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제주지원은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이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확산되자 지난 4월30일 생산자단체, 소비자단체 등으로 원산지 합동단속반을 구성,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단속활동에 들어갔다. /사진=한라일보 DB
가격차 노려 한우로 속여 팔 가능성 높아져위탁급식 청소년 美쇠고기 '단골손님'우려도민·시민사회단체 감시자 역할 적극 나서야
미국산 쇠고기의 본격적인 유통을 앞두고 쇠고기 취급 음식점과 식육판매업소에 대한 원산지 단속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 수입조건이 이전보다 대폭 완화되면서 육안으로 원산지 확인이 어려운 갈비와 내장까지 반입될 예정인데다 미국산과 한우 쇠고기와의 가격차로 인한 둔갑판매 성행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음식점 원산지 표시 확대=지금까지 구이용 쇠고기에 한해 3백㎡(90평) 이상의 음식점에 대해서만 원산지표시를 의무화하던 것을 오는 22일부터는 영업장 면적에 관계없이 모든 음식점과 위탁급식업소, 50명 이상의 집단급식소(학교·병원·기업체)로까지 확대된다.
또 음식점에서의 원산지표시 단속도 지금까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지방자치단체만이 추진해 왔으나 앞으로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도 단독으로 가능하게 된다.
법 시행은 쇠고기는 시행령 공포시부터, 돼고기와 닭고기 등은 오는 12월22일부터 의무적으로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한편 쌀과 김치류는 1백㎡(30평) 이상의 중대형 음식점을 대상으로 쌀은 오는 22일부터, 김치류는 12월22일부터 원산지표시가 의무화된다.
▶단속의 한계=정부가 원산지 표시 단속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단속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원산지 단속권한이 있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특별사법경찰관 인원이 4백명에서 1천명으로 2.5배 증가한 반면 단속대상 음식점은 1만3천여곳에서 64만3천여곳으로 50배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원료 구매처가 불분명하거나 수시로 바뀌는 소규모 식당과 가공업체, 한우와 수입 쇠고기를 섞어 파는 음식점 등은 단속의 취약지대로 꼽히고 있다.
사정은 제주지역도 마찬가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제주지원은 특별사법경찰을 7명에서 앞으로 26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단속대상은 7백71곳(식육관련업체 7백28곳, 3백㎡ 이상 43곳)에서 1만2백곳(일반음식점 8천4백22곳, 휴게음식점 1천2백64곳, 집단급식소 4백86곳, 위탁급식영업 28곳)으로 늘어났다.
단속인력은 3.7배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단속대상은 무려 13.2배가 늘어나 단속의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그나마 특별사법경찰과 생산·소비자단체까지 단속활동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초기인 6~8월 특별단속기간에만 한시적으로 가동될 뿐 그 이후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단속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음식점이 도내 전체 음식점의 70%가 넘는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농관원제주지원의 인력만으로 모두 단속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원산지 허위표시 여전=농관원 제주지원이 올들어 5월까지 음식점 원산지표시를 단속한 결과 허위표시 17건, 미표시 31건 등 모두 48건이 적발됐다.
이같은 적발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7건에 비해 7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허위표시에는 쇠고기 2건, 돼지고기 3건이 포함됐고 미표시에도 쇠고기 5건과 돼지고기 8건이 들어있다. 지난해 같은기간에는 적발 건수가 전혀 없었던 것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허위·미표시 중에는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돼 전국적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을 때 적발된 사례도 있어 원산지표시에 대한 도민들의 의식도 달라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단속 사각지대=원산지표시 대상 가운데 집단급식소는 상시적으로 50인 이상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으로 규정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소규모 급식소는 제외됐다. 이로 인해 유치원 등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해 한우 등으로 속여 제공하더라도 단속할 근거가 없다. 6월 현재 도내 50인 미만 보육시설은 2백50곳으로 전체 보육시설 4백29곳의 58%를 차지하고 있다.
또 원산지표시 품목 가운데 반찬류, 국류 등은 제외돼 쇠고기 반찬이나 쇠고기 무국, 장조림 등은 한우를 사용했든 수입산을 사용했든 출처를 밝힐 의무가 없다.
저렴한 값에 집단급식이 이뤄지는 병원·학교·군부대 등은 미국 쇠고기의 주요 소비처가 될 것이 뻔하다. 1천원~2천5백원 남짓인 급식에서 한우를 쓰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수입 쇠고기를 주로 쓴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작년 1~7월 외부 업체를 통해 위탁급식을 하는 학교의 88.2%가 수입쇠고기를 사용했다. 전국적으로 초등학교에서는 직영급식 비율이 높았지만, 중·고등학교에선 위탁급식 비율이 80%를 훌쩍 넘었다. 결국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가장 먼저 미국산 쇠고기의 '단골손님'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처벌도 미약=음식점 안에서의 원산지표시 위반에 대한 처벌 수준이 같은 농산물이 유통단계에서 적발됐을 때와 비교할 때 절반 이하로 낮아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개정법에 따르면 음식점 안에서 원산지표시를 허위로 표시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음식점에 공급하기 전인 유통단계에서 농축산물의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적용한다. 동일한 법에서 똑같이 원산지표시를 위반해도 적발 단계에 따라 처벌 기준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해결과제=우선 원산지 표시 전면 확대에 따른 인력과 예산확보가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쇠고기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모면용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된다.
또 현장에서 단속 성과를 거두려면 수입 쇠고기와 한우를 판별할 수 있는 유전자검사 기술과 관련 장비를 신속히 도입해야 한다.
특히 단속 사각지대에 놓인 시설들에 대한 보완장치가 마련돼야 하고 양심적인 음식점이나 납품업자에게는 과감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일정기간 위법사실이 없을 경우 국세청의 성실납세자처럼 세금을 감면해 주거나 장기저리로 영업자금을 지원해주는 등 동기를 유발할 필요도 있다.
이와 함께 도민과 시민단체가 감시자가 돼 고기의 원산지를 메뉴판이나 식당입구에 제대로 표시했는지, 실제로 표시된 고기와 내온 고기가 똑같은 것인지 꼼꼼히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대용 기자 dyko@hallailbo.co.kr
[이렇게 대처하겠다]전담 특별사법경찰 대폭 확충
온 나라가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로 들썩이고 있다. 연일 촛불시위가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등 사태가 예사롭지 않다.
이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고, 국내 축산농가 보호 및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농산물품질관리법을 개정하고 하위법령 개정작업을 진행중에 있다.
이에 따라 기존 구이용 쇠고기에 한해 3백㎡ 이상 음식점에 대해서만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 하던 것을 음식점 영업장 면적에 관계없이 모든 음식점과 위탁급식업소, 집단급식소까지 확대된다.
또 지금까지는 음식점 원산지 표시 단속을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자치단체만이 추진해 왔으나 이번 법 개정으로 유통 전 단계에서 원산지 단속의 전문성과 전문인력을 가진 농관원이 주도적으로 단속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우리 농관원제주지원은 소비자와 농업인을 보호하기 위해 전담 특별사법경찰관 7명을 두고 농축산물의 원산지 표시 단속을 연중 추진하고 있다.
또 원산지표시 확대에 맞춰 단속 전담 특별사법경찰관을 26명으로 대폭 확대하고, 유전자 분석실을 설치하여 쌀과 쇠고기에 대한 유전자 분석 등 과학적 식별방법까지 활용하여 부정유통을 차단할 계획이다. 뿐만아니라 소비자·농업인 등으로 구성된 7백3명의 명예감시원이 제 역할을 할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교육 등에도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경제학 이론 중에 '협조적 게임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장기적인 관계에서 얻는 이익이 일회적인 관계에서 얻는 이익보다 크기 때문에 협력의 유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수리적으로 분석한 이론이다. 즉 판매하는 업자가 단기간 이익을 얻기 위하여 원산지를 속여 팔고, 이 때문에 원산지를 믿지 못하는 고객이 쇠고기 수요를 줄임으로써 양자 모두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러므로 판매하는 업자는 철저한 쇠고기 원산지 표시로 고객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여 수요를 증가시키고, 고객은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양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도민들도 원산지 확인을 생활화 하여 우리의 식탁은 우리 스스로가 지켜 나감으로써 이 어려운 시기를 잘 이용하여 화(禍)가 복(福)이 되는 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
<이창보 운영지원과장·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제주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