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건널목, 19세기 한국사의 재발견

시대의 건널목, 19세기 한국사의 재발견
● 김정인 교수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
  • 입력 : 2015. 08.21(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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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는 '눈'에 따라 사건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지금 우리사회를 관통하는 통합적 가치는 '민주주의'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적 역사 인식은 오래도록 외면받아왔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386세대이자 역사학자 김정인 교수가 '한국 민주주의의 기원'에 주목했다.

책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는 20여 년 간의 시민운동 경험, 사회과학계의 민주주의 이론과 현실에 대한 연구 성과, 한·중·일 역사대화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역사학계의 민족주의와 민중주의적 시각을 뛰어넘어 민주주의의 눈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맹아를 탐색하고 있다.

저자는 19세기부터 1919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출범까지의 역사에서 민주주의의 기원을 살펴본다. 역사학계가 주목한 농민항쟁과 사회과학계가 집중한 개화운동 모두를 아우르고 역사학계 내에서도 분절된 조선 후기사와 19세기사 연구를 '민주주의의 기원'이라는 화두로 담아냈다.

저자는 명명되지 않았고 구체적으로 제도화하지 않았을 따름이지, 민주주의는 이미 우리 안에 그 가치와 내용을 담은 문화와 문명으로서 실재했음을 '인민' '자치' '정의' '권리' '도시' 등 핵심 개념으로 명쾌하게 풀어간다.

민주주의를 핵심 사관으로 삼아 바라보면 19세기를 조선후기사와 근대사로 분리하는 방식이 아닌 연결되는 총체적 역사 흐름으로 살필 수 있고, 그때 비로소 민중과 지배계급의 대결, 개화와 척사의 갈등 등 도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지금까지 역사학이 함께 초대한 적이 없는 '전봉준으로 상징되는 인민'과 '김옥균으로 상징되는 개화파'의 첫 만남을 이루었다. 희생을 마다않고 민주주의를 추구한 역사적 주체라는 동등한 자격으로 한자리에 서게 된 것이다. 이 책은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적 기원'에 대한 이러한 성찰이 다시 민주주의에 대한 풍성한 논쟁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학문적 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민주주의가 형성되고 발전되어온 배경 및 동인들을 역사적으로 추적함으로써 전체 그림을 완성해가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이 책은 또한 종적 시간과 횡적 사건들을 주제별로 엮어 재구성하는 방식의 역사 연구와 글쓰기를 시도하려는 의지도 담았다. 책과함께.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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