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감정노동자 '엄마'의 실상은?

24시간 감정노동자 '엄마'의 실상은?
28인 블로거의 책 '엄마 폭발'
  • 입력 : 2016. 01.15(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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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면 누구나 겪는 '엄마 폭발'을 아시나요?"

모성, 그것은 흔히 고운 빛깔로 채색된다. 자장가가 배경음악으로 흐르고 나비가 춤추며 꽃이 활짝 피어나는 가운데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천사로 묘사된다. 뭐든지 엄마의 손이 닿으면 더 좋아진다. 의사가 못 고치는 상처도 엄마의 뽀뽀 한번이면 싹 낫고, 아무리 예민한 아이라도 엄마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으면 누그러진다. 하지만 육아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누군가는 '엄마 폭발'은 '중2병'보다 더 무섭다고 말한다. '엄마 폭발'이란 엄마로서 일을 하다가 외부적인 충격에 의해 정신을 놓아버리거나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현상, 엄마만 겪는 직업병(?)을 이르는 신조어이다.

아이에게 완벽한 어린 시절의 경험을 선물하고 싶어서 예약까지 해가며 비싼 놀이공원에 갔는데 아이가 감사해하지 않아서 뚜껑이 열린 적이 있는지? 딸래미가 미용실 놀이를 한답시고 자기 머리카락을 잘라버리는 바람에 냉정을 잃었던 적은? 이 책에 나오는 엄마들도 '엄마 폭발'의 증상을 겪고 있다.

세계에서 24시간 동안 감정노동을 하는 유일한 직업이 있다면 그것은 엄마의 일이다. 엄마, 아내, 며느리, 학부형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임신, 육아, 가사, 맞벌이까지 나열하기도 벅차다. 육아는 전쟁터에 한가운데 설치된 고리 3개를 연달아 통과하는 서커스와 비슷하다. 육아의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책에 실린 비현실적이고 불쌍한 이야기들이 가짜이길 바라며 아직도 꿈만 꾸고 있다.

이 책에서는 엄마 폭발의 증상은 다섯단계로 진행된다고 말한다. 첫 단계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징징거린다. 두번째 단계는 생활연령이 3세로 후퇴한다. 세번째 단계는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을 이성적·논리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 네번째 단계는 자존감이 크게 손상되었다고 느낀다. 다섯번째 단계는 모든 것이 파괴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목표를 이루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리사 위더스픈 등 미국 최고의 엄마 블로거 28인이 '엄마 폭발'순간을 고백한다. 전업주부 뿐 아니라 사진가, 작가, 사업가, 교사 등 다양한 일을 하지만 '엄마'라는 공통점이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늘 끙끙거리고 있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엄마'라는 신세계에 입성한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를 읽다가 동병상련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위로를 얻으면 된다. 엄마 폭발과 함께 찾아온 깨달음을 요약한 보너스 팁도 흥미롭다. 폭발에 대처하는 12가지 방법, 엄마 폭발 5단계 대처법, 작은 '악당'들과 평화롭게 지내는 법: 초등교사의 조언, SNS시대 화풀이에 대한 단상, 폭발 후 회복하기 등이다. 나무발전소.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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