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자존, 한라산을 말하다](20)에필로그-남북교류 '한라에서 백두까지'

[제주의 자존, 한라산을 말하다](20)에필로그-남북교류 '한라에서 백두까지'
"제주는 국토의 막내 아닌 통일의 중심이자 선봉"
  • 입력 : 2016. 12.26(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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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발 남북교류협력사업은 1998년 감귤보내기사업을 시작으로 활발하게 진행돼 오다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전면 중단된 상태다. 원희룡 도정은 이후 북한과의 교류 협력을 위해 이른바 '5+1'대북사업을 전격 제안하는 등 제주가 통일시대에 대비해 대북교류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사진은 2003년 북한을 경유해 백두산을 찾은 제주도민 방문단. 사진=한라일보 DB

남북관계 교착되면서 2010년부터 교류 전면 중단
원희룡 도정 '5+1 대북교류사업' 전격 제안 기대감
한라산-백두산 생태환경보존 공동협력사업 돌파구

한라일보는 2016년 한해 '제주의 자존, 한라산을 말하다'를 주제로 특별기획 시리즈를 연중 보도했다. 이 기획은 올해 도제실시 70년, 특별자치도 출범 10년을 맞아 인류 공동의 유산이자 제주의 상징인 한라산을 다양한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도민과 범국가적인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조릿대 확산, 구상나무 쇠퇴 등을 다룬 위기의 생태계를 시작으로 한라산의 인문학, 훼손지 복구·복원 30년, 탐방문화 등을 집중 조명했다. 아쉽게도 당초 가장 역점을 두었던 통일시대 거점으로서의 '한라에서 백두까지'를 재조명하는 데는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관계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별기획을 마무리하는 에필로그는 통일시대에 대비해 제주발 남북교류의 재개 가능성과 과제를 진단한다.

제주발 남북교류협력사업은 지난 1998년 감귤보내기사업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12회에 걸쳐 감귤 4만8000톤, 당근 1만8000톤을 지원했으며 2009년 흑돼지 협력사업도 이뤄졌다. 특히 감귤보내기사업은 지방자치단체 남북협력사업의 효시로 전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비타민 C 대북외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 제주도민 800여 명이 4회에 걸쳐 북한을 방문했다. 2003년 8월 제3차 도민 방북 때에는 한라산연구소와 백두산연구소가 공동학술탐사에 대한 협의가 있었으나 그 이후 실질적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 외에도 제주마늘 지원사업, 수해복구 의연품 지원, 자전거 보내기 사업도 전개했다.

남북교류는 지난 2010년 천안함 사태에 이은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전면 중단됐다. 정부는 5·24조치를 통해 남북 간 교역 중단, 북한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북한에 대한 신규 투자 불허, 대북지원사업의 원칙적 불허 등 남북교류사업은 냉각기에 빠져들었다. 이후 5년여 동안 남북교류와 협력을 위한 동력은 급격히 상실된 게 사실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2014년 취임 첫해부터 제주가 통일시대에 대비해 대북교류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제주가 선도적으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이같은 의지와 자신감은 제주가 남북간 지자체 교류협력의 물꼬를 튼 세계평화의 섬으로, 10년 넘게 북한과의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해 왔던 경험과 신뢰에 근거한다.

원 도정은 2014년 북한과의 교류 협력을 위해 이른바 '5+1'대북사업을 전격 제안했다. '5+1 대북사업'은 ▷제주 감귤 보내기 ▷제주-북한 평화 크루즈 운행 ▷남북한 교차 관광 실시 ▷한라산 백두산 생태·환경보존 공동 협력 ▷제주포럼 북측 대표단 참석 등 제주의 5대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 에너지난에 허덕이는 북한과 제주의 경험을 나누기 위한 '에너지 평화협력' 사업을 포함하고 있다.

원 지사는 지난 10월 16일 제주의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다시 북한 당국에 4대 협력사업을 제안했다. 제주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대표상임의장 홍사덕) '2016 민화협 해외협의회 전체회의'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서다. 원 지사가 제안한 4대 사업은 ▷한라산 백두산 생태·환경보존 공동 협력 사업 ▷남북한 교차 및 평화 크루즈 사업 등 관광개발 협력사업 ▷에너지 평화협력 사업 ▷2017년 제주포럼의 북한 측 참석 요청 등이다. 그는 "생존전략으로서의 통일을 향한 어렵지만 힘찬 발걸음을 다시 내딛고자 한다"고 했다.

특히 2017 제주포럼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니 6자회담' 세션을 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여기에 북한이 참여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원 지사는 4대 협력사업에서 한라산 백두산 생태·환경보존 공동협력 사업과 관련해서는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에 대한 조사협력 사업을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 도정이 북측에 제안한 4대 사업 가운데 가장 실현 가시권에 있는 사업으로는 한라산 백두산 생태·환경보존 공동협력사업이 우선 꼽힌다. 이 사업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북측도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라산에 연간 수백 만 명이 다녀가고 있음에도 어떻게 고유의 생태와 청정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백두산 화산폭발 징후도 관심사다. 북한으로서도 백두산의 온전한 보전은 당면과제이다. 원 지사는 "백두산 화산 폭발은 북한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재앙이 될 수 있다. 북한과의 직접 협력을 타진하면서 중국도 함께 참여하는 삼각협력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발 대북교류사업의 거점으로 바로 한라산이 주목을 끌고 있다. 제주 입장에서는 2020년 세계환경수도 유치 촉매제로 북한은 백두산 환경보호 차원에서 윈-윈 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이다. 한라산은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람사르습지로 인증되는 등 생태환경의 보고로서 국제적 수준의 보전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그 노하우를 백두산의 생태환경 보전을 위해 전수해 주자는 것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남북민간교류는 남북한 간의 정세변화에 민감하다. 따라서 실제 추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 또한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제주는 국토의 막내가 아니라 통일의 중심이고 선봉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향후 대북사업의 추진을 위해서는 남북 관계의 진전에 따라 그간 지속한 사업을 통해 형성된 제주도와 북한 사이의 신뢰를 회복시키고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별취재팀=강시영 선임기자·강경민·김지은·김희동천·채해원·강경태·강동민기자

남북교류협력기금 100억으로 확대
2010년 중단 후 출연 재개…교류협력사업 선제적 대응

남북교류협력기금은 제주도와 북한 간 교류 협력 활동 지원과 인도주의적 지원 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 2007년 조례 제정 후 설치됐다. 당초 2008년부터 매년 10억 원씩 적립해 2017년까지 100억 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2003년 제주도민 방북단이 북한 백두산 천지연구소 관계자들과 담소를 나누는 장면. 사진=한라일보 DB

이 계획은 2008년 8억 원, 2009년 8억 원 등을 출연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으나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재정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기금 조성에도 큰 차질을 빚었다. 기금 출연이 재개된 것은 2014년으로 그해 1억 원이 다시 조성되기 시작한 이후 올해 10억 원이 출연돼 이자수입 등을 포함해 현재 31억9000만원이 적립됐다. 내년에도 10억 원이 편성 추가 적립될 예정이다. 제주도의회도 그동안 남북교류협력기금 조성 확대와 도민 정서에 부합하는 평화사업 발굴을 주문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오는 2023년까지 기금을 100억 원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제주도는 남북교류협력기금을 감귤지원과 평화크루즈, 한라-백두 환경보존 공동협력사업, 교차관광 등 원 도정이 제안한 주요 협력사업을 중심으로 지원해 나갈 방침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남북관계 개선과 교류협력사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기금 확충에도 박차를 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시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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