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도시 서귀포 비전과 전략](4)역량있는 교사의 참여

[교육도시 서귀포 비전과 전략](4)역량있는 교사의 참여
"아이들 가고 열정적 교사까지 떠나면 어쩌나"
  • 입력 : 2011. 02.23(수)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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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명품도시 서귀포'의 비전과 전략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역량있는 교사의 동참이 확산되어야 한다. 사진은 지난 19일 아라초 졸업식에서 축하 공연을 벌이는 교사들의 모습. /사진=강희만기자

열명중 여섯 제주시 거주…인사철 되면 이동 잦아
전문성 제고 위한 연수 확대 등 교원 인센티브 필요

"대부분 집에서 가까운 지역에 근무하고 싶어 하잖아요. 그래서 서귀포시보다는 제주시 지역에 있는 학교로 옮기려는 선생님들이 많은 겁니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의 말이다. 오는 3월이 되면 도내 1000여명의 초·중·고 교사가 근무지를 바꾼다. 인사철에 맞춰 '열정적'인 교사를 초빙하고 싶은 학교가 많을 테지만 일부에서는 어려움을 겪는다.


▶읍·면 지역 가산점 사각지대

올해부터 읍·면 지역 전보에 따른 가산점이 생겼다. 옛 북제주군·남제주군에 들어선 학교로 옮기는 교사들에게 0.5점이 붙는다. 도시·농촌간 교육 격차 해소 등을 목적으로 시행된다.

서귀포시 동(洞)지역 학교는 이같은 제도의 사각지대일 수 있다. 제주시 동지역과 비교해 교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여건이 낫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모 교장이 있는 학교나 제주형 자율학교가 교원 인사 자율권을 통해 전출 교원의 절반을 불러올 수 있고, 전체 정원의 50%까지 초빙교사를 요청할 수 있지만 서귀포시에 있는 모 학교는 이를 시행하는데 고충이 많았다. 다른 지역과 달리 지원자가 적었던 게 주된 이유였다.

서귀포시가 '명품교육도시'를 내세우며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격려하고 붙잡기 위한 여러 정책을 펴고 있지만 교사는 그 대상에서 빠져있다. '명품교육도시' 계획 수립 초기에 내놓은 단기·중기 추진 시책을 보면 소수 정예 심화학습 특화반, 청소년 아카데미, 영재 연합캠프, 미래 선도학생 육성 영어권 어학연수, 우수 인재 장학금 지원, 기숙사비 지원 확대 등 학생 중심의 사업이 다수다.

교사 관련 프로그램은 지난 1월말 진행된 2011년 청소년·교사 토론아카데미가 전부다. 서귀포지역 초·중등 교사와 교육전문직 20여명이 참여한 토론 아카데미는 학교 토론교육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토론교수 학습 지도 능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개설됐다.

▲서귀포시는 지난 1월말 서귀포시 지역 초·중등 교사와 교육전문직이 참여하는 교사 토론아카데미를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사진=서귀포시 제공



▶"토론아카데미 지속 운영했으면"

당시 프로그램 모니터링 결과 교사들의 만족도가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토론 아카데미에 참가했던 어느 교사는 "이번 프로그램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말고 지속적으로 운영되길 바란다"면서 "연수 내용을 학교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교육 참가자들끼리 연구 모임 등이 만들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비쳤다.

서귀포시는 물론이고 제주시에 거주하는 교사들을 '교육도시 서귀포'의 비전을 만드는 일에 끌어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센티브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토론 아카데미처럼 연수 기회를 확대하는 등 열의를 가진 교사들이 서귀포로 눈을 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귀포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도교육청에 열정을 지닌 교사들이 서귀포시에 근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지만 인사 원칙이 있어서 특정 지역만 배려할 수 없는 처지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귀포시에서 서귀포 근무 교사 특별 연수, 주거시설 지원책 등 여러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귀포시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서귀포에 근무하는 교원 열 명중 여섯 명은 제주시에 거주하고 있다. 서귀포시 지역에 근무하는 모 교사는 "전보가 가능한 2년이 지나면 제주시로 가겠다는 교사들이 많다"고 했다.

지난달 핀란드·스웨덴 교육기관을 찾았던 도교육청 방문단은 결과 보고서에서 '역량있는 교사'를 주요 시사점으로 꼽았다. 핀란드의 경우 시험을 여러차례 치르며 교육의 질을 높이기 보다는 교사의 질을 통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교사의 일방적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토론 위주의 교육으로 비판적 사고를 기른다고 했다. 교사의 전문성을 키우고 학교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교육도시의 전략이 필요하다.

[교육도시에 바란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못 넘는다"

서귀포시가 '행복한 명품교육 도시'조성에 나섰다. 일단 기쁘고 상찬할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제시된 비전과 실현전략인 특화프로그램을 보면서 의구심과 실망감이 든다.

서귀포시의 기획에서 기존 타 지역 학교들이 비슷한 의도로 추진해온 정책들의 답습만 보일 뿐, 정말 교육을 새롭게 발전시키겠다는 비전과 전략을 발견하지 못하겠다. 소수정예 심화학습 특화반 운영, 우수학생 독서ㆍ논술과 토론 지도 등을 운영한다고 제주시 특목고나 평준화고로 올 학생들이 서귀포시에 남고, 그들이 명문대학에 많이 들어갈 수 있게 될 것인지도 의문이다. 소수와 다수, 우등과 열등으로 나누는 엘리트중심교육은 다수 학생의 소외와 실패를 전제로 하기에 전체적으로 학생들에게 행복이 아니라 불행을 초래한다. 아이들이 불행한데 어떻게 서귀포시는 행복한 교육도시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서귀포시가 진정으로 교육발전을 생각한다면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세워야 한다. 명품교육이란 발상부터 내려놓고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교육도시를 꿈꿔야 한다.

우선, 서귀포시의 고교구조부터 바꾸자. 지금처럼 학교 간 서열화를 그대로 둔 채 행복한 교육도시 조성은 불가능하다. 제주시 동지역에 필적하는 서귀포시권 평준화 일반계고를 만들자. 평준화고들은 학교별로 교육과정을 특성화할 필요가 있다. 중문상고가 보건의료계열 특성화고로 전환한 것처럼 서귀포산업고도 더욱 특성화하여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로 만들어야 한다.

다음, 학생과 교사가 함께 만드는 행복한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자. 교사의 일방적 가르침이 아니라 학생에게 의미 있는 학습이 일어나도록 하는 학습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우열반은 학생들도, 교사들도 싫어한다.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고 복수교사제를 도입하자. 정교사를 늘리고 학부모교사, 인턴교사를 채용하는 데 많은 예산을 투자하자. 학력이 차이나는 학생들 간에 멘토링제를 도입하자. 그들 간에 '가르침과 배움이 서로 성장'(敎學相長)하고,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배양된다. 학생들의 자발적 모임인 다양한 학습동아리를 운영하자. 여기서 독서를 하고 토론의 장을 열수 있다. 토론과 논술 능력을 별도로 가르치려 하지 말고 수업방식을 학생과 배움 중심으로 바꾸면 그만이다. 학생들의 소질과 능력을 찾아주는 진로교육과 그것을 계발하는 수월성교육도 필요하다. 지역사회를 체험하고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되어야 한다.

학교를 행복한 배움의 공동체로 전환하고 만들어갈 궁극적 주체는 교사들이다. 그들의 자발적 참여와 헌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명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서귀포시는 능력을 갖춘 교사를 모셔야 하고, 그들을 끌어드릴 방안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습공동체를 이해하고 함께 가꾸어갈 훌륭한 교장을 널리 공모하고, 교육관청의 전폭적 지원도 이끌어내야 한다.

<강봉수 제주대 교수·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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