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42)제주 흑돼지 '선봉' 김충세 사장

[이 사람이 사는 법](42)제주 흑돼지 '선봉' 김충세 사장
전국에 '흑돼지' 알리는 선구자 역할
  • 입력 : 2009. 11.28(토) 00:00
  • 부정호 기자 jhbu@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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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흑돼지가 전국 식당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돼지고기로 자리를 잡은 게 큰 보람"이라고 털어놓은 김충세 사장이 흑돼지를 안고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제주 고유 흑돼지 상품화시킨 장본인
"가장 경쟁력 있는 고기로 자리잡아 보람"
보다 값싼 인터넷쇼핑몰로 제2의 도전


충세농장(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을 운영하는 김충세(65) 사장. 제주 흑돼지의 '대가'로 불리우는 그다. 좀 더 미화하자면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지금의 제주 흑돼지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와 흑돼지와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20여전인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양돈산업에 심취했던 그는 수입산 돼지에 밀려 제주 고유의 돼지가 푸대접을 받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는 "돼지 종자와 사료도 수입에 의존했고 심지어는 기술과 시설까지도 모든 게 수입산들이었다"며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충분한 제주 고유의 흑돼지를 상품화 해보자는 생각을 늘 가슴에 품고 있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그런 야심을 품고 있던 중 그에게 우연한 기회가 찾아온다. 때마침 제주도축산진흥원이 재래흑돈의 혈통을 이어가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면서 당시 제주도양돈협회장이었던 그에게 같이 일을 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왔던 것. 흔쾌히 수락했던 그는 1년여간에 걸쳐 재래흑돈을 분양받아 사육했으나 수익사업으로의 연계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는다. 재래흑돈이 껍질이 두껍고 뼈도 굵어 고기생산량이 얼마되지 않는데다 예전과 크게 달라진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

하지만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재래흑돈의 경제성을 담보하고 소비자들의 입맛을 유혹할 유일한 방법이 '개량'이란 것을 확신했던 것. 그는 도축산진흥원 관계자를 설득, 3천만원의 연구용역비를 지원받아 개량종 연구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20여개월 뒤인 1993년 드디어 김충세 사장의 야심작인 제주도 최초의 흑돼지 브랜드인 '도뚜리'가 탄생한다. 돼지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 '돗'과 '우리(짐승을 가두어 기르는 곳)'의 합성어인 도뚜리가 일반 소비자들의 식탁에 선보이게 된 것. 도투리의 탄생은 제주 흑돼지를 전국에 알리는 시금석이 됐다.

그는 "육질에서 현격히 차이가 나는 수입산 돼지와의 차별화를 위해 가격면에서도 철저하게 차별화를 뒀다"며 "자존심이 가미된 고가의 차별화 전략 역시 소비자들에게 제주 흑돼지의 우수성을 알리는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당시 충세농장의 흑돼지가 높은 가격에 판매됐지만 맛의 우수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제주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구입문의가 쇄도했다.

제주 흑돼지를 전국에 알리는 선구자적 역할을 했던 그. 그런 선구자적 정신이 있었기에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3년 신한국인에도 선정됐다. 전국에서 62명이 선발된 신한국인 중 축산인으로서는 유일했던 그였다.

그는 "제주 흑돼지가 전국 식당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돼지고기로 자리를 잡은 게 가장 큰 보람"이라며 "세계적 브랜드로 뻗어나갈 방안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나이에 또다른 도전에 나선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소비자들의 식탁을 직접 찾아간다는 것. 예전에는 고가로 차별화를 기했다면 이제는 중간 유통망을 없앤 채 저렴한 가격으로 농장에서 곧바로 소비자들에게 흑돼지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제주 흑돼지 '대가'의 제2의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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