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건강보고서 헬스케어](15)우울증·양극성 장애

[제주건강보고서 헬스케어](15)우울증·양극성 장애
장기적인 스트레스로 뇌손상 탓… 꾸준한 치료 필요
  • 입력 : 2012. 04.27(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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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탤런트 최진영이 우울증으로 자살한 사건을 비롯해 유명 연예인들이 잇달아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앓은 적이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또한 행복전도사로 이름을 날렸던 최윤희씨도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운명을 달리했다.

국민 6.7% 평생 한번 우울증… 3%는 심각
양극성 장애 자살률, 심한 우울증 보다 높아
인터넷상 설문 이용하면 가능성 검사 도움


김문두교수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할 때, 과거의 아픈 기억을 떠올릴 때…. 우리는 실제 가슴이 아프다. 가슴이 미어지고 입맛도 없고, 그토록 좋아하던 TV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도 재미없고, 돈도 명예도 소용없게만 느껴진다. 아이들이 조금만 다치거나 놀라도 모두 내 탓인 것만 같고 이럴 때 가슴이 아픈다. 자꾸 죽고만 싶다.

이런 상태가 지속돼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가 되면 '우울증'이라고 하고 좀 더 심한 경우는 '주요우울증'이라고 한다. 제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문두 교수의 도움으로 마음의 병으로 알려진 우울증에 대해 자세히 알아 본다.

▶우울증

심한 우울증은 2011년도 전국 정신질환 실태 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6.7%가 평생 한번은 걸리게 되며 지난 1년간 3.0%의 국민이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고 보고됐다.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 증상들은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되며 학업 실패, 직장생활 적응 실패, 대인관계 악화, 알코올 및 약물 의존, 신체질환 악화, 자살 등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개인의 고통 뿐만 아니라 가족과 사회전체의 손실이 매우 커진다.

특히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전세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자살환자의 50%에서 주요우울장애, 즉 심한 우울증이 있다. 자살을 시도하는 순간에는 거의 90%의 환자들이 심각한 우울상태에 있다고 보면 된다.

2001년도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의하면 주요우울증이 주요 장애 및 사망원인 중 4번째가 되며 2020년에는 두번째가 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을 정도로 많이 생기는 질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해가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다.

우울증은 대체로 첫 발병 당시에는 부모나 배우자의 죽음이나 이별과 같은 큰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고 이전에 유전과 같은 소인이 있는 경우에는 더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스트레스와 소인이 원인이 돼 뇌의 미세한 기질적인 변화가 생기고 장기간 스트레스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우울증이 발생하게 된다.

스트레스 뿐만 아니라 만성폐질환, 뇌외상, 중풍, 치매, 파킨슨병, 간경화, 만성췌장염, 심근경색, 암 등의 만성질환 또한 우울증을 일으킨다.

일반인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고혈압약물, 진통제, 소염제, 항암제 등의 약물과 요즘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소위 '몸짱'을 만들기 위해 불법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스테로이드도 우울증을 일으킨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우울증이 있는 경우 우울한 기분 뿐만 아니라 몸의 모든 기능이 떨어져 잠을 잘 이룰 수 없고 집중력 저하로 건망증이 빈번하게 생긴다. 늘 피로하고 까닭 모를 통증이 수반되고 성기능의 문제와 여성의 경우 월경의 문제도 생기게 된다. 원래 갖고 있던 신체질환의 경과도 나쁘게 되며 면역이 떨어져 감기와 같은 감염질환에도 자주 걸리게 된다.

우울증의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 심리적 치료,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 및 충분한 휴식을 통해 할 수 있다.

약물 치료는 우울증 치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울증은 마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손상된 뇌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손상된 뇌를 되살려 주는 약물(신경안정제가 아니다)을 통해 70~80% 가량의 환자가 치료된다.

여기에 심리적 치료와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더하면 80~90%의 환자가 원래의 자기로 돌아가게 된다. 다만 우울증은 뇌손상으로 인한 것이므로 장기적인 치료를 필요로 한다. 우울증을 치료하는 약물은 의존성이 있거나 중독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오히려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최근의 연구결과 뇌세포를 살려내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조증

어떤 환자의 경우에는 우울증과 반대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전에 우울증이 있던 환자에게서 생기기도 하고, 우울증이 없이 그런 모습을 보인다. 이를 '조증'이라고 한다. 조증은 이유없이 즐겁고 기분이 붕뜨고 자신감에 넘치고, 잠을 자지 않고 일을 해도 잠을 자야겠다는 욕구를 느끼지 못하며 아이디어가 샘솟아 많은 일들을 벌이지만 결과물은 내지 못하는 등의 증상을 일컫는다. 이보다 정도가 약한 경우는 '경조증'이라고 한다.

조증이 있는 경우를 1형 양극성 장애(과거에는 조울병으로 불렀다), 경조증이 있는 경우에는 2형 양극성 장애라고 한다. 우울증과 조증의 양쪽 극단이 있다고 해서 양극성 장애라고 부른다.

양극성 장애도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유전적이거나 신체적 소인이 있는 사람이 큰 스트레스를 받아 첫 발병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장기적 스트레스와 소인이 합쳐져 뇌손상을 일으키게 된다.

1형 양극성 장애는 전국민의 약 1%, 2형 양극성 장애는 약 0.4% 정도이다. 심각한 우울증보다는 많이 발병하지는 않지만 개인과 사회의 부담은 우울증에 못지않게 심각하다. 치료를 하지 않은 경우 조증은 평균 3개월 지속되며 이 기간 수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나 심한 우울증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특히 양극성 장애에서 우울한 기간 자살률은 심한 우울증의 자살률보다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렇게 심각하지만 양극성 장애의 경우에도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치료를 한다면 원래의 밝고 명랑하고, 자신감에 차있는 정상적인 사람으로 돌아오게 된다. 우울증의 치료 약물과는 다르지만 그 효과는 우울증에서 만큼 좋다.

이것도 역시 마음에서 오는 병이 아니라 장기간의 스트레스와 소인이 결합돼 뇌의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손상된 뇌를 치료하는 약물이 효과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의 치료에서와 마찬가지로 심리적인 치료와 규칙적인 생활 또한 도움이 된다.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의 가능성을 검사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에 널리 퍼져 있는 설문을 이용하면 유용하다. 다만 그 검사 결과가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를 진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전문가의 면담을 통해서만 확진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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