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뚝방전설
  • 입력 : 2006. 09.09(토) 00:00
  • /문미숙기자 msmoo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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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청춘의 추억이여!

 10대 학창시절은 누구에게나 되돌아보면 참 할 말 많은 화려한 시절이다. 7일 개봉된 ‘뚝방전설’은 10대 청년기를 지나 사회의 구성원으로 커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영화다. 조범구 감독의 충무로 데뷔작이기도 하다.

 영화는 ‘18대1’의 전설을 지닌 정권(박건형)과 한 방으로 3명을 때려잡는 성현(이천희), ‘구강액션의 달인’ 경로(MC몽) 등 ‘노터치파’ 3인방이 학군을 장악하고 뚝방을 접수하는 과정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졸업후 정권은 진짜 건달이 돼 ‘큰물에서 놀겠다’고 떠나면서 노터치파의 위세는 전설로만 존재하게 된다. 5년후 뒤늦은 경로는 공부로 방사선과 기사가 돼 항문외과에서 환자들의 엉덩이와 씨름하고 있고, 성현은 동네 주부들을 대상으로 노래교실 강사가 돼 있다. 평범하지만 지루한 일상을 사는 경로와 성현 앞에 정권이 다시 나타나면서 조용한 마을에 파장이 일어난다.

 정권의 등장으로 친구들은 다시 활기를 찾지만 정권이 잠시 들어갔던 조직의 중간보스였던 치수(유지태)가 재개발사업을 따내기 위해 이 동네로 들어오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은 더 번져간다. 정권 일당은 그 시절 전설을 되살리고픈 바람이 있지만 뚝방은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야말로 성현의 말대로 ‘전설이 사라지고 나면, 추억 하나 없이 서른 언저리로 가야 하는’ 처지다.

 영화는 사기에 넘쳐 주먹 하나로 세상을 평정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10대 청년들이 서서히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잡아가는 과정을 코믹과 액션, 드라마를 적절히 섞어낸다. ‘18대1’로 싸우던 그 시절은 한낱 과거의 영광이고 추억일 뿐, ‘1대1’로도 대적이 안될 정도로 왜소해져버린 현실을 대비시킨다. 그래서 결말은 해피 엔딩이 아니라 암울하다.

 낭만을 간직한 건달 나상춘 역의 오달수, ‘물레방아파’의 창시자이면서 허풍 백단의 유씨 역의 임현식은 애드리브와 코믹연기의 대가임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철없는 동생들의 누나 심정순역을 맡은 조미령 역시 푼수같지만 가슴은 따뜻한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내 영화의 재미를 더했다. 18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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