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만리 제주밭담](12)중·일 등록사례와 제주 시사점

[흑룡만리 제주밭담](12)중·일 등록사례와 제주 시사점
아시아가 이끄는 세계농업유산… 제주밭담 절호 기회
  • 입력 : 2013. 10.23(수)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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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에 열린 '농업유산 보존·관리 및 연계 협력을 위한 한·중·일 워크숍'은 중·일의 농업유산 관리와 활용 등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제주 측의 제안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중·일 농업유산 등록 사례 벤치마킹 움직임 잇달아
"중국 NIAHS와 일본 유엔대학 역할 주목" 의견 제시
지역 농업유산 발굴과 보존 위한 구심점 마련이 과제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시스템(GIAHS·이하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된 지역은 전 세계적으로 25곳. 이중 절반 이상인 17곳이 동남아시아에 분포돼 있다. 그외 아프리카 6곳, 중남미 2곳이다. 다수의 농업유산이 몰려있는 것만 봐도 아시아 지역이 세계농업유산 등재에 적극 나서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도 중국와 일본의 관심은 단연 돋보인다. 이들 국가는 오래 전부터 지역 농업유산을 보존·활용해 나가기 위한 방안으로 세계농업유산을 주목해 왔다. 그 결과 중국의 8곳, 일본의 5곳이 이름을 올렸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는 아직 등재 지역이 한 곳도 없다.

제주밭담의 세계농업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제주도와 정부가 중·일 두 나라를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의 등록 사례를 배워 밭담의 등재 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함이다.

지난 8월 제주에선 '농업유산 보존·관리 및 연계 협력을 위한 한·중·일 워크숍'이 개최됐다. 중·일의 농업유산 관리와 활용 등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제주도 세계농업유산등재 T/F팀의 제안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다수의 세계농업유산 보유국인 중국과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제주발전연구원은 '중국·일본지역 세계중요농업유산 등록사례와 제주의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농업유산 한·중·일 워크숍'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한 결과물이다.

제주발전연구원 강승진 연구위원 이번 보고서에서 "세계농업유산등재는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제주밭담의 성공적인 등재를 위해 먼저 등재된 중국과 일본의 사례를 통해 몇 가지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중국과 일본 사례

중국과 일본의 세계농업유산 등록 과정을 살펴보면 유사점이 읽힌다. 등재로 가는 과정을 돕는 중심축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국가중요농업제도의 도입이, 일본의 경우 자국의 유엔대학의 역할이 세계농업유산 등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도입한 국가중요농업제도(이하 NIAHS)는 세계농업유산의 예비체계다. 세계농업유산에 오르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사전 단계인 셈이다. 중국은 NIAHS를 도입해 세계농업유산 승인을 위한 매뉴얼과 지원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자국의 인가제도를 자리매김했다. 중국에는 세계농업유산으로 지정된 8곳 외에 10여곳이 NIAHS 보호시범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세계농업유산으로 선정된 뒤에는 정부가 중심이 돼 '농업문화유산 보호와 발전 계획'을 제정해 관련 업무를 지도한다. 권한을 부여 받은 지역사회가 관리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농업유산을 이용하면서 그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일본이 다수의 세계농업유산을 보유할 수 있었던 데는 자국의 유엔대학의 힘이 컸다. 등재를 위한 첫걸음을 뗀 것도 유엔대학이 사토야마의 세계농업유산 등재를 제안하면서부터다. 대학이 중심이 돼 일본의 세계농업유산 등재를 추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엔대학은 세계농업유산을 심의하는 FAO의 공식 파트너다. 2002년 GIAHS 발족 때부터 FAO와 협의해 중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지역에서 세계농업유산 후보지를 제안하고 등재신청을 지원했다. 2007년 11월 인도에서 최초의 회합 이후 GIAHS 아시아 회합을 수차례 주최해 GIAHS 아시아 국가들 간의 협력과 교류를 증진하고 있다.

강승진 연구위원은 "유엔대학이 일본의 독창적인 농업문화 시스템의 종합적인 평가 기법과 유지·보존의 개발에 관한 연구 수행 등 다양한 역할을 했다"며 "이러한 점에 힘 힙어 일본 내 다수의 지역이 세계농업유산 등재될 수 있었다"고 했다.

▶제주 시사점

중국과 일본의 사례가 제주에게 던지는 메시지의 핵심은 하나로 모아진다. 등재 과정에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거다. 중국의 국가중요농업제도를 분석해 활용하고, 일본의 유엔대학처럼 제주에서 협력기구를 설립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강 연구위원은 "제주밭담의 세계농업유산 등재를 위해 중국의 NIAHS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제주밭담을 조기에 GIAHS로 등재시킴으로써 제주지역에 유엔대학과 같은 협력기구를 설립해 아시아 및 우리나라에서의 농업유산 등재 및 발굴에 역할을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연구위원은 "제주밭담뿐만 아니라 지역과 마을에 숨어 있는 유산을 발굴하기 위한 가칭 국가농업유산 발굴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것"도 제안했다. 농업유산발굴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국가농어업유산을 발굴하고 세계농업유산 등재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어업·농어촌유산으로 지정될 경우 FAO의 세계농업유산 기준에 맞게 보다 체계화하기 위한 방안을 수립하는 것을 조건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본은 GIAHS 등록을 위해 2002년부터 꾸준히 노력한 결과 20011년에 2곳, 2013년에 3곳이 성공한 만큼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며 "농업유산발굴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농어업·농어촌유산 관련 데이터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이 외에도 전담부서를 설치해 국가농어업유산 보전 및 관리 조례 등을 적극 활용하고, 지역주민에게 지역 농업유산의 가치를 일깨워줄 다양한 홍보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시아가 세계농업유산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농업유산 한·중·일 워크숍 때 제주를 찾은 타케우치 가즈히코 유엔대학 상급부학장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유럽이 견인해 온 것처럼, 다양함과 장대한 역사를 자랑하는 농업을 보유한 아시아가 중심이 되어 세계농업유산을 리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제주밭담을 세계에 꺼내놓은 제주도에게도 분명 '좋은 기회'임이 확실하다. 물론 철저한 준비를 해 나간다는 조건 하에 말이다.

특별취재팀=강시영·강경민·김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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