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는 환자에게 모든 사항을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치료 결정은 항암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와 환자가 서로 의논해 결정해야 한다.
항암제 암 종류 따라 '제각각'전문의와 논의 후 결정해야
▲김우건 교수
국내 암 환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국립암센터 2011년 통계에 따르면 2007년 68만2146명이던 암환자는 2011년 100만3314명으로 5년새 약 40% 가량 증가했다. 또 한국인 사망 원인 1위 역시 암이다. 암과 관련 제주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우건 교수의 도움으로 항암치료에 대해 살펴본다.
▶항암치료
항암치료는 혈액암 (백혈병, 악성임파종)처럼 수술대상이 아닌 암이나, 수술로 치료하는 암이라도 수술 후 재발이 잘 되는 경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또는 이미 수술할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됐거나 전이가 된 경우에 항암제라는 여러 가지 약물로 암을 치료하는 내과적 치료법이다.
항암제는 먹는 알약과 주사제를 포함해 수 십 가지가 있고 암의 종류에 따라 사용하는 약들도 다르며 약마다 효과도 그리고 부작용도 다르다. 최근에 나온 새로운 항암제인 표적치료제도 기존의 항암제보다는 덜하지만 처음 예상한 것 보다는 많은 부작용이 있다. 항암제들은 환자들이 암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 아니다. 같은 치료로도 환자마다 효과가 다르고, 때로는 일반 약과는 너무나 다른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환자마다 치료에 대한 기대는 물론 자기 앞날에 대한 생각과 계획도 다른 점을 들 수 있다. 따라서 항암치료는 항암치료에 관한 전문수련을 받은 항암치료 전문의사와 환자가 같이 의논하고 결정해야 한다.
▶항암제를 사용하는 경우
환자 A씨는 오른쪽 폐와 목에 있는 커다란 악성 임파종이 있고 골수까지 암이 있었던 환자다.(사진 1A). 3주마다 여덟번의 항암제가 끝난 후 임파종은 모두 사라졌고(사진 1B) 1년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재발 없이 지내고 있다. 앞으로 1년 만 더 재발이 없으면 완치판정을 받을 수 있는 환자다. 이 경우는 만일 항암치료를 받지 않았거나 치료에 반응이 없었다면 몇 개월 이상 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
환자 B씨는 대장암이 간에 전이돼(사진 2A) 있었으나 항암제에 좋은 반응을 보여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사진 2B) 손발이 저린 부작용은 있지만 같은 치료를 받고 있다. B씨 같은 경우는 만일 항암제에 반응이 없었거나 항암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평균 수명은 1년을 넘기기 어려운 정도의 암이다. B씨의 경우는 비록 완치는 될 수 없지만 아주 오래 동안 항암제의 효과를 보고 있어 암을 다스린다는 것이 환자의 입장에서도 아주 큰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라는 것이다.
환자 C씨는 5 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았고 수술결과 암이 겨드랑이 임파절까지 갔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재발방지를 위한 항암치료를 3주마다 네번을 받고 여성호르몬 제를 매일 먹으면서 아직도 재발없이 잘 지내고 있다. C씨의 경우 항암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그 정도의 환자들은 10명 중 5명 정도는 5년 안에 암이 재발되지만 C씨처럼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재발률이 치료를 안 받은 환자의 2/3 정도로 낮아진다.
앞의 환자들에서 보듯이 암 중에는 백혈병이나 임파선암 등 혈액세포의 암처럼 아예 수술대상이 아니고 항암치료로 완치를 할 수 있는 경우, 또 수술로 치료 할 수 있는 암이라 하더라도 환자의 암이 이미 꽤 진행돼 수술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거나 수술해도 머지않아 재발하는 경우 등에 요긴하게 암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항암치료다.
▶환자와 사실대로 치료에 대한 의논
앞에서 예를 든 세 환자들처럼 항암치료에 효과를 보는 환자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은 환자들도 있다. 문제는 치료 전에 어느 환자는 효과를 보고 누구는 효과가 없으면서 부작용만 생길는지 미리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암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환자이고 치료의 효과를 볼 사람도 환자이며, 또 부작용이 있으면 그 부작용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도 환자이다. 그리고 항암제들은 다른 약들과는 다른 그리고 때로는 심각한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환자는 독립된 인격체이다. 아무도 환자가 본인의 상태를 알 권리, 본인의 생활 목표와 미래에 대한 예측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생각할 권리를 환자로부터 박탈할 권리가 없다. 설령 암이 전이됐더라도 아직 아무런 증세도 못 느낄 경우 항암제의 부작용을 받아가면서 과연 지금 당장 항암제로 치료해야만 하는지 아니면 암이 어느 정도의 증세를 일으킬 때 항암치료를 시작할지 결정하기 어려울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항암치료는 환자에게 모든 사항을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치료의 결정은 항암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와 환자가 서로 의논해 결정해야 한다.
▶항암제의 효과와 부작용
항암치료는 과거 몇 십년간 국제적 임상 연구결과 어떠한 약을 어떻게 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그 결과가 반복돼 증명이 된 치료법이며 그 연구 결과를 토대로 환자를 치료한다. 민간요법이나 다른 대체요법처럼 그냥 이야기나 입소문, 광고만을 믿고 하는 치료와는 크게 다른 점이다. 어느 암에는 어느 약이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고 어떠한 부작용들이 얼마나 자주 생기는지 등이 이미 모두 증명이 돼있어 약의 선택과 약의 용량도 그 연구결과를 토대로 결정하게 된다. 항암제들의 부작용은 항암제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므로 간단히 설명 할 수는 없지만 환자마다 부작용의 정도가 다르다. 가장 많이 알려지고 흔히 생기는 것이 메스꺼움 구토이지만 이들을 예방하는 약들을 항암치료제의 종류에 맞춰 항암치료와 함께 투여 받고 또 더 효과적인 약들이 개발돼 메스꺼움과 구토가 옛날처럼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 또 약 종류에 따라 머리가 빠지기도 하지만 결국은 다시 자란다.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백혈구 감소이다. 많은 항암제가 백혈구 감소를 일으킬 수 있고, 그 결과로 심각한 감염증세도 일으킬 수 있다. 항암치료하기 전에 항상 피검사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드물게는 항암제의 부작용이 심해 항암제를 전혀 맞지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어느 정도의 불편은 있지만 치료를 잘 견뎌 나간다.
김우건 교수는 "항암치료란 일반 약들과는 성질과 부작용이 다른 특별한 약물을 사용하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내과적 암치료방법"이라면서 "환자도 사실대로 암의 진행상태, 항암제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항암전문의사와 환자가 함께 의논해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