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자존, 한라산을 말하다](6)제1부 위기의 생태계

[제주의 자존, 한라산을 말하다](6)제1부 위기의 생태계
개체수 급격 감소… 스스로 일어설 거란 섣부른 기대 금물
⑤ 구상나무 쇠퇴 어떻게 할 것인가
  • 입력 : 2016. 05.30(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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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구상나무림은 현재의 숲을 보존하고 그로부터 회생시키는 방안이 요구된다. 복원보전의 방법으로는 한라산 현지 내·외 방법이 있다. 사진은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의 구상나무 양묘장. 강경민기자

[전문가 리포트]

한꺼번에 몰아닥치는 극적인 변화의 순간. 티핑포인트란 처음에는 미미하게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하는 극적인 순간을 뜻한다. 말콤 글래드웰이 같은 이름의 저서에서 이같이 묘사하여 유명해진 용어다.

그런데 최근 오스트리아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 아나톨리 슈비덴코박사가 '한대림은 금세기 내에 티핑포인트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를 비롯한 몇 명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연구한 바에 따르면 한대림기후대가 나무들이 이동하는 속도보다 열배 더 빠르게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숲의 쇠퇴는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대림은 북위 45°에서 70°사이 러시아, 알래스카, 캐나다, 스칸디나비아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는 숲이다. 면적 약 14억㏊, 전 지구상 숲의 38%를 차지한다. 이 숲은 종 다양성 유지, 목재와 바이오에너지 공급에서 뿐만 아니라 다량의 탄소를 흡수함으로써 지구기후를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 광대한 한대림이 머지않아 사라질 수도 있는 중대국면을 맞이하리라는 것이다. 시스템으로 요약할 수 있는 생태계의 특성 즉, 조화와 복원력을 잃어 숲으로서의 기능이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무너질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잖아도 한대림은 이미 기후변화에 따른 대규모 산불, 침입종, 병충해 등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는 보고가 많았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보호구역의 확대, 벌채에 대한 규제강화, 산불 및 병충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 제시되어 왔다.

금세기 극적 변화의 순간 '티핑포인트'
전세계 한대림 중대 국면 회생 불가능
현재의 숲 보존하고 회생방안 찾을 때
구상나무와 운명공동체 식물 100여종
축적된 기술·보전 공감대 등에 희망


그러면 한라산의 구상나무숲은 어떤가. 이 숲도 한대림이다. 우리나라 기온 상승폭은 지난 100년 동안 1.5℃로 지구 평균 0.75℃보다 배나 빠르다. 제주도는 더욱 빠르게 온난화하고 있다.

한라산 구상나무숲은 약 800㏊로 제주도 면적의 0.4%에 불과하다. 더구나 섬에 고립되어 있으면서 산 꼭대기에 남아 있는 형국이다. 외부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연구결과를 보면 한라산 구상나무는 30% 가량이 죽어 있는 상태다. 그 중 10% 정도는 최근 5년간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사망률과 출생률이 각각 15% 내외로 거의 같았다. 이것은 미래가 암울하다는 징조다. 사망개체의 대부분은 자손을 남기고 숲의 기능을 유지하는데 중추적인 기능을 하는 성숙개체들이었다. 이제 출생한 나무들은 언제 어떤 운명을 겪게 될지 모를 일이다. 분명한 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체수는 빠르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 상황은 한라산 구상나무숲이 이미 티핑포인트를 거쳤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스스로 일어설 거라는 희망은 내려놓아야 할 때다.

다행스럽게도 이 숲을 예전처럼 건강하게 복원하려는 노력은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지만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한라산 구상나무숲은 가까운 곳에 있다. 충분한 지식과 축적된 기술, 보전에 대한 의지와 공감대도 큰 힘이 될 것이다.

김찬수 박사

그래도 신중해야할 건 있다. 한라산 구상나무숲은 원천적으로 자연이다. 구상나무숲을 인공숲으로 만들어버린다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숲을 보존하고 그로부터 회생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아직 남아 있는 구상나무들은 과거와 미래의 연결고리다.

또한 구상나무숲에는 관속식물만도 550여 종이나 같이 살고 있다. 그 중 구상나무와 운명을 같이할 식물만도 100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과의 시스템은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그래도 회생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위적 식재복원방식이 비록 최후의 수단일지라도 언젠가는 선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위기의 구상나무숲, 과연 어떤 처방이 최선인가. <김찬수 박사(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한라산 내ㆍ외 보전 동시...자생지에 후계목 조성

한라산 구상나무림은 세계에서 가장 큰 순림이자 다른 집단과 유전적으로 구별되는 집단이다. 그만큼 보전가치가 매우 크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생물권보전지역인 한라산에서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는 제주조릿대 확산과 더불어 구상나무림의 쇠퇴 현상이다. 한라산 구상나무가 멸종되면 함께 자생하는 식물 약 145종의 동반 멸종이 우려된다는 주장이 학계에 보고돼 있다.

한라산 고지대에 어린 구상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한라산 구상나무의 복원과 보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에는 현지 내 보전과 현지 외 보전의 두가지 방법이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생물다양성 위협에 대해 종의 유전자원을 효율적으로 보전하기 위해서는 현지 내 보전과 현지 외 보전 두가지 방법을 복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현지 내 보전은 특정 종과 종 간의 변이, 종 내의 유전적 다양성을 생태계 안에서 보전하는 동적인 방법이다. 현지 외 보전은 자연 생육지가 아닌 곳에 식재하거나 저온 창고와 같은 특수 시설물 안에 보관해 종 내의 유전자원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구상나무는 고산지대에 자생하기 때문에 자생지 내의 구상나무림 복원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또 현지 외에서 육성한 개체들을 현지 내에 이식할 경우 일반적으로 양묘장과 복원지 사이의 기온 차, 강풍, 수분 스트레스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현지 활착에 어려움을 겪는다.

양묘장서 키운 묘목 현지적응 한계

복원기술 개발 등 종합 접근 필요

양모ㆍ보존원 기반 취약 확충 절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지정 검토


한라산에는 1991년부터 2003년까지 약 1만여 그루의 구상나무를 어리목과 서북벽 등반로 주변에 심었다. 그러나 양묘장에서 키운 구상나무의 현지 활착률이 높지 않았다. 태풍, 폭설, 수분 스트레스, 그리고 토양 유실과 같은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대부분 고사한 상태다.

한라산 구상나무의 보전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증식·복원과 더불어 자생지의 구상나무림에 후계목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구상나무의 현지내·외 보존원 조성을 위해서는 양묘 및 복원기술 개발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규모로는 역부족이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2000년 이후 약 180만립의 구상나무 종자를 수집 보존중이며 현재 종자 발아촉진 기술개발 연구를 진행중이다. 서로 다른 종간 접목기술을 개발해 전나무에 구상나무를 접목, 현재 7000여 그루를 양묘중이다.

현지 외 보존원 조성을 위해서는 기반을 조성하고 시설 확대를 통해 추진하는 것이 요구된다. 현재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에는 구상나무 현지외 보존원이 1㏊에 불과하다. 구상나무의 쇠퇴와 자생지 감소에 대비한 보존 기반 시설을 확대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따라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유무성 번식 양묘시설을 현재 0.2㏊에서 2㏊ 규모로 늘릴 방침이다. 또 현재 1㏊에 불과한 현지 외 보존원을 10㏊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라산 구상나무림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은 산림 내 식물의 유전자와 종 또는 산림생태계의 보전을 위해 보호·관리가 필요한 산림이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나라들도 보호구역 제도를 통해 고유한 자연유산을 지켜나가고 확장하고 있다. 강시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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