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쓰게마씨](15)'제주말 큰사전' 엮은 송상조씨

[제주어 쓰게마씨](15)'제주말 큰사전' 엮은 송상조씨
제주말 수집 아직 끝난 게 아니다
  • 입력 : 2008. 07.17(목)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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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말 큰사전'을 엮어낸 송상조씨. 그가 들고 있는 자그마한 수첩에 삶의 현장에서 캐낸 제주말이 빼곡히 적혀있다. /사진=김명선기자 mskim@hallailbo.co.kr

땀밴 갈중이처럼 제주말에 섬의 숱한 사연
음운체계·문법현상 등 연구 게을리 말아야


"사전이 나온 뒤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잘잘못을 말해주는 분들이 있다. '요즘 잘 봠서'라는 말도 듣는다. 고마운 일이다. 사전이 세상 밖으로 나오고 보니 수정하고 싶은 곳이 많더라. 하지만 그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앞으로 5년후쯤 개정판을 내게 될 것 같다."

송상조씨(66·제주시 삼도1동)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진초록빛 수첩을 펴놓으며 그렇게 말했다. 얼마전 9백60쪽이 넘는 '제주말 큰사전'을 엮어낸(본보 3월 3일자 8면) 그이지만 제주말 수집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틈이 날 때마다 펜과 수첩을 들고 기약없이 길을 떠난다.

그에게 제주말은 어떤 것일까. '갈중이'에 땀이 밴 모습으로 뒹굴고 몸부림치며 뚜벅뚜벅 살아왔던 이 땅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언어다. 시대가 바뀌면서 자연어에 가까웠던 제주말이 하나둘 사라지기전에 그것들을 한데 모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제주말 사전으로 이어졌다.

'제주말 큰사전'은 어휘와 문법소로 크게 나뉜다. 어휘가 제주말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의 눈길을 끌만한 것이라면, 문법소는 제주말의 특성을 학문적으로 분석해놓았다. 자음별로 아래아가 들어간 어휘를 맨 앞에 올려놓은 점이나 제주섬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익은말에 주목한 것은 이 사전의 특징이다.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했던 그는 제주어 관련 논문을 몇차례 발표해왔다. 사전 발간을 처음 계획했던 게 십수년전. 제주말과 관련된 책이면 모조리 찾아 읽었고 남의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듣고 캐물으며 그것들을 컴퓨터에 하나하나 입력해나갔다.

그중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절차가 있다. 반드시 확인 과정을 거친다. 새로운 어휘를 '발견'했다 싶어 같은 동네에 사는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그런 말을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 나온 게 여럿 있어서다.

현장에 나서면 제주에서 잠자리를 부르는 또다른 이름인 '왕놈'을 새롭게 찾아낼 때처럼 마음이 벅찰 때가 있다. 반면 상여 꾸미는 것을 '상아장 틀다'고 하는 데, 그 과정에 등장하는 재료 등을 일컫는 제주말을 좀체 기억해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만난다. '모르커라', '잊어불언'같은 대답이 돌아오지 않길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진을 들고 다니면서 '이런 걸 뭐렌 헙니까'라고 묻곤 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게 어렵다. 오랫동안 안쓰니까 제주말을 차츰 잊어버리는 거다. "

송씨는 '제주말 큰사전'이 어쩌면 '고물창고'일 것이라고 했다. 오래된 물건을 모아놓았지만 고물을 요긴하게 쓰는 사람에겐 그것이 '보물창고'가 된다. 노동복 '갈중이'가 멋스런 옷으로 탈바꿈한 것은 디자인 개발 등 그만한 노력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제주말도 다르지 않다. 제주말이 다른 지역의 언어와 어떻게 다른지 들여다보고, 남다른 음운체계나 문법을 연구해야 한다.

제주어가 뜨는 이 시절에 별난 어휘를 골라내 그것이 제주말의 전부인 양 떠들기보다는 품위와 편리함, 아름다움이 깃든 일상의 언어들로 다름을 이야기했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기(응답에서 긍정을 나타내는 말로 '그래''정말'의 뜻)'처럼 무릎을 치게 만드는 제주말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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