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지옥의 섬, 그곳에서 사람이고 싶었다

[책세상] 지옥의 섬, 그곳에서 사람이고 싶었다
한수산 장편소설 '군함도' 전2권
  • 입력 : 2016. 05.27(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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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섬 군함도에서 우리는 다만 사람이고 싶었다."

작가 한수산(70·사진). 고희를 넘어선 그는 여전히 살아있는 쟁점을 제기하며 과거사를 넘어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집념의 작가혼으로 완성한 장엄한 증언과 기록을 담아낸 소설 '군함도'(전2권)를 통해 그는 젊은 독자들이 '과거의 진실'에 눈뜨고 그것을 기억하면서 '내일의 삶과 역사'를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딛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 하시마(瑞島) 강제징용과 나가사키 피폭의 문제를 다룬 이 책은 무려 27년에 걸친 자료조사, 집필과 개작으로 밝혀낸 과거사의 진실을 다룬다. 최근 일본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일본 하시마섬에 징용돼 참혹한 삶을 살아간 징용공들의 삶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작가는 비극적인 역사적 사실을 전하고 알려내는 것뿐만 아니라 당시 고난을 겪은 조선인 한사람 한사람의 숨결을 되살리는 데에도 공을 들이며 지옥의 섬 군함도에서 다만 '사람'이고 싶었던 징용공들의 일상과 인간적인 면모, 역경 속에서도 그들이 꿈꾼 안타까운 사랑과 희망을 복원해낸다.

이 작품은 작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창작에 회의를 느끼고 칩거중이었던 그를 다시금 일으켜 세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1988년 일본에 체류하던 한 서점에서 '원폭과 조선인'이라는 책을 접하고 하시마 탄광의 조선인 강제징용과 나가사키 피폭에 대한 작품을 쓰기로 결심한다. 이후 소설의 무대가 되는 군함도와 나가사키, 실험장소였던 미국 캘리포니아 네바다주를 다녀왔고 수많은 관련자들을 인터뷰하는 등 치밀한 현장취재를 거쳤다. 이렇게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2003년 대하소설 '까마귀'를 펴내고 전폭적인 수정작업을 거쳐 출간됐다.

작가는 "잃어버린 조국 조선의 아들딸로 태어나 조국의 이름으로 살다 조국의 이름으로 죽어갔으나 그 주검마저 조국에게 경멸과 차별 속에 버려져야 했던 조선인 피폭자 영혼에 이 책을 바친다"고 전했다. 창비. 각권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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