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25시]"청렴 기고를 허하라"

[편집국25시]"청렴 기고를 허하라"
  • 입력 : 2016. 05.19(목) 00:00
  • 최태경 기자 tkchoi@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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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각 언론매체에서는 독자와 네티즌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이들이 쓴 글(기고)을 신문 지면과 인터넷에 반영해주고 있다. 한라일보에서도 누구나 자유롭게 투고할 수 있으며, 투고한 원고는 신문 지면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선별 게재된다.

한동안 도내 언론을 도배하다시피 한 투고 주제가 있다. 바로 '청렴'이다. 신문을 편집하는 직원들은 물론이고 독자들까지 공무원들이 부르짖는 '청렴'에 세뇌될 정도였다. 기고 면을 편집하는 편집자는 청렴 주제의 기고에 손사래를 치기까지 했다.

공무원들의 청렴 기고 릴레이가 누구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기고 작성을 의무화(제주도에서는 아니라고 하지만)해 언론에 폭탄을 투하하듯 뿌려댔다. 글을 쓰는 사람이나, 신문을 읽는 사람들까지, 심지어 기자들까지도 '청렴', '청렴' 할 정도였으니 분위기 조성은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다고 생각해도 될까.

하지만 하루가 멀다고 터져나오는 공직자들의 불법, 비위·비리 의혹은 이처럼 말로만 부르짖는 '청렴'이 얼마나 부질없었는지를 반증한다.

지난해 말 불거졌던 영어교육도시 아파트 비리에 공무원과 건설업자 등 상당수가 개입한 것으로 밝혀지며 제주사회가 또다시 시끄럽다. 공무원이 아파트 건설과정에서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는가 하면 공문서도 허위로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가 최근 입법예고한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테스크포스 개념으로 운영하던 청렴감찰관실이 정식 조직으로 만들어진다. 원 도정에서 '청렴'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근 몇 달간 계속된 '청렴기고' 폭탄에 편집국에서 자체 방침을 정했다. 청렴 주제의 기고를 더는 지면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시 공무원들의 청렴 기고를 허해야 할 것 같다. 정신 못차린 공무원들이 아직도 많은 것 같기 때문이다. <최태경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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