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문충성 스물한번째 시집 '마지막 사랑 노래'

[책세상] 문충성 스물한번째 시집 '마지막 사랑 노래'
멈추지 않는 老 시인의 '꿈의 불씨'
  • 입력 : 2016. 06.02(목) 15:51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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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되어 눈으로 만날까/물 되어 물로나 만날까/그대 그리움이여! 아아!/흙이 될 나의 꿈//마지막 나의 노래 아무도 몰래/하늘 한 녘에 묻고 가나니 푸르르르/하늘이었네/하늘에 있을 때 나는'('하늘에 있을 때 나는'중에서)

 문충성(78)시인을 처음 만난 건 25년전 대학교 강의실이었다. 프랑스어 교양과목을 매개로 푸르른 청춘이었던 시절 만난 시인은 프랑스문학을 읖조리게 했었다. 제주출신으로 '국내 대표 서정시인'으로 손꼽히는 문 시인에 대한 첫 기억이다.

 그의 스물한 번째 시집 '마지막 사랑 노래'가 나왔다. 1977년 '문학과지성'을 통해 등단한 시인은 1000여 편의 시를 발표하며 왕성한 필력을 드러내왔다. 그의 시집 제목만 들여다 보면 아름다운 단어로 빼곡하다. 바다, 섬, 무지개, 바람, 눈, 그리움 등의 정서와 결합돼 애틋하면서도 낭만적인 지향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번 시집의 제목이 왠지 낯익다. 그가 두번째로 낸 시집이 '섬에서 부른 마지막 노래'가 아니었던가. 당시 '절필'을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김진하의 해설 '존재의 시원에서 부르는 그리움의 노래'에 의하면 그의 시집 제목에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오히려 '시의 완성에 대한 열망의 다른 표현'으로 읽혀진다.

 제주에서 태어난 시인은 고향의 바다와 바람, 꽃, 별빛 등의 아름다움을 서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마 위로 바다 물결이 새하얗게 밀려오기 시작하면/연둣빛 새봄이 와요 새봄이/잎 떨린 나뭇가지마다/물새들 물고 온 새 소식들 투욱 툭 전하면/소리 없이 연둣빛 웃음들 터뜨려요'라고 이야기한 '제주의 새봄'을 보면 드러난다.

 하지만 노(老)시인이 시대를 꿰뚫는 눈은 살아온 세월의 무게 만큼 날카롭다. 제주를 휩쓸며 무분별하게 훼손하는 관광객들의 천박함이나 자본의 침투로 계속되는 개발 세태를 꼬집는다.

때론 가진 자들의 위선을 질타하기도 한다. '한평생/찌르레기로 살다가/어느/하늘 밑/똥소레기로 날아오를 날 있을까//제주 섬 망쳐먹는 살찐 버버리들/돈/권력/거짓말/사기 치며/장단 치며/춤추며/술 마시는 세상/굴러다니다"('찌르레기로 살다가' 중에서)

 그의 마지막 사랑 노래는 미완의 노래로 남을 것이다. 시인의 시는 쉽게 읽히지만 쉽게 해독되지는 않는다. 그 쉬운 호흡과 가락을 타고 넘나들다 보면 시인의 상상은 변주의 가락으로 낭만적 서정과 세속적 현실을 넘나든다.

 3년째 제주를 떠나 살면서도 여전히 '한 편의 시'쓰기를 향한 '꿈'을 멈추지 않겠다는 문 시인은 뒤표지에 이렇게 남겼다. "나는 아프다. 두 번이나 죽을 뻔했다. 내 아내는 나보다 더 아프다. 낯선 곳에 살다보니 고향생각이 많이 난다. 고향이 있기는 있는 것인가? 내가 나고자란 곳 제주가 내 고향이라면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고향같지 않다. 제주 섬은 있는데 이 섬에 있어왔던 것들이 하나둘 사라져가고 있다. 과연 고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라고. 마음 아프게 다가오는 시인의 마음이 아닐까. 문학과지성사.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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