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나 현재나 미래나 치산치수는 국가 통치자의 덕목 중 하나다. 먹고사는 문제와 재해를 예방하는 관건이기도 하다. 국토의 70%가 산림으로 이뤄진 우리나라의 치산치수는 중요성이 더 크다. 우리의 치산치수 기술은 거듭 발전해 왔다. 적잖은 예산이 투입됐고 새기술 도입으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사실 1970년대 이전엔 치산이 핵심이 됐으나 이후 치수에 초점이 맞춰졌다. 기후변화로 게릴라성 집중 폭우가 내리면서 물을 다루는 문제는 보다 고도의 기술과 자연의 이해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치수는 단순히 홍수예방에 그치지 않고 용수부족 해결 등 상생이라는 관점으로 접근이 요구된다. 우리는 종종 '물흐르 듯'하라는 말을 쓴다. 하지만 MB 정부의 4대강 사업처럼 밀어붙이기식의 물관리는 그 후유증이 너무 아프다.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면서 치수를 할 수 있느냐에 우리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는 태풍의 길목에 위치해 매년 1~3개의 직·간접 영향을 받는다. 이로인한 인명과 재산피해가 엄청나다. 지난 2007년 제11호 태풍 '나리'의 내습 때는 12명이 숨지고 928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당시 기록적 폭우로 시내를 관통하는 병문천을 비롯 곳곳 하천이 범람해 피해를 키웠다. 이에 도가 중장기 재해예방사업으로 저류지라는 하천개발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저류지는 거대한 빗물 저장소다. 저류지는 폭우 등 유사시 유입된 물을 천천히 지하로 스며들게 하는 역할을 해 홍수 등 피해를 예방하는 저감시설이다. 한천·병문천·독사천 등 제주시 도심하천 4곳에 900억원이 투자돼 12개소의 저류지가 건설됐다. 이밖에도 농경지 침수예방 저류지 39개소와 재해예방을 위한 저류지 19개소가 있다.
비 많은 제주에 총 69개소의 다용도의 저류시설이 설치되면서 관리와 운영에 미숙함이 적지 않다. 적은 규모는 수천톤이나 크게는 40만톤 저장규모에 총 저류용량은 262만9730톤이나 된다. 각각 목적의 저류시설은 담당부서가 나뉘면서 우기와 태풍 등 자연재해 발생시 체계적인 관리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저류시설로 인해 엉뚱한 곳이 침수되는 재해위험지구가 재탄생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물론 저류지의 긍정효과가 크다. 저류지가 조성된 이후 집중폭우와 태풍 등에도 시내 물난리가 사라졌다. 지난해 8월 제2호 태풍 나크리 북상 때 한라산에 최대 1182㎜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지만 끄덕 없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현상으로 치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에게 다가온 현실 문제다. 그러기에 제주도도 선제적 대응 차원의 저류시설을 갖춘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컨트롤 타워 없이 도 각지에 시설된 저류지가 제각각 운영·관리되면 곤란하다. 3원화된 관리는 본연의 목적과 기능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저류시설은 타지자체에서 벤치마킹 대상이다. 도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관리·운영체계를 수립, 수해예방의 효자손으로 거듭나야 한다. 특히 도에 재난총괄의 안전관리실 신설과 직제개편으로 인사까지 이뤄진 만큼 이 부분의 개선이 우선이다. 시시각각으로 자연재해는 우리를 노린다. 때문에 지금 변화와 혁신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 올인해야 할 때다. 현재의 안일한 운영관리체계에 대한 지적을 무시하면 당장은 넘어가겠지만 결국 그 화는 도민들에게 올 뿐이다. <오태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