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모험교육

[하루를 시작하며]모험교육
  • 입력 : 2016. 05.18(수)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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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사회교육과 관련된 세미나에 다녀온 적이 있다. 글로벌시대의 사회교육이란 주제로 여러 나라의 교육사례들이 소개되었는데 삼십년 가까운 세월을 청소년 사회교육에 몸담아온 필자로서는 여간 부러운 내용이 아니었다. 특히 필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모험교육'이란 말이었다.

'모험'하면 얼른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톰 소여와 학클베리 핀이다. 미시시피강을 무대로 펼쳐지는 두 개구쟁이의 모험 이야기는 바로 미국인의 정신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자연과의 교감, 이웃에 대한 배려, 정의감, 진취적인 기상,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인내심과 용기 등 미국인들이 내세우는 덕목들이 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한다.

이런 덕목들은 교실에서보다는 사회교육을 통해 체득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사회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교실에서의 시험 성적 못지않게 보이스카웃 같은 단체활동이 대학 입학의 중요 평가항목이라고 한다. 숲에서 행해지는 캠프는 그야말로 모험교육의 모범이 아닐까 한다. 야영이 원칙이고 텐트치는 법, 요리하는 법, 자연에서 생존하는 지혜 등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일본에서도 유치원 때부터 모험교육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유치원생들에게 나무에 오르게 하는 교육내용이 소개되었는데 필자에게는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름드리 높은 나무를 유치원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오르고 있었다. 물론 떨어질 위험이 있고 다칠 위험도 상존하지만 그 위험을 피하기보다는 극복하게 하겠다는 교육철학이 저변에 깔려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모험교육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유치원생들에게 높은 나무에 오르게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러다가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학부형들이 벌떼처럼 달려와 항의를 하고 언론에서는 위험한 교육을 하였다 하여 해당 유치원을 폐쇄하는 쪽으로 몰아가지 않을까? 우리나라라고 하여 이런 모험교육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야영 프로그램도 있었고 해병대극기 프로그램도 있었다. 그러다 몇 번의 사고가 있을 때마다 언론의 폭탄세례를 받고 위축되어 끝내 사라져 버린 것이라고 생각된다.

몇 년 전 '태안반도 해병대 극기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발생한 대형사고를 기억할 것이다. 언론에 의하여 갖가지 문제가 드러났고 행정당국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갖가지 규제를 가하여 이런 프로그램의 씨를 말렸다고 생각한다. 비리나 문제를 덮자는 것이 아니다. 안전을 강구하는 것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프로그램 자체를 악으로 몰아 단죄하는 사회분위기는 자제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세월호 사건은 2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우리의 가슴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바로 뒷날 경기도 교육당국은 경기도내 모든 학교에 대하여 수학여행 자제령을 발동하였다. 이에 편승하여 전국의 모든 학교에 권고의 형식이긴 하지만 단체활동 자제령이 떨어졌고 그와 관련된 경제주체들에 후폭풍이 밀려왔다. 수학여행 학생들을 주고객으로 하는 여행사, 숙박업체, 식당, 청소년수련원 등이 부도직전의 극심한 불황을 겪었고 경제가 삐걱거렸다. 수학여행이 무슨 죄인가. 행정이 굳이 앞장서서 자제령을 내렸어야 했을까. 슬픔은 슬픔대로 지긋이 인내하면서 일상생활은 일상생활대로 차분히 해나가는 지혜를 발휘할 수는 없었을까. 위험이 따르는 행위는 가능하면 하지 않는다, 모험교육을 회피하는 관리자들이 이외로 많다는 것을 깊이 느낄 때가 있다. <권재효 지속가능환경교육센터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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