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살아남은 한 소녀의 아픈 이야기

[책세상]살아남은 한 소녀의 아픈 이야기
권윤덕의 제주4·3 그림책 '나무 도장'
  • 입력 : 2016. 03.04(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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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도 빨갱이예요? 빨갱이가 뭐예요?" "글쎄 나도 모르겠다. 바다 건너 들어온 말이지."

'4·3'의 비극을 낳은 이념몰이와 '다른 생각'에 대한 차별과 증오는 7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상존하면서 또 다른 분쟁과 고통을 양산하고 있다. '4·3'은 여전히 어루만져야 할 상처이며 끝없이 돌아봐야 할 역사이다.

제주 4·3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한 소녀의 아픈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엮어졌다. 학살현장에서 살아남은 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제주4·3'의 슬픈 역사를 간결한 글과 한편의 영화 같은 그림으로 돌아보고, 그 상처를 어루만진다.

권윤덕 작가의 제주4·3 그림책 '나무 도장'은 빌레못굴 학살 사건을 핵심 모티프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열세 살 소녀 '시리'는 집안 누군가의 제삿날, 어머니를 따라 집을 나선다. 두 사람이 다다른 곳은 산자락 우거진 덤불 사이 입구가 좁다란 동굴. 어머니는 동굴 속 어디쯤 자리를 잡고 앉아 '시리'에게 10여 년 전 빌레못굴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토벌대에 의해 남편과 식구들을 잃고 토벌대원인 동생 덕분에 살아남은 어머니, 어머니를 죽인 사람을 외삼촌으로 따르는 소녀, 항쟁과 토벌, 학살과 보복의 아수라장이 낳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권 작가는 지난 3년 간의 현장답사와 인터뷰, 고증과 독자 모니터링을 통해 4·3의 역사를 더욱 객관적으로 정확히 재현하려 했다고 말한다. 실재했던 사건이면서 이념과 정치적 견해에 따른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고 직접 겪은 사람들과 유가족이 지금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권 작가는 "그 무엇보다도 놓칠 수 없었던 것은 평화와 인권의 가치와 그것을 지켜 줄 인간에 대한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김동만 한라대학교 교수는 서평을 통해 "이 책은 '4·3사건'이 무엇이라 규정하기보다는, 4·3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역사 속에서 개인의 삶이 얼마나 가치 있으며 그 삶을 어떻게 지켜내야 할지를 고민하게 해 준다"고 평했다.

출판사 측은 "이 그림책이 평화로 가는 작은 징검돌로 쓰이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평화를품은책.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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