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살거리볼거리 향토시장](2)서문시장

[먹거리살거리볼거리 향토시장](2)서문시장
상권 변화에다 급속한 인구이동으로 직격탄
  • 입력 : 2009. 04.01(수) 00:00
  • 김기현 기자 ghkim@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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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서문시장이 1990년대 급속한 인구이동과 대형마트 등장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상인교육을 통한 의식 변화를 통한 경쟁력 갖추기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80~90년대 관공서 옮기고 대형마트 등살로 직접적 영향
상인도 '변해야 산다'… 의식 전환·특화메뉴 개발 필요


서문공설시장은 여타 재래시장처럼 지난 80~90년대 급속한 인구이동과 대형마트 등장 등으로 시장환경이 변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전형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시대변화에 따라 주변 여러 공공기관의 이전과 인구이동 등으로 상권의 급속한 이동을 가져와 서문시장을 찾는 이용객이 날이 갈수록 한산해지는 모습이다.

서문시장은 한때 제주시 도두·외도·이호동 지역 고깃배들이 어획해 온 수산물들을 한데 모여 유통되던 시장이자 인근 학교 경찰 도·시청 공무원에서부터 회사원들의 먹거리 시장으로서 연일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면서 서부지역 중심 상권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지난 80년대와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여러 관공서와 학교, 회사 등이 일도지구나 신제주권 등으로 이전되면서 급속한 인구이동을 가져왔고, 여기에다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변화가 눈에 띄게 바뀌면서 서문공설시장은 혹독하게 시련기를 맞고 있다.

현재 서문공설시장은 지난 1997년 신축된 공설시장건물내에 한복점 식당 식품 야채 청과류 등을 하는 영업점포 85개소가 있고 건물바깥쪽에 위치한 개인점포 25개소가 영업중에 있다. 상인회측은 4월중 개인점포주를 대상으로 상인회 가입을 완료시켜 시장활성화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취재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한결같이 '사람구경'하기가 힘들다고 할 정도로 매기가 떨어진 시장현실에 한숨을 짓고 있었다. 수 년동안 이어져 온 단골손님들을 통해 간신히 영업을 유지하는 점포들이 대부분이었다.

김성원 서문시장 대표는 "정말 어려운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 점포 신용카드 사용 확대, 정기 상인교육, 부녀회 구성 등 여러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공설시장 건물을 증축해 복합건물로 활용하거나 시장 이벤트를 기획해 많은 사람들을 모으는 행사를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문시장은 전반적인 매출 급감에도 불구하고 일부 품목의 경우 예전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고추 정육점 순대집의 경우 여전히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40년째 고추가게를 운영하는 '서문고추' 박옥순(72)사장은 "오랜기간에 걸쳐 전국 각 지역에서 가장 품질좋은 고추만을 엄선해 팔다보니 단골 손님들이 꾸준하게 오는 것 같다"며 "한 분 한 분 찾아오는 손님마다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며 특유의 몸에 밴 겸손함을 보였다.

또 21년째 정육점을 하는 '한아름정육점' 장선희(48) 사장은 "남편 한훈규(50)씨가 축산물공판장 중매인으로 일하고 있어 최고 품질의 고기만을 공급받고 있고 가격도 항상 최저가를 고집하면서 단골이 계속 늘어나는 편"이라며 "비결은 거짓없이 장사하는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다. 특히 장씨는 서문시장의 '위기'에 대해 "상인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하고, 수산물 회센터나 육고기식당 등 특화된 메뉴를 시장내에 갖추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상인들간에 작은 것부터 상부상조하는 마음으로 메뉴를 개발, 선보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결국 서문시장은 경제침체에다 재래시장의 위기와 맞물려 큰 시련을 겪고 있지만 편리한 주차시설 및 시장 기반시설, 인근 삼도·용담동 주민수 등을 감안해 수산물이나 다양한 먹거리 등 특화된 메뉴로 새롭게 선보일때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문공실시장은]

서문공설시장은 지난 1954년 11월 문을 연 이후 제주도 서부지역을 담당하는 시장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당시 제주시 용담동 135-9번지 2696㎡의 부지에 개설, 212개 점포로 운영되면서 서부지역 대표 시장으로 도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지난 1960년대에는 현재 용담주유소 위치에 서부 시외버스터미널이 자리잡고 있었는데다 현 삼담파출소 남쪽과 적십자회관 일대 사이에 있던 민속오일장, 현 제주중학교 서쪽 일대의 일명 도깨비시장(현 동룡시장)이라는 반짝시장 등과 어울려 상당기간 활기찬 시장으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서부 시외버스터미널이 1967년 12월 광양 공용터미널로 신축, 이설되면서 서문시장 이용객이 차츰 줄어들기 시작했다.

또 서문공설시장의 대표적 고객인 제주대학교, 제주상고, 제주시청, 제주경찰서, 소방서, 법원, 검찰, 제주전문대학(현 제주산업정보대학), 전신전화국 등 학교와 관공서들이 대거 이전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현재 서문공설시장의 모습은 1998년 10월 21일 제주시에서 사업비 37억6800만원을 들여 현대화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이뤄졌다.

서문닭집 박종석씨 "가격인상 최소화 노력"

"재래시장 오시면 쫄깃쫄깃 튀김닭을 꼭 맛보세요. 튀김닭은 '약방에 감초'와 같지요."

서문공설시장에서 8년째 닭장사를 하는 서문닭집 박종석(66)씨는 튀김닭을 이처럼 홍보하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는 제주공항에서 정년퇴직한 후 40여년 역사를 가진 서문닭집을 인수, 8년째 장사하고 있다.

박씨는 "올해들어 식용유와 옥수수가루, 양념류 가격 등이 두 배 이상 오르면서 튀김닭 가격도 한 마리당 사상 최고가를 기록할 정도로 올랐다"며 "그럼에도 우리 시장 닭값은 최소 인상에 그쳐 현재 1마리당 1만1000~1만2000원 정도만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장사가 잘 되는게 소원이지만 그보다도 각종 원재료값이 오르지 않도록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에서 더 신경써 주었으면 좋겠다"고 상인으로서 현실적인 희망사항(?)을 내놓기도.

박씨는 또 "건강이 허락하는 한 닭장사는 계속 할 생각이다. 한 여름 뜨거운 가스불 곁에 있다보면 머리가 핑핑 돌 때도 있지만 많은 돈은 아니지만 작은 돈이라도 벌어 손자에게 용돈을 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나름의 서민 행복론을 펼쳤다.

특히 박씨는 서문시장의 미래와 관련 "이제는 앉아서 장사하던 시절은 지났다. 상인들도 변해야 한다. 그런만큼 상인들이 상인회를 중심으로 단합해 새로운 발전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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