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수교 50년 제주와 일본을 말하다/제4부. 시마바라반도를 가다](2)보전·교육에 중점

[광복 70년·수교 50년 제주와 일본을 말하다/제4부. 시마바라반도를 가다](2)보전·교육에 중점
교육에 힘 쏟는 운젠 지오파크… 제주의 5년은?
  • 입력 : 2015. 05.18(월)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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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젠다케 재해 기념관 인근에 위치해 있는 '토석류 재해 가옥 보존 공원'. 후겐다케가 분화하던 1992년 발생한 대규모 토석류로 인해 매몰된 가옥 11동이 전시되고 있다. 비바람에 의한 손상을 막기 위해 가옥 3동은 대형 텐트 안에 보존되고 있다. 강경민기자

[전문가 리포트]강순석 박사(사단법인 제주지질연구소장)
일본인에게 운명같은 화산 재해
운젠지오파크, 교육 통해 홍보 주력
제주도세계지질공원 사후관리 미흡

강순석 박사

나가사키현 시마바라 반도(島原半島)에 위치한 '운젠 지질공원'은 2009년에 일본에선 처음으로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운젠 화산은 지금부터 20여 년 전인 1991년6월 3일 발생한 화산쇄설류에 의해 신문방송사 기자를 포함한 43명이 순식간에 희생된 곳이다.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화산재해의 현장을 기억하자는 뜻에서 이곳을 우선 지질공원으로 지정했다.

▶화산과 함께 사는 사람들=운젠다케 재해기념관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한다. 당시 화산체 정상부의 용암돔의 붕괴로 발생한 화산쇄설류는 바다까지 흘렀다. 해안변의 가옥들은 지붕만 남은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이 전시관에 서서 엄청난 속도로 마을을 덮친 화산쇄설류의 공포를 떠올리려고 애써 보았다. 제주에서 비가 많이 온 다음날 하천이 범람하는 '내터지는 날'의 모습이 연상된다. 비슷한 속도로 암석과 화산재가 합쳐진 폭풍이 밀어 닥치는 것이 화쇄류이다. 도저히 피할 수 없다. 앉아서 당한다는 말이 적당하다. 간접 경험으로 전시된 사진을 무심히 구경하거나 뜨거운 열에 녹아 버린 카메라를 보며 화산의 무서움을 느껴보려고 애쓰고 있을 뿐이다.

우리 제주도에도 과거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다만 다행인 것은 현재 제주도에는 살아 움직이는 화산이 존재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일본인들에게 있어 운명과도 같은 화산 재해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살아 움직이는 화산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

실제로 화산분화 사진집을 내기도 했던 세계적인 사진작가인 크레프트씨 부부도 이곳에 있었다. 부인을 대동하고 이곳을 찾은 크레프트씨는 언덕 위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생생한 화산분화의 현장을 보도하려고 10여명의 사진기자를 포함한 취재진과 함께였다. 잠시 후 이들은 모두 사망했다. 설마 이곳까지 화쇄류가 덮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유명한 화산 르포 사진작가도 결국은 본인이 좋아했던 화산에 묻혔다. 운젠이 그의 마지막 사진이 됐다.

▶'교육과 보급'에 힘 쏟는 운젠 지오파크= 운젠다케 재해기념관인 가마다스 돔에는 운젠 지오파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일본에서는 지질공원을 영어식 표현 그대로 사용해 '지오파크'라고 부른다. 가마다스 돔 박물관 로비에 설치돼 있는 게시판에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손글씨로 만든 A4 한 장 크기의 '운젠 지오파크 신문'이었다. 내용을 잘 읽어보면 학생이 느끼는 운젠 지오파크에 대한 교육 효과를 파악할 수 있다.

화쇄류, 토석류, 용암을 포함한 후겐다케의 화산활동과 특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 여기에 또 다른 설명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된다. 다음은 학생이 쓴 손글씨 신문의 내용을 번역한 것이다.

「화쇄류란 무엇인가. 약 800도의 화산 가스,화산재, 스코리아, 용암괴가 한 덩어리가 되어 화산의 사면을 시속 100㎞의 속도로 휩쓸려 내려오는 현상을 화쇄류라고 부릅니다. 1991년 6월 3일의 화쇄류는 화산을 취재하고 있던 기자들과 소방관 등 한꺼번에 43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9월 15일의 화쇄류로 인근 초등학교가 불에 타버렸습니다. 마그마가 지상에 분출한 것을 용암이라고 부릅니다. 용암의 점성이 강하면 흐르지 못하고 화구 주위에 겹겹이 쌓여 우산과 같은 모양으로 부풀어 올라 굳어집니다. 이것을 용암돔이라고 합니다. 용암돔은 단기간에 성장한 몇 개의 용암 로브(lava lobe)로 만들어지는 게 보통입니다. 후겐다케의 용암돔은 13개의 용암로브가 순차적으로 만들어지며 붕괴 하강을 반복했습니다. 9월15일에는 화쇄류가 발생하여 제3로브가 붕괴됐습니다. 현재 헤이세이진잔(平成新山)으로서 산정 부근에 머물러 있는 용암돔의 부피는 약 1억 톤입니다. (중략) 감상: 화쇄류나 용암(돔)토석류의 무서움을 알게 되어 큰 공부가 되었다. 또한 앞으로 여러 가지 점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제주 지질공원 사후관리 부족=세계지질공원의 목표는 3가지이다. 지질 유산의 보존, 교육, 지질관광이다. 지질공원의 주인공인 지역 주민이 주도적으로 지질 자원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지질공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이 필요하고, 그 방안의 하나로 지질관광을 제안하고 있다.2010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이 제주다. 그 후 5년간 지질공원에 대한 활동과 예산은 거의 없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세계적'인 타이틀을 따는 데에만 관심이 있을 뿐 사후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다. 유네스코와의 약속을 이행하려는 선진 마인드가 요구된다.



[운젠다케 재해기념관은 어떤 곳?]
"기억의 공간서 시작되는 화산과의 공생"
운젠지오파크의 중심… 재해교육 전해


인간과 화산의 공생은 결코 쉬운 얘기가 아니다. 살아있는 화산은 수시로 위협적인 모습으로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그러나 시마바라반도 사람들은 화산 분화가 남긴 상처를 억지로 지우기보다 남겨두는 쪽을 택했다. 재해에 맞서면서 얻은 교훈과 혜택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나가사키현 시마바라시에 위치한 '운젠다케 재해기념관'에는 이러한 기억의 방식이 담겨있다.

운젠다케 재해기념관에 전시돼 있는 대형 사진. 1990~1996년 운젠 화산을 대표하는 후겐다케 분화 당시 피해를 극복해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겼다. 강경민기자

운젠다케 재해기념관은 '운젠 지오파크'(운젠 지질공원)의 중심이다. 일명 '가마다스 돔'이라고도 불린다. 시마바라 사투리로 '힘내라'를 뜻하는 말이다. 이름이 말해주는 것처럼 화산분화의 역사부터 재해를 극복해 온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의 이야기가 돼 담겨있다.

얘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꽤나 다양하다. 화산분화의 위협을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만지면서 느낄 수 있게 했다. 재해 당시 불 타 버린 전봇대와 전화박스는 실물 그대로 기념관 한편에 전시돼 있고, 유리 바닥 아래로 보이는 화산쇄설류 휩쓸린 나무들은 당시의 참상을 떠올리게 한다.

시계를 돌려 20여 년 전 후겐다케 분화 당시로 돌아가 보게 하는 공간은 흥미롭다. 헤이세이 대분화극장이다.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듯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눈 앞으로 화산쇄설류와 토석류가 쏟아지고, 거세게 흔들리는 바닥과 위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바람이 현실감을 더한다. 위협적인 자연의 모습이 온 몸으로 다가온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재해를 통해 인간이 얻은 교훈에 중점을 맞춘다. 기념관에 전시된 사진과 영상 등은 재해를 겪으면서 단단해진 위기관리체계와 높아진 방재 의식을 보여준다. 고향을 버릴 수 없었던 사람들이 온천과 화산이 만들어 낸 독특한 자연 경관 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사는 모습은 삶의 지혜를 전하기도 한다.

운젠다케 재해기념관은 재해를 직접 겪지 않았던 세대를 위한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때때로 위협적인 자연의 모습과 이에 맞서는 사람들의 지혜, 화산과의 공생 방식 등을 후세에 전승해 나가는 것이 기념관이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시마바라반도 지오파크 협의회와 관광연맹도 기념관 안에 사무국을 두고 지오투어(지질관광), 교육·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운젠 지오파크를 알리기 위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교육입니다. 어린이들에게 너희가 살고 있는 곳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 지를 알려주는 거죠. 이러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크면 지오파크 전문가가 되거나 자신의 지역을 홍보할 수 있으니까요." 시마바라반도 지오파크협의회 사무국의 오오노 마레카즈 박사의 말은 인간과 화산의 공생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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