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 알뜨르비행장 격납고(왼쪽)와 고치해군항공대에 남아있는 격납고가 아주 유사하다. 고치해군항공대 격납고는 수로와 농로를 관통하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일명 '빨간잠자리' 연습기가 자살공격대로강제연행 조선인 등 동원해 격납고 구축격납고 내부서 평화콘서트 등 활용방안 모색
○… 본보 특별취재팀은 지난 6월8일부터 13일까지 태평양전쟁 시기 제주도 일본군 군사시설과 일본토를 비교하기 위한 현지 취재에 나섰다. 2005년 11월에 이어 두 번째인 이번 해외 취재는 침략전쟁의 산물인 제주도 일제 군사시설의 역사적, 현재적 의미를 조명하고, 아픈 역사현장으로서 보존 활용방안 모색을 위해 마련됐다. 방문지인 시코쿠(四國)섬과 혼슈(本州), 규슈(九州) 등 일본 3개 섬은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결호작전' 지역이다.…○
제주도의 경우처럼 시코쿠섬 고치(高知)현은 태평양전쟁(1941년12월~1945년8월) 시기 일본군의 유력 상륙예상지점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일제는 일본토 사수를 위한 결호작전을 수행하면서 미군 등 연합군의 유력 상륙 예상지점을 9곳으로 설정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일본토 지역에서는 고치와 남규슈(南九州) 동쪽 서쪽 등 8곳이 포함됐다. 태평양을 접해있는 고치현 남부연안은 미군 상륙예상지로 예상돼 이를 저지하기 위한 제55군(시코쿠방위군)이 1945년6월 편성됐다. 일본토 이외의 지역에서는 제주도가 유일하게 연합군의 유력한 상륙예상지로 포함되고 있었다.
이를 보여주듯 고치현 일대에는 당시의 많은 전쟁유적이 남아있다. 이곳의 격납고(유개엄체호) 시설과 지하호 등은 제주도에 남아있는 태평양전쟁 당시의 일본군 군사시설과 아주 흡사하다.
고치현에서 취재팀이 찾은 곳은 고치해군항공대와 낭고쿠시(南國市) 진야마(陣山)지하호송신소 등이다.
고치해군항공대는 1944년 3월15일 정찰교육을 주 목적으로 해서 현재의 고치공항이 들어선 자리에 설립됐다. 고치공항의 전신인 것이다. 비행장 건설공사는 1942년부터 시작됐다고 알려진다. 원래는 정찰요원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됐으나, 태평양전쟁 말기에는 특공기지로 변모한다. 실제 이곳에서 1945년 5, 6월에 오키나와전에 출격 미군함정에 자살공격이 이뤄졌다.
현재 낭고쿠시에 남아있는 격납고는 모두 7기. 원래는 콘크리트로 만든 9기와 흙으로 만든 32기 등이 있었으나 7기만이 넓은 경작지에 남아있다. 이 격납고는 고치해군항공대의 비행기를 감추기 위해 만든 것이다. 여기에 배치됐던 비행기는 하얀 국화를 뜻하는 '시라기쿠', 즉 백국(白菊)이다. 백국은 1944년 3월 정찰원들의 항법 정찰 통신 사격 폭격 등의 현장훈련을 하는 기종으로 종전까지 사용됐다.
그러다 일본의 패전으로 기울던 1945년 3월 새롭게 '가미가제(神風)기쿠스이(菊水)부대 백국대'가 결성돼 연습기가 자살공격을 위한 특별공격대로 이용됐다.
격납고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높이 8.5m, 폭 44m, 안쪽 깊이 23m, 콘크리트 두께 50cm 규모를 보여준다. 이 격납고는 쌍발엔진폭격기를 감추기 위한 용도로 제주도 모슬포 알뜨르비행장 격납고에 비해 큰 규모다.
▲고치해군항공대에 남아있는 44m 길이의 격납고.
이 격납고는 지상부에 잔디가 덮여있어 뒤쪽에서 볼 경우 마치 작은 알오름을 연상시킬 정도다. 또한 격납고 내부로 도로와 수로가 관통하고 있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격납고는 흙을 쌓아올려 뒷부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즉 거푸집을 만들어서 시멘트와 자갈 및 철근을 한 것이 아니라 흙을 둥그렇게 쌓아올려 인근 주민과 학생을 동원, 밟도록 하면서 단단히 다진 후 종이를 덮고 그 위에 시멘트 등을 부어 만들었다는 것이다. 격납고 등 비행장 구축공사에는 한반도 출신 조선인 강제연행자들도 동원돼 노역에 시달렸다.
고치해군항공대의 격납고는 종전 61년만인 2006년 2월에 고치현 낭고쿠시교육위원회에 의해서 문화재로 지정됐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지역주민과 교육위원회에서는 격납고를 이용한 보존 활용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격납고 내부에서 평화콘서트 등을 개최하는 계획이 하나의 예다.
/특별취재팀=이윤형·표성준·이승철기자
[탐사 포커스]백국이란?
고치해군항공대에 배치됐던 기종은 '시라기쿠(白菊) 21형'(사진)이다. 이 기종은 전장이 10.24m, 전폭은 14.98m, 높이는 3.93m로 프로펠러는 목재로 돼 있었다. '시라기쿠'는 최대속도가 2백26km, 순항속도는 1백76km, 항속거리 6백40km로 평상시에는 5명이 탑승한다.
1인은 조종사, 1인은 교관, 나머지 3인은 훈련생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특별공격시에는 2백50kg의 폭탄 2개를 장착한 채 2명이 탑승, 자살공격을 감행한다. 실제 오키나와 전투에서는 가미가제(神風)특별공격대로 출격이 이뤄져 미군함정에 자살공격이 이뤄졌다.
이 연습기는 날개가 2장이었고 비행기 전체를 빨간색으로 칠해서 '빨간잠자리'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윤형기자 yh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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