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오롯이 담긴 그대의 혜안·목소리

[책세상] 오롯이 담긴 그대의 혜안·목소리
故 박완서 5주기 맞아 대담집 '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 출간
  • 입력 : 2016. 01.29(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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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보면, 소설가 박완서는 '우리'와 동시대를 관통하기도 했고 아니기도 하다. 적지않은 시간을 함께 지나왔지만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커다란 역사를 통과했고 '우리'는 어지러운 속도의 세상에 당도해 있다. 그가 당대를 똑똑히 바라보고 기록하고 작은 실바람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우리'도 그래야할 사명을 갖고 있다.

지난 22일은 소설가 박완서(1931~2011)의 5주기였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생전 대담과 인터뷰를 모은 '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이 출간됐다.

고인이 '나목'으로 문단에 데뷔한지 10년이 됐던 1980년부터 그가 영면에 들기 한해 전인 2010년까지 고인이 후배 문인과 문학평론가, 기자 등과 진행한 대담 9편을 엮었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5년이 지난 지금, 생생한 그의 목소리를 글로 더듬으며 추억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김승희 서강대 교수와 장석남·이병률 시인, 김연수·정이현 소설가, 신형철·박혜경 문학평론가가 생전 작가와 각기 만나 주고받은 이야기를 담았다.

책 속에는 문인, 엄마, 여인, 딸 박완서의 모습이 모두 들어 있다. "소설이 무슨 거창한 어떤 것이라기보다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밟힌 제 자신의 울음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시원한 울음에는 일종의 감미로움이 있듯이 그 소설이라고 하는 것에도 감미로움이 있는 것이라고 보입니다."(1996년 장석남 시인과 대담)

"우리는 대가족인데다가 어휘가 풍부한 집안이었어요. 수다스럽진 않았지만 가족끼리 많은 말을 주고받았죠. 그리고 또 중요한 점은 아이의 말을 끊지 않았다는 점이에요."(2008년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과 대담)

사람다움을 짓밟는 힘에 맞서려면 갖춰야 할 부끄러움과 오기, 여성으로서 느껴야 할 한계는 없다는 선구자적인 생각, 늘 새로운 것에 관심을 두는 태도 등 '선생' 박완서의 혜안도 엿볼 수 있다.

이병률 시인은 5주기에 부치는 글 '당신은 참 아직도 여전히 예쁘세요'를 담았다.

이 책을 엮은 고인의 첫째 딸 호원숙(62)수필가는 "어머니와 만나 인터뷰한 글의 행간에서, 무슨 비밀이 숨어 있지는 않을까 깊은 서랍을 뒤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박완서 소설은 미궁이나 미로란 소재와 거리가 멀지만, 이번 대담집은 '박완서 문학'으로 가는 열쇠가 숨겨져 있다. 달.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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