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헬 제주'에서 악취 문화 때려잡기

[하루를 시작하며]'헬 제주'에서 악취 문화 때려잡기
  • 입력 : 2016. 01.13(수)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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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도 거리마다 '힐링' 간판이 대세다. 자연으로 몸의 원기를 회복하는 '힐링 제주'. 제주의 자연은 2차 원시림인 곶자왈의 동력이 있고 태평양 푸른 물결이 감돌아 주는 곳이니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헬 제주'로 낙인 찍히고 있다. 그 소문의 진상은 '근로자의 90%가 평균임금보다 못한 임금을 받는다'는 데 있었다. 자동차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온갖 공사로 제주 자연이 앓고, 외지 자본의 무분별한 유입과 난 개발로 인한 부작용이 해결되지 않고 쌓여만 가는 곳'이란 것도 한 몫 한다. 한 술 더 뜨면 곶자왈은 훼손정도가 30%를 훨씬 넘어서 버렸고, 거리마다 넘쳐나는 쓰레기더미와 기온이 상승하면 지독한 악취에다 변두리 농촌에서 마구 뿌려대는 농약냄새에 발효되지 않은 축산 폐기물의 거름 냄새까지 덧붙어서 시기를 잘못 탄 내방객들에게는 어느새 '지옥에서 보내는 한 철'이 되기 십상이다.

악취물의 주요 발생원은 분뇨처리장이나 축산폐수처리장, 하수처리장 등의 황화수소가 주범이다. 하여 제주를 비롯한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서는 '유용미생물(EM)을 이용한 환경개선운동을 펼치고 있다. 제주EM센터는 전국 최초로 건립되었으나 그 활동은 후발주자들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제주의 축산업자들은 관청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자발적으로 움직이기를 싫어하니 폐기물 처리 비용을 쓰지 않아 돈은 많이 벌지만, 악취를 비롯한 환경오염은 도민의 몫으로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라 센터 측은 말한다.

이런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제주도정 역시 지극히 미온적이다. 그들만의 방식은 으레 그렇듯이 일시적이고 간헐적이다. 5년 전 봉개 회천 쓰레기 매립장의 경우 EM을 뿌려 악취를 절감시켰으나 생각 있는 관련담당공무원의 인사이동으로 도루묵 되어 버렸다. 그래서 봄여름 그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코를 틀어막아야 했다. '자리이동만 있지 업무의 인수인계는 없는 제주도 공무원'의 속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EM환경사업이 경제적으로 그리 힘든 부분도 아니다. EM발효 원액 20톤을 증식시키면 2000톤이 되기 때문에 하수종말처리장 한 곳을 정화하는데 한 달 처리 비용은 고작 10만원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우리가 공짜로 해준다고 해도 귀찮아서 안 해요."라는 제주EM환경센터 측의 말처럼 결국 문제는 해결책이 없는 것이 아니라 관련업자들의 '인식부족' 문제요, 지나치게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게으른 제주도정' 탓인 것이다.

타 지역 EM센터에 따르면 인제군에서는 작년 한해 EM발효 원액 320톤을 생산, 토질 개선 유기농 농법 개량과 읍내 생활환경개선용으로 보급했고, 화학공장이 많아 악취는 물론 하천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동두천시에서는 EM환경정화 사업으로 2008년 상패천 하류가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물이 어느 정도 오염됐는지 표시하는 지표) 14mg/L이던 것을 2010년 사업 후에는 BOD 8.2mg/L로 절감시켰으며, 2015년 한 해도 신 시가지 악취절감 노력의 결과가 악취농도 14.6이던 것이 3의 비율로 나타났다고 한다. 현재 동두천 시내 71개소 EM 무료 보급통 설치 확대 등으로 볼 때 제주도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도 개발 정책의 롤 모델은 가시적으로는 싱가포르를 따르고 있는 듯 하나 길거리에 종이 쪼가리 한 장 없는 그들의 뛰어난 청결문화 '그린 크린 정책'에는 감히 비교할 엄두도 나지 않을 만큼 역부족이다. '그린 크린 정책'은 환경 정책이기 전에 관리들의 부패 척결인 '크린 정부'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자연과 문화 사람의 가치를 내세우는 제주도가 악취문화를 때려잡고 진정으로 배워야할 바로 그 부분일 것이다. <고춘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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