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살거리볼거리 향토시장](8)서귀포향토오일시장

[먹거리살거리볼거리 향토시장](8)서귀포향토오일시장
50년 풍속과 삶의 애환 녹아든 산남 최대 향토시장
  • 입력 : 2009. 06.03(수) 00:00
  • 이정민 기자 jm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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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향토오일시장은 장이 열리는 4일과 9일이면 5000여명 안팎, 명절 대목에는 2만여명이 찾는 산남지역 최대 재래시장이다.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장옥시설 등 현대식 단장…명절 대목 2만명 찾아
진·출입구 혼잡한데다 낡은 시설 등은 해결 과제
젊은 층 확보 위한 다양한 볼거리·먹거리 등 필요


지난 달 29일 오전. 전날까지 빈 공터처럼 보였던 서귀포향토오일시장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포 상인들이 이른 아침부터 나와서 손님들을 맞을 채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매달 4일과 9일은 서귀포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다. 예전에는 장이 설때면 발디딜 틈없이 사람이 많이 몰렸지만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오일장의 북적거림은 여전하다.

장이 열린 29일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거행된 날이어서인지 찾는 이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다른 날 같으면 하루에 보통 5000~7000명이 찾는 곳이다. 특히 설이나 추석을 앞둔 주말에 장이 열릴 때면 2만명까지도 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장이 서는 날이면 웬만한 주민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시장 안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끼리 식당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날도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을 이곳 저곳에서 볼 수 있었다.

서귀포향토오일시장은 5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장터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지역민들의 풍속과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스며있는 시장으로, 관광지인 서귀포의 특성과도 잘 맞아떨어져서 관광객들도 종종 이 곳을 찾는다.

위치적으로도 서귀포시내 중심과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데다 질서를 제대로 지킬 경우 약 1000대 가량의 차를 세울 수 있는 주차공간도 구비해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인근에 대형유통매장이 있지만 생각보다 큰 피해를 입지 않고 있다.

장옥(지붕)시설이 잘 되어 있는 편이고 화장실과 고객센터, 야외 문화공연장까지 갖추고 있다. 시장 입구 도로변에 아치형 간판이 있어 전통시장의 이미지를 홍보하고 공동이용이 가능한 냉동창고도 마련되어 있다.

오일시장에서는 서귀포특산물이나 채소 등 직접 재배한 신선한 농산물이 바로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제공돼 단골도 꽤 있는 편이다. 시장에서 만난 김모(43)씨는 "장이 설때면 눈요기도 하고 바람도 쐴겸 이곳을 찾는다"며 "과일이나 채소를 주로 구입하고 점심때면 국밥 한그릇에 막걸리도 한 잔 마시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귀포시 지역 전체적으로 인구가 적은데다 젊은층의 시장 방문도 점차 뜸해지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또 현재 설치되어 있는 장옥시설이 일부 노후화가 진행됨에 따라 개선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전체적인 교체는 앞으로도 몇년이 걸릴 전망이다. 게다가 오일장 출입구가 단 한 곳 뿐이어서 출입시 다소 복잡한 상황이다.

서귀포향토오일시장상인회(회장 성기영)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달 24일에는 가족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실시했고 오는 7월에는 경품잔치를 비롯해 야외공연장에서는 월 1회이상 공연을 펼치며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성기영 상인회장은 "갈수록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상인회 자체적으로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그램 등을 준비해 가족들이 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이어 "시설개선의 부분은 상인들 자체 노력만으로는 어려워 행정기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 서귀포향토오일시장은…]

서귀포향토오일시장이 선지는 50년도 더 됐지만 1995년 9월 현재자리(서귀포시 동홍동)에 개설됐다. 2005년 11월 정기시장(매월 끝자리수 4, 9일)으로 등록된 장옥형 시장이다. 주요 취급상품은 농·수·축산물을 비롯해 의류와 신발, 가공식품, 가정용품 등으로 점포수는 580여개에 달한다.

부지면적은 4만3497㎡, 매장면적 1만916㎡로 주차대수는 750여대지만 공터에 줄을 잘 지켜 세우면 1000대 이상도 가능하다. 주요 고객지원 시설로 화장실 4곳, 고객선터 1곳, 놀이방 1곳 등을 갖추고 있다.

550여명의 상인이 모여 서귀포향토오일시장상인회를 구성했다. 서귀포시내 중심가에서 차로 약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동홍동 우회도로 북쪽편에 위치해 접근성도 좋은 편이어서 승용차 이용객들이 많다. 지속적으로 장옥을 개보수하고 있지만 큰 비가 올때 빗물이 새는 곳이 있어 올해 8억3400만원을 들여 일부 장옥시설에 대해 개선을 추진중이다.

'터줏대감' 강춘생 할머니 "사람 보는 맛에 50년 장사"

"이걸 만들면서 아들 셋, 딸 셋을 모두 키웠어." 지난 달 29일 서귀포향토오일시장 한켠에서 만난 강춘생(78) 할머니는 자신이 만든 빗자루와 소쿠리를 들며 이렇게 말했다.

강 할머니는 언제부터 오일시장에서 장사를 했는지 조차 기억이 안난다고 했다. 단지 "결혼하고 자식을 낳으면서부터 일을 했다"는 말에서 50년도 넘게 해왔다고 짐작할 뿐이었다. 강 할머니는 장이 서는 곳을 따라다니며 지금까지 손으로 만든 빗자루와 대나무 소쿠리 등을 팔아왔다. 지난 해까지는 '애기구덕'도 주문을 받고 팔았으나 지금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강 할머니는 점포 한귀퉁이에 앉아 부지런히 손을 놀리면서 "예전에는 손님들이 많아 많이 팔았는데 지금은 잘해야 2만~3만원 손에 쥐는 정도"라며 "이제는 이런 것(죽제품)을 찾는 사람이 없어 만드는 사람도 거의 없는 현실"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많은 나이에 오일시장을 따라다니며 장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텐데 강 할머니는 계속 일을 하겠다고 한다. 강 할머니는 "집에만 있으면 뭐해. 이렇게 나와서 지나가는 사람도 구경하고 이야기도 나누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며 "움직일 수 있을때까지는 장이 설때마다 나와서 물건을 팔고 사람들도 만나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기자와 이야기 하는 중에도 강 할머니는 계속 대나무 소쿠리를 만지고 빗자루를 손질했다. 어느 장에서나 볼 수 있는 시골장터 할머니의 익숙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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