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쓰게마씨](3)뚜럼 부라더스

[제주어 쓰게마씨](3)뚜럼 부라더스
'이녁 가슴에' 제주어로 부른 노래를
  • 입력 : 2008. 01.31(목)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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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 노래를 그대 가슴에' 전하는 '제주어 지킴이' 뚜럼 부라더스가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김도형·송낙화·박순동씨. /사진=강경민기자

제주어 표기법 연연하기 보다는 자주 쓰는 게 중요
3월쯤 음반…노랫말 등 담은 제주어 그림책 작업도



"이녁 가슴 쏘곱엔/ 고운 꽃덜이 만발헌(ㅎ+아래아 ·+ㄴ) 생이라/ 영 골(ㄱ+아래아 ·+ㄹ)아도 빙세기 웃곡/ 정 골(ㄱ+아래아 ·+ㄹ)아도 빙세기 웃곡//이녁 가슴 쏘곱엔/ 황소 혼(ㅎ+아래아 ·+ㄴ) 마리 들어앉은 생이라/ 영 골(ㄱ+아래아 ·+ㄹ)아도 속솜/ 정 골(ㄱ+아래아 ·+ㄹ)아도 속솜"

지난 23일 제주시 아라동에 있는 '아라블루스 콘서트홀'. 슬레이트 집 내부를 소극장으로 꾸며놓은 이곳에 흥겨운 노랫소리가 퍼졌다. 황금녀씨의 시를 노랫말로 한 '이녁 가슴 쏘곱엔'(그대 가슴 속에는). '제주어 지킴이'인 '뚜럼 부라더스'(cafe.daum.net/ddurumbr)가 봄날 선보일 예정인 음반에 담길 곡이라며 미리 들려줬다. 기타 반주가 곁들여졌지만 '덩실덩실' 우리 가락의 느낌이 입혀진 곡이었다.

뚜럼은 바보같은 사람을 뜻하는 말. 2001년 테러제이가 제주시청 일대에서 펼친 제주문화 살리기 운동이 뚜럼 부라더스를 낳았다. 공연팀에 참여했던 박순동씨(36)가 그 행사에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경험을 했던 것이다.

"제주 문화를 살리겠다고 주말마다 노래 공연을 하고 있는 데 어느 날 안치환 노래를 부르고 있는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된 거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 때부터 제주어를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주어로 노랫말을 쓰고 곡을 만들어 나갔다."

굿거리 가락이 묻어나는 '뚜럼'을 첫 곡으로 '몽생이의 꿈', '할머니의 4·3 이야기', '사는 게 뭣산디'등 제주어 노래만 20곡을 내놓았다. 거친 화산섬에서 바람과 싸우며 살았던 섬 사람들의 생애 때문일까. 한이 서린 듯한 우리 가락과 제주어는 곧잘 어울렸다. 뚜럼 부라더스의 노래가 대개 국악 리듬을 타고 있는 것도 그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의 무대를 지켜본 관객들의 반응은 두 편으로 갈렸다. '왜 저런 노래를 하느냐'와 '너무 재밌다'. 낯섦과 호기심이 오가는 속에 1주일에 두세차례 여기저기서 이들을 불렀다. 결성되던 해부터 지금까지 줄잡아 5백회 넘게 공연을 벌였다.

뚜럼 부라더스는 모두 3명. 기타와 보컬을 맡은 박순동씨가 결성 이후 줄곧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김도형(35·기타)·송낙화씨(45·퍼커션)가 '뚜럼'형제로 합류했다. 김씨와 송씨 두 사람은 '육지'가 고향이라 간혹 노랫말을 듣고 갸우뚱하기도 한다. "얼핏 딴나라 말 같기도"(송낙화)하지만 "제주에 살면서 인생에 꽃이 피었다"(김도형)고 여기는 터라 제주어 노래와 함께하는 무대가 행복하다.

이즈막에 이들은 3월쯤 음반을 내놓을 생각으로 녹음 작업이 한창이다. 뚜럼 부라더스가 만들거나 토박이 시인의 시를 노랫말로 한 제주어 노래가 담긴다. 돌하르방 같은 느낌의 음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음반 제작을 통한 수익은 다시 제주어를 살리는 일에 쓰여진다. 젊은 작가 강복선씨와 함께 진행중인 그림책 작업은 그중 하나다. 뚜럼 부라더스의 노랫말 등을 그림책에 담아 아이들이 제주어를 친근하게 만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뜻이 모아져 제작이 추진되고 있다.

"삶 속에서 제주어 살리기가 펼쳐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신문, 방송, 거리의 현수막 같은 데서 제주어가 자주 나와야 한다. 제주어 표기법에 연연하기 보다 소리나는 대로 쓰면 좀 어떤가. 맞고 틀리고 보다 제주어를 자주 쓰는 게 중요하다. 자꾸 쓰면서 틀린 것을 고쳐가고 잘못된 것을 알아가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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