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역사의 랜드마크와도 같은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방치됐던 제주성지(제주도기념물 제3호)에 대해 제주시가 올해말까지 보존·관리 및 활용계획 수립을 추진하면서 발굴·복원 및 활용에 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오현단 인근에서 성곽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제주성지. 사진=한라일보 DB
제주역사의 랜드마크와도 같은 상징성 불구그동안 무관심 속 성곽 대부분 사라진 상태체계적인 발굴·복원과 활용방안 고민해야
제주시가 지속적으로 훼손됐던 제주성지(제주도기념물 제3호)와 관련 올해말까지 보존·관리 및 활용계획 수립을 추진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주역사의 랜드마크와도 같은 상징성을 지닌 제주성지는 그동안 변변한 학술조사 없이 행정의 무관심속에 방치되다시피 해왔다. 1971년 제주도기념물로 지정된 지 40여년 만에 사실상 처음 이뤄지는 마스터플랜 수립 작업은 그만큼 역사적 의미와 중요성이 크다.
▶탐라부터 일제시대까지=언제부터 제주성지를 쌓았는지에 대한 문헌기록은 명확치가 않다. 서기 961년에 편찬된 '당회요''탐라국조'는 7세기 후반 고대탐라의 사회상을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 성곽의 존재를 추정케 하는 대목 '무성황'(無城隍)이 나오지만 이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제주성지는 탐라시대의 중심성곽으로 옛 성터를 의미하는 지명인 '묵은성'을 중심으로 축성됐다. 지금의 제주성지는 '묵은성'을 토대로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보수 확장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태종실록'의 기록이다. 즉 태종 8년(1408) 제주읍성이 큰 비로 많은 피해를 보았다는 기록이나, 태종 11년(1411)에 수축을 명하였다는 기록이 그것이다. 제주성지가 원형을 크게 상실한 것은 일본의 제국주의에 의해서다. 1926년부터 1929년까지 산지항을 건설하면서 성곽을 허물어 바다를 매립하는 데 썼다. 이로 인해 제주성 성곽뿐만 아니라 제주 고유의 경관이 망가진 원인이 됐다. 제주성 서문이었던 진서루나 남문이었던 정원루 등은 지금은 희미한 사진으로만 남아있다.
▶성곽 대부분 단절된 상태=제주성은 현재 도로 개설과 건물 등이 들어서면서 성곽 대부분이 단절돼 있다. 성곽이 자리했던 곳은 이면도로로 변했다. 전문가들조차도 끊어진 성곽의 정확한 위치와 규모 등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멸실 정도가 심하다. 현재 오현단 인근과 일도1동 주택가 등을 중심으로 일부만 간헐적으로 남아 성곽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잔존구간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서 지속적으로 훼손·멸실이 우려되는 형편이다. 행정이 복원을 추진한 오현단 성벽 정비구간도 원형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나온지 오래다.
▲일도1동 주택가에 남아있는 제주성지는 행정과 도민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면서 성곽원형 훼손 등이 심각한 상태다.
▶다른 시도 사례는=서울시는 끊어진 서울성곽(한양도성)을 2015년까지 연결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를 추진중이다. 총 연장 18.6㎞중 12.3㎞를 완료하고 나머지 구간도 전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경기도 역시 남한산성을 지속적으로 보존 정비하면서 유네스코 우선 등재 추진대상으로 선정된 상태다. 국내 상당수의 읍성들도 보존·정비사업과 함께 국가사적으로의 승격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역사문화유산으로서 성곽의 미래가치에 주목하는 것이다.
▶정비 방향은 어떻게=제주성지는 지금까지도 성곽 전체에 대한 정식 측량·실측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성곽의 정확한 규모와 위치 비정, 실태조사 등 가장 기초적인 학술규명조차 안됐다는 것은 제주성지를 얼마나 푸대접 해왔는지를 반증한다. 따라서 성곽의 위치와 규모, 축조상태 등을 규명하고 잔존구간과 멸실구간 등 정확한 현황파악이 우선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토대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발굴·정비 및 보존·복원 방향과 역사문화자원으로서의 활용방안 등을 고민해 나가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현대적 의미에 맞는 성곽의 역사적 가치를 되살리고 미래지향적인 복원과 활용이 되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탐라의 가장 상징적인 유적이라는 점에서 국가사적으로의 승격 등도 추진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제주성지는 탐라천년의 고도로서 제주의 자존심과 같은 역사유적이다. 단순한 정비나 복원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침체된 제주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속가능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도록 행정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