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도시 서귀포 비전과 전략](2)100억 기금의 명과 암

[교육도시 서귀포 비전과 전략](2)100억 기금의 명과 암
지속가능한 교육 위해 예산지원 방향 명확히 해야
  • 입력 : 2011. 01.19(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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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학생을 육성하고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는 것이 교육도시의 목표일까. '명품 교육도시'의 비전이 아직은 불분명해 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수능 모습. /사진=강경민기자

5년간 총 200억 우수학생 등에 지원
자생할 수 있는 여건 조성 고민해야

지난해 11월 이루어진 제주도의회의 제주도교육청 행정사무감사 자료에는 산남·산북간 교육 격차 수치가 나와있다. 제주시 동(洞)지역과 서귀포시 동지역의 중학생 학력 격차를 보자.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평균점수를 냈더니 수학·과학·영어 세 과목에서 서귀포시 동지역 평균점수가 낮았다. 서귀포시의 동지역과 읍면 지역 학력격차는 그보다 컸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전 과목에서 동지역 학생들의 평균 점수가 읍면 지역을 앞질렀다. 그 폭도 산남·북 격차에 비해 컸다.

▶의정부·거창·군산도 '교육도시'=산남-산북간, 도시-농촌간 학력 격차는 학부모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이대로 서귀포에서 아이를 키우다가는 공부에 뒤떨어지는 게 아닌가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아이들을 위해 최상의 교육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명품 교육도시'라는 슬로건이 지역 주민들을 사로잡는 이유중 하나다. 서귀포시가 교육발전기금 모금을 시작한 지 20일이 안돼 십시일반 1억원이 조성된 것은 그 점을 방증한다.

'교육도시'를 꿈꾸는 곳은 서귀포만이 아니다.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서 '교육 도시'를 지향하며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경기도 의정부시와 오산시, 경북 상주시, 경남 거창군, 전북 군산시 등이 그런 곳이다. 이들 지역은 인터넷수능프로그램 등 특화 프로그램 지원, 기숙사 건립, 학교 운동장 인조잔디 조성, 장학기금 모금, 외국어 학습능력 향상 지원 사업, 특성화 고등학교 유치, 우수대학 진학률 제고, 초·중·고 무상급식 등을 추진해왔다.

서귀포시는 이들과 어떻게 다른가. 서귀포시 창조도시팀 김재웅 팀장은 "명품 교육도시는 학생들을 위한 양질의 특화 프로그램 운영과 더불어 매력있는 창의적 인재육성으로 서귀포시를 누구나 찾고 싶어하는 선진 교육모범도시로 육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도시 서귀포'의 밑그림을 그려가는 일을 맡은 서귀포시교육발전포럼은 최근 '명품 교육도시'앞에 '행복한'이란 단어를 덧붙이기로 뜻을 모았다. 앞으로 우수학생만이 아니라 원하는 누구에게나 질높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올해 영어권 어학연수 등 실시=서귀포시는 3개년간 100억원 조성을 목표로 정한 교육발전기금과는 별개로 올해부터 5년간 100억원을 교육도시 관련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2011년에는 10억원을 확보해 인재육성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우수학생 독서·논술 지도, 우수학생 토론 지도, 영재학생 해외체험을 벌인다. 고등학생 대상은 서귀포시 동지역 4개 일반계고 등에 우수학생 토론지도, 소수정예 심화학습 특화반 운영, 우수학생 독서·논술지도, 우수학생 자기주도적 학습관리, 영어권 어학연수에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기간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 예산 지원이 중단될 경우 해당 학교에서 자생력을 갖고 특성화 프로그램을 지속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최근에 벌어진 제주형 자율학교에 대한 예산지원 중단 논란을 보자. 자율학교의 '특례'보다 '예산'에 집중된 프로그램 운영이 초반엔 환영받았지만 결국 반발을 불렀다.

기금 조성까지 합쳐 최소 200억원이 투입되는 교육도시 서귀포는 이를 거울삼아 예산 지원 방향을 보다 분명히 정해야 할 것이다. 도교육청이 시행하는 유사 사업에 중복예산을 쓰기보다 차별화된 모습으로 교육도시의 면모를 그려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교육도시 조성과 관련 일각에서 추진했던 '새로운 학교'운영이 지지부진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행복한 명품 교육도시'가 정치적 전략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교육당국과 손을 잡고 서귀포지역 학교의 변화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교육도시에 바란다 /송형록]"최고 교육 차별없이 제공"

지난주 토요일 늦은 밤, 서귀포 한 어르신이 전화를 주셨다. 내용인즉 "송선생! 요즘 교육기금모금운동 때문에 속암서"라는 격려의 전화였다. 지인들도 "뜻있는 일이여"라고 가다오다 격려의 말을 건네준다. 그간 서귀포 교육이 잘해왔지만 뭔가 2퍼센트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 우리 지역 교육에 새로운 상상력을 찾아 보충하라는 말로 들었다.

작년 11월 5일, 서귀포 아이들의 행복한 교육 시스템과 인구감소 해결을 위해 '서귀포시교육발전포럼'을 발족했다. 발족식에서 '서귀포교육기금'을 마련하자는 시장님의 발표가 있었다. 한 달이 채 안되었지만 시민들 정성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보게 된다. 앞으로 시민들의 소중한 마음과 뜻을 담은 방안이 나오겠지만, 몇 가지 소견을 말하고자 한다.

첫째, 주민이 공감할 수 있는 교육목적과 원칙을 세워야 한다.

둘째, 최상의 교육을 차별 없이 제공하는데 교육기금을 집중시켜야 한다. 특히 낙후된 읍면지역, 뒤지는 학교, 부진한 학생들에게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지역 교사의 교육적 역량을 강화시키고 신뢰를 높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교사들이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한 교육의 질적인 변화는 불가능하다. 우리 지역에 거주하는 교사들이 점점 줄고 있다. 지역의 모든 교사들이 자존감과 소명감을 회복하고, 열정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넷째, 교육받지 못한 대중을 교육하기 위한 무료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전문적인 교육이나 학위 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자기계발, 공동체에서의 활동 능력, 건전한 민주시민 육성, 평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성인교육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새로운 상상력을 보충할 도서관 관리와 독서·토론문화를 지원해야 한다. 아이들이 문제풀이를 아무리 잘한다 해도 공부의 일종일 뿐 진짜 공부가 되기는 어려운 것이고 아무리 남들보다 목표에 빨리 도착했다고 해서 으시댈 일만도 아니다.

중간에 놓친 잠재력, 유연성, 비판력, 도전정신, 남과 더불어 사는 삶,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자존감을 갖고 사는 삶의 필요성을 독서·토론문화에서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행복한 명품교육도시'를 위해 눈앞의 현안에 대한 찬반 논란이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좀더 심도 있는 토론이 뒤따라야 한다. 이를 통해 행복한 서귀포 교육모델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서귀포시교육발전포럼 교육지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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