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28)한림읍 상대리

[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28)한림읍 상대리
  • 입력 : 2015. 02.17(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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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리 마을전경(위)과 천아오름 남쪽 소나무숲(아래).

가축분뇨 활용한 '친환경농장' 관광도 함께 살린다
4·3 이전만 해도 무려 14개 동네가 분산되어 있던 대촌락
조선시대 한림16경 중 하나… 상대과원으로 불리던 마을
농사 주작목은 잡곡·채소·감귤 주종 양돈장도 15곳 넘어
양돈분뇨로 생산된 전기, 전력시장에 되팔아 '수익' 창출



나지막한 천아오름 주변 아름다운 농로를 따라 걸었다. 밭이라고 하지만 돌담 언저리에 대나무들이 집터였음을 보여주는 곳이 많다. 식용수나 가축급수에 이용했던 연못들이 있다. 4·3 이전까지만 해도 무려 14개 동네가 분산되어 있던 대촌락이었다. 역고못, 돌개기, 송애못, 한산이왓, 웃천아오름, 알천아오름, 종구실, 사원이다리, 고한이, 못거리, 장수모를, 돔방굴, 케왓, 알가름 등. 조상 대대로 이웃하여 살아온 마을이 불타고 다시 재건하여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종구실 지역과 못거리라고 부르던 지항동과 한림3리와 인접한 알동네 정도다. 천아오름 남쪽 종구실 부근만 상대리가 아니다. 직선거리가 4km가 넘고 총 면적이 1037ha나 되는 큰 마을이다. 인구는 271명. 마을 면적에 비해 주민 수가 작다. 귀농 귀촌 인구 유입의 적지라는 뜻도 되고.

조선시대 한림16경의 하나라고 하는 상대과원(上大果園)으로 불리던 마을이다. 곳곳에 감귤과원이 조성되어 있어서 참으로 풍요로운 땅으로 기록되어있다. 그 시절에는 대촌리라는 마을 명칭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상대리, 중대리, 하대리를 모두 합하여 이르는 말이었다고 전한다. 대촌리의 웃동네라고 할 수 있는 마을인 상대리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양돈분뇨 바이오가스시설로 전력을 생산한다.

농사 주작목은 잡곡과 채소를 비롯하여 감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상대리에는 양돈장만 15곳이 넘게 있다. 양계장이 4곳. 오랜 기간 돈사에서 나오는 냄새로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은 많은 부분 저감대책이 실효를 거두기 시작하면서 마을 발전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타 지역에서 기른 돼지들이 마을 부근 도로를 통하여 도축장으로 운송하는 경우가 있어서 주민불편이 많다. 이 또한 다른 경로를 통하여 도축장으로 가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어서 가시적인 대책이 수립되는 중이라고 한다. 장용호(49)개발위원의 표현을 빌면 "요즘 돼지들은 사람보다 호강하는 것 같다. 에어컨시설과 온풍기까지. 돈사 냄새가 없도록 최신 첨단시설들이 돼지들을 위해서 투입되니 부럽기까지 합니다." 양돈 산업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흐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마을 발전에 가장 큰 장애 요인이 제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돈장 부근 방역 현장.

HACCP 양돈업체라고 하는 우리농장(대표 양용만)을 찾았다. 엄청난 규모로 돼지를 키우는 현대화된 시설. 엄격한 방역시스템이 먼저, 돈사에서는 우수한 돼지들이 자라고 분뇨로 바이오가스 플랜트에서는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며 돈사의 열과 액비를 가지고 옥상에 감귤온실을 운영하는 미래형 친환경농장이었다.

관심이 가는 대목은 양돈분뇨 바이오가스시설을 이용하여 혐기성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포집하여 그 열로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 생산된 전기를 팔아서 수익을 낸다고 했다. 문제는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생산된 전기의 3분의 1 밖에 가격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적한 농로길과 소나무숲.

이유 없이 똑 같은 전력가격에 차별을 두는 현실. 일거양득이 되는 일에 지원하는 장치도 수입해야 하나? 치밀한 행정력으로 현실적인 조정을 한다면 더 큰 희망을 열어갈 수 있는 것이다. 하루 양돈분뇨 50톤이면 연간 66kWh의 전력을 생산 할 수 있다고 했다. 월평균 전력소비량이 300kW인 농어촌 지역 100여 가구에 전력을 공급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양용만 대표는 '제값만 받을 수 있다면 생산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더 큰 투자를 해서라도 돼지 분뇨를 이용한 발전시설을 확충하고 싶다'고 했다. 다른 농장들도 수익이 되는 일을 마다 할 이유가 없고. 결국 대부분의 양돈농가가 이런 모델을 따라가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마련된다면 상대리 발전을 가로막는 양돈분뇨 냄새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과학적인 시스템으로 친환경 양돈산업을 발전시킨다면 상대리의 양돈 냄새는 옛 추억담으로 남아있게 될 것이다. 개발의 여지가 많은 풍광 좋은 지역이 많기 때문에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문승훈 이장

문승훈(53)이장은 지극히 현실적인 당면 과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농로가 협소하고 비포장이 많아서 마을발전에 걸림돌이라고 했다. 폭우에 속수무책인 지형들이 있어서 밭농사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저수지와 함께 폭우대비 토목공사가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동분서주 하고 있다고 했다.

장홍필(52) 개발위원의 94세 어머니는 지금도 밭에 나가서 일을 하신다고 했다. 자녀들이 차로 태워다주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콜택시를 불러서라도 밭으로 향하신다고 하니 제주 농촌 할머니들의 부지런은 세계 최강이다. 장수 노인들이 많은 곳 상대리. 마을 발전을 가로막는 다양한 난관들을 극복하기 위하여 분투하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 60세 우양순 부녀회장이 30년 뒤에도 건강하게 밭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세상. "그 때가 되면 500가호 정도 되는 마을로 변모 해 있을 것입니다." 14개 동네가 뿌려져 있던 대촌리의 영광을 다시 가져오겠다는 의지다. 상대리라고 부르기보다 종구실이라고 자주 부르는 것은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이 상대리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는 심정이기도 하다.

옛 동네들에 위치한 우물이며 연못, 소로길들을 지금의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관광자원화 한다면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했다. 바람 부는 천아오름에 올라 비양도를 바라보면 탁 트이는 기분을 맛보게 된다. 남쪽 지역에 소나무 숲은 재선충과 힘겨운 전쟁을 하고 있었다. 숲보다 더 큰 힐링 자원은 없다. 상대리의 미래를 위해 많이 살아남아 줬으면.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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