불패 신화'를 믿고 결승행을 자신했던 독일은 마지막 순간 뒷문단속에 실패하며 무너졌다.

'11m 룰렛 게임' 승부차기로 갈 것 같은 분위기에서 극적인 선제 결승골과 추가골이 터졌다.

주인공은 수비수 그로스와 연장전에 교체 투입된 백전노장 델피에로였다.

왼쪽 윙백 그로소는 경기가 득점없이 끝날 것 같던 연장 후반 14분 공격에 가세해 안드레아 피를로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찔러준 전진패스를 받자마자 왼쪽으로 몸을 틀어 반대쪽 골문을 겨냥했다.

그로소의 왼발 터닝슛은 키 높이로 날아들어 굳게 잠겨있던 전차군단 골문 왼쪽 구석을 정확히 꿰뚫었다.

독일이 선제골을 얻어맞고 넋이 빠진 사이 델피에로가 마무리 펀치를 날렸다.

델피에로는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문전으로 대시하며 그림같은 오른발 인사이드슛으로 네트를 흔들었다.

그로소와 델피에로의 연속 득점에 철벽 방어를 자랑하던 독일 골키퍼 옌스 레만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독일은 득점 선두 미로슬라프 클로제와 신인상 후보 루카스 포돌스키를 투톱으로, 미하엘 발라크를 중원사령관으로 놓고 난투극 징계로 빠진 토르스텐 프링스 대신 제바스티안 켈을 투입해 그라운드에 나섰다.

이탈리아는 세리에A 득점왕 루카 토니를 최일선에 배치한 뒤 프란체스코 토티가 뒤를 받치고 피를로가 공격 흐름을 조율했다.

전차군단의 화력과 아주리군단 빗장수비의 대결로 예상됐지만 전반에는 이탈리아가 중원을 장악한 뒤 공세를 주도했다.

전반 4분 토티의 기습 프리킥으로 포문을 연 이탈리아는 16분 시모네 페로타가 레만과 1대1로 맞섰고 31분 오른쪽을 허문 파비오 그로소의 돌파로 토니를 겨냥했지만 독일 수비진의 육탄 방어에 막혔다.

이탈리아는 피를로가 잇따라 전진패스를 찔러줬지만 체격좋은 독일 중앙수비수 크리스토프 메첼더와 페어 메르테자커에게 번번이 차단됐다.

발라크와 포돌스키의 슛이 골문을 크게 벗어난 독일은 전반 34분 빈 공간을 본 클로제의 패스를 받은 베른트 슈나이더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노마크 찬스를 잡았지만 맘먹고 때린 슛이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전반에 유효슈팅이 없었던 독일은 후반 초반 클로제의 문전 돌파로 분위기를 탄 다음 18분 포돌스키가 골지역 오른쪽에서 왼발 터닝슛을 작렬했으나 이탈리아 수문장 잔루이지 부폰의 거미손 방어에 불발됐다.

독일은 후반 중반 바스티안 슈바인스타이거, 다비트 오동코어를, 이탈리아는 알베르트 질라르디노, 빈첸초 이아퀸타를 투입해 결승골을 노렸지만 굳게 잠긴 양쪽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전.후반 90분 공방을 마치고 연장에 돌입하자 이탈리아가 파상 공세를 퍼부었다.

0-0 균형을 깰 득점이 나올 것 같았지만 골대가 두 번이나 아주리군단을 가로막았다.

이탈리아는 연장 전반 2분 오른쪽 엔드라인을 허물고 들어가 골지역 오른쪽에서 날린 질라르디노의 결정적인 왼발 터닝슛이 오른쪽 골포스트에 맞고 튀어나왔다.

1분 뒤 잔루카 참브로타가 페널티지역 오른쪽 외곽에서 때린 중거리슛은 골문 상단에 빨려들듯 날아가다 크로스바를 강하게 맞고 나갔다.

독일은 연장 전반 종료 직전 포돌스키가 오동코어의 크로스를 무인지경에서 머리에 맞췄지만 방향이 빗나갔다. 연장 후반 7분 포돌스키의 슛도 부폰의 감각적인 팔놀림에 막혔다.

이탈리아는 '골대의 저주'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 했지만 기어이 결승골을 뽑아냈다. 마지막 1분 그로소의 결승골이 터진 순간 압도적인 홈 팬들 사이에서 힘겹게 목청을 높이던 아주리 군단 서포터스들은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이어 델피에로의 추가골이 터지고 이탈리아가 감격에 젖은 순간 베니토 아르춘디아 주심은 지체없이 종료 휘슬을 불어 아주리 군단의 결승행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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