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65)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65)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여덟가지 경관에 맑은물이 운치를 더하는 ‘물영아리’ 마을
  • 입력 : 2015. 11.17(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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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영아리오름 정상 분화구 람사르습지(위)와 목장의 초지와 숲, 오름이 빚어내는 수망리 풍경(아래).

목장지대 드넓은 남원읍 동쪽끝서 560여년 역사 품은 곳
람사르습지로 등록·보호되고 있는 제주섬 생태계의 보고
독특하고 수려한 자연경관 ‘수망팔경’으로 격조 높게 표현
주민 "마을목장 부지 활용해 풍요로운 마을만들기" 매진



마을 이름 水望里. 뜻 그대로 물을 바라는 마을이다. 지금도 가뭄이 들 때 수영악에 올라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온다고 믿는 사람들의 마을. 아이러니 한 것은 안을 들여다보면 냇가에 물이 풍족하다. '하데기수' '선대기수' '올리수' '덕짝국지' 등 지금도 물이 잘 썩지 않고 맑은 물이 고여 있어서 마을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김승남(75) 노인회장이 전하는 설촌의 역사는 약 560년 전 '동박낭 밭' 인근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수망리의 역사는 시작되었다고 한다. 목장지대가 많았던 역사를 지니고 있어서 면적은 엄청나게 크다. 남원읍의 가장 동쪽 마을이어서 가시리와 인접하고 있다. 북쪽 궤팬이오름과 물찻오름 지경에서부터 의귀리와 인접하는 지역까지 크게 펼쳐지며 내려오는 마을이다. 그 중간 지점 정도에 마을의 정신적 구심점이라고 할 수 있는 물영아리오름이 있다. 마을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옛 이야기가 정겹다. 드넓은 목장지대에 가뭄이 들어 모든 물이 말라버리면 마소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물영아리 오름에 있는 분화구 물을 마시러 수백 마리가 올라가던 모습. 참으로 장관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람사르습지로 등록하여 보호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 환경부가 보전가치를 인정하여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물영아리 습지는 제주도 소화산체 분화구 및 온대산지습지의 전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형과 지질 및 경관생태학적 가치가 우수한 산정화구호로 분화구 안 습지의 육지화과정과 습지생태계의 물질 순환을 연구할 수 있는 대표적 지역이라는 것이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영아리난초를 비롯하여 멸종위기종인 물장군, 맹꽁이, 긴꼬리딱새, 팔색조 등이 서식하고 있다. 필자가 물영아리오름 둘레를 돌아보던 저녁 시간, 노루 예닐곱 마리가 바로 앞으로 지나갔다, 겁도 없이.

두마리 오리 전설을 가진 오리수는 결코 마른 적이 없다.

문화재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법한 곳이 있었다. 조상 대대로 드넓은 지역에 사냥을 나가는 경우가 있었다. 밤이 깊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거나, 잠을 자면서 수렵을 해야 할 경우에 이용하던 굴을 '괴야'라고 부른다. 수망리에는 '황칠남도괴야' '아니모든괴야' '샛올리수괴야' 등이 남아있다. 농경과 목축을 중심으로 하는 중산간 마을 사람들이지만 수렵의 여건도 하나의 생활문화로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는 증거다.

목마장의 역사를 보여주는 삼나무숲 잣성길.

자연경관을 중심으로 바라보면 수망리는 독특한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수망팔경을 통하여 축약하면 이렇다. 물영아리오름 동녘에서 다양한 오름 군상과 새벽 일출을 맞이하는 장관-동척조일(東脊照日), 물영아리오름 뒷면 언덕에서 조용히 바라보는 눈 쌓인 겨울 한라산의 모습-앙망설산(仰望雪山), 기러기와 청둥오리, 원앙과 같은 겨울철새들이 신물호수에서 유유히 노니는 아름다운 풍경-홍유신호(鴻遊神湖), 여름이면 물영아리오름 정상에 물이 드넓게 가득찬 풍요롭고 신비스런 모습-영담만경(靈潭萬頃), 가을 들녘 햇살을 받아 마치 물결처럼 은빛으로 일렁이는 억새꽃의 향연-추양은망(秋陽銀芒), 넓은 초원에 고사리 장마가 올 때면 우후죽순처럼 들녘을 수놓는 고사리들-세우야궐(細雨野蕨), 민오름 뒤편 줄기에서부터 수망리마을 아랫자락까지 약 25리에 걸쳐서 펼쳐진 구실잣밤나무 군락이 5월이면 그윽한 향을 계곡 가득 덮어서-율화만향(栗花滿香), 예로부터 하천에 고인 물이 풍부하여 아름다움을 풍경을 만들었다 하여-수망하곡(水望夏谷). 조금은 규격화 된 느낌을 주는 고전적 풍광 설명이지만 격조가 있다.

전봇대보다 훨씬 큰 방풍림길이 마을 감귤농사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걸어가며 자연을 만끽하는 새로운 풍속이 등장하면서 주민들이 합심하여 만들어낸 물보라길이 있다. 총 4.8㎞다. 생태하천에서부터 소몰이길, 목장초원길, 오솔길, 삼나무숲길, 잣성길을 연결하면 물영아리 오름을 한 바퀴 돌게 된다. 제주의 중산간 마을이 보유한 자연적 가치의 진면목을 몸과 마음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코스다. 군에 귀속 되었던 마을목장 땅 45만평을 법정다툼을 통해서 기필코 찾아온 뚝심 있는 마을공동체다. 마을이 보유하고 있는 유·무형의 자산들을 바탕으로 풍요로운 마을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민 수는 400명, 가구 수는 179가구. 최근에 이주해 온 가구가 많다고 한다.

김용태 이장

김용태(49) 이장이 밝히는 마을 발전 전략은 "수망리가 가지고 있는 지역적 특성을 살린 공동체 사업장을 마련 할 수 있도록 권역종합정비사업과 45만평 마을목장 부지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펼칠 것입니다. 외부에 나가 있는 마을 출신들이 돌아와 취업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우리 세대가 다해야 할 역할이며, 후손들을 위한 임무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마을 주민들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는 남조로 확장공사를 빠른 시일 내에 완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아침저녁으로 경험하는 차량정체는 수망리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최근 신공항 소식에 기대가 컸다. 남조로 확장에 청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성언(48) 새마을지도자는 일관되게 "젊은이들이 수망리에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든 최우선 사업으로 펼쳐야 합니다. 마을 발전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마을을 가장 살기 좋은 마을로 발전시키려면 청년들의 패기가 절실하다는 요구였다.

수망리의 가장 큰 꿈을 물었다. 대답이 호쾌하다.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해서 꾸준하게 기금을 모아 노인이 되면 마을연금을 타서 쓰는 마을로 만드는 것이다. 마을을 하나의 기업이며 노년을 대비하는 협동조합의 형태로 바라보고 있는 안목이 놀라웠다. 수망리는 가능할 것이다. 방대한 마을 소유 토지와 생태자원을 비롯하여 농업경관이 뒷받침 하고 있으니까. 세대가 바뀌고 있었다. 생각 또한 더욱 진취적으로 바뀌고 있는 수망리다.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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