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9살 아이가 77년 지나 털어놓는 4·3 기억

[책세상] 9살 아이가 77년 지나 털어놓는 4·3 기억
황금녀의 제주어시집 '베롱한 싀상'
  • 입력 : 2016. 05.05(목) 16:58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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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할머니 시인'으로 등단한 이후 제주어 시집을 꾸준히 내고 있는 황금녀(84)시인의 제주어시집 '베롱한 싀상'이 나왔다. 수록된 작품들은 4·3당시 9살이었던 시인이 77년이 지나 털어놓는 이야기를 제주어 시편으로 담아낸 것이다.

 수록작들은 모두 시인의 기억에 각인됐던 이야기 들이다. 제주섬 사람들의 가슴에 묻혀진 아픔을 제주어로 건져올리면 그것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제주어보존회 회원이자 창조문예 회원으로서 제주어 시 작품을 꾸준히 펴낸 시인은 어릴적 4·3에 대한 기억과 침묵으로 보내야했던 긴 세월을, 책 속에서 제주어 시로 썼다. 4·3 회오리에 휩쓸려 희생된 가족과 이웃보다는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회한과 그리움에 대해 풀어간다.

 조천읍 함덕리 출신으로 자신이 경험했던 4·3 당시의 공포에 가득 찬 기억을 풀기도 하고, 떠난 이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시인은 처참하고 억울한 4·3사건을 넘어 상생과 화해가 묻어있는 마음을 길어 올린다.

 시를 제주어로 쓴 데에는, 소멸 위기 언어로 등록된 제주어를 보존하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이 담겨있다. 낯선 제주어 단어들을 몇 번씩 곱씹어보면 9살 어린 아이가 품어온 아픔이 진하게 뭍어나온다.

 지난 2010년 12월,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소멸 위기 언어로 분류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제주문화의 원형을 발굴하고 보존하면서 현대적 해석과 전승에 힘을 쏟는 와중에 전해진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제주인의 삶을 담고 있으며, 제주문화를 전승하는 도구인 이러한 제주어를 아이들에게 전하기 위한 동시집 '고른베기'를 펴내기도 했다. 도서출판 각.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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