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단일·복수 제시문 출제문항 예시
[문제] 제시문 (나)~(마)를 모두 활용하여, 제시문 (가)에서 비판하고 있는 '문화를 대하는 태도'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문화 이해 태도를 논하시오. (600자 내외, 40점)
(가) 『문명과 야만을 넘어서 문화읽기』는 문화인류학을 전공하는 저자가 남태평양의 피지섬에서 겪은 다른 문화에 대한 체험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저자는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했을 때 보게 된 '거꾸로 된 세계지도'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곳에서 저자는 우리가 익히 보아오던 지도를 거꾸로 뒤집은 것 같은 세계지도를 처음 보았다고 한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가 이미 교육이 되어 있는 상태이다. 지도란 정확한 축척을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제작한 것이기 때문에 매우 객관적인 것이라고 여겨왔다. 현재 우리가 흔히 보게 되는 세계 지도에 대해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던 것은 그런 형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서양 중심의 문화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콜럼버스를 비롯한 서구의 개척자들은 자신들이 도착한 지역의 원주민을 때로는 순진한 '자연의 아이들', '고귀한 야만인' 혹은 '비천한 야만인' 등으로 묘사하였다. 이런 묘사는 서구 중심적인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그들이 남긴 기록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보기에, 미개하고 이국적인 사람들과 그들의 풍습을 묘사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특히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인디언을 가리켜 홍인종, 혹은 '얼굴이 붉은 사람들'이라고 불렀는데, '붉은 피부'라는 말에는 더럽고 불결하다는 나쁜 감정이 담겨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유럽인들은 인디언이 '무지하다, 우둔하다, 게으르다, 잘 둘러댄다, 더럽다'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저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이런 편견에 찬 형용사가 바로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 노동자와 유색인 이주자들을 폄하할 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자기 문화를 중심으로 다른 문화를 함부로 평가하는 태도를 비판하면서, 그런 태도가 서구 유럽인들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우리 역시 다른 문화에 대해 그러하다는 점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나) 인디언들은 모든 생명을 신성한 것이라고 여겼다. 그들은 동물 역시 인간과 함께 이 땅에 공존하며 살아가야 할 존재로 인식했기 때문에 예의를 갖추었다. '두 발로 선 곰'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추장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지 자연 속에서 배우는 것뿐이며 그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들은 인위적인 대량 사육이나 작물의 재배를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에 주로 사냥이나 채집활동을 하면서 생활하였다. 또한, 그들 문화에는 소유 의식이 없었기 때문에 아메리카 대륙에 이주해 온 백인들의 문화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서구인들은 이와 같은 인디언의 문화를 미개하고 열등한 것으로 치부하였으며,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새로운 곡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대량으로 키우는 등 다른 문화를 형성해 나갔다. 그리고 더 많은 터전을 얻기 위해 인디언들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개척 정신'이라고 부르던 그들의 이와 같은 태도는 인디언들과의 대립을 가져왔고, 화력에서 우수한 백인들은 결국 인디언과 그들의 문화를 사라지게 하였다.
(다) KKK단은 남북전쟁이 끝난 후 1865년 탄생한 백인우월주의 단체다. 전쟁 후 남부에서 실시된 군정 치하에서 그들은 노예로부터 해방된 흑인과 그들을 지지하던 백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그 후 남부 전역이 안정을 찾기 시작하면서 공포의 KKK단은 서서히 사라졌다가 20세기 초 부활했다. 여러나라로부터 급격하게 이민자가 늘어나자 남부를 중심으로 재결집한 것이다. 1920년 절정을 이루었을 당시 전국의 회원 수는 450만명에 달했다. 그들은 인종차별뿐 아니라 반카톨릭, 반유대교, 반외국인을 표방한 테러 집단이었고 백인우월주의뿐 아니라 건국의 순수성(?)까지 지키고자 했던 국수주의 단체임을 나름 자부했다. KKK단의 활동대원은 남부의 가난하고 무지한 농민과 소외된 백인 계층이었다. 그들이 저지른 반사회적 증오범죄는 가공할 만하다.
아시아인 대상의 증오범죄가 사회문제로 부각된 것은 1970년대 즈음이다. 아시아 이민 사회가 커지고 경제 활동에 영향을 주게 되자 아시아인을 향한 증오범죄도 늘어났다. 1982년엔 중국 청년 빈센트 친이 총각 파티 후 구타로 살해당했다. 백인 노동자 두 명이 살해범으로 구속되었으나 처벌은 터무니없이 미약했다. 집행유예에 벌금형인 법원의 판결에 아시아인은 분노했다. 만일 동양인이 백인을 살해했다면 어떠했겠는가.
(라) 子曰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가장 일반적인 해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군자는 화목하되 부화뇌동하지 아니하며 소인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화목하지 못한다."
『논어』의 이 화이부동(和而不同)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에서는 화(和)와 동(同)을 대비로 보지 않습니다. 화를 화목하고 서로 잘 어울리는 의미로 해석하고 동을 부화뇌동(附和雷同)과 동일(同一)의 의미로 해석합니다. 어느 경우든 화와 동이 대(對)를 이루지 못합니다. 그리고 동의 의미도 첫 구와 다음 구에서의 의미가 각각 다르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첫 구에서는 부화뇌동 즉 자신의 분명한 입장이 없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다음 구에서는 동일함 즉 차이가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논어』의 이 화동론(和同論)은 자본주의 사회의 본질을 가장 명료하게 드러내는 담론이라고 생각합니다. 화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관용과 공존의 논리입니다. 반면 동은 획일적 가치만을 용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배와 흡수합병의 논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화와 동은 철저하게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의 의미는 군자는 자기와 타자의 차이를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소인동이불화(小人同而不和)'의 의미는 소인은 타자를 용납하지 않으며 지배하고 흡수하여 동화한다는 의미로 읽어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동의 논리에서는 양적 발전만이 가능합니다. 질적 발전은 공존이란 화의 논리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 1970년대 이후 베일이나 히잡은 점차 다른 의미로 변화했다. 그것은 퇴보하는 사회적 추세를 나타냄과 동시에 진보적인 흐름을 상징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왜냐하면 쓰는 것과 벗는 것 모두 일종의 자유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젊은 무슬림 여성들은 머리와 목은 감추지만 얼굴은 가리지 않는 전통 복장을 다시 착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1920년대 자유의 상징으로 베일을 벗어 던진 후다 샤라위 같은 여성들의 손녀 세대였다. 이들은 무슬림 복장을 착용함으로써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로 되돌아왔으며 강요된 외국 문화로부터 해방되었다고 믿었다. 이후 히잡은 전통으로 존중되기도 했지만 배타적 시선에 의해 편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어느 이집트인 의학도는 문화적, 정치적 정의는 개인에 의해 수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에게 있어 의대생 신분이나 베일을 써야 하는 것은 모두 스스로의 개인적 선택일 뿐 그 어떤 것도 아니다. 오히려 히잡의 사용으로 여성들은 엄격한 남녀 격리의 관습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 히잡을 쓰지 않을 경우 남성들과 함께 일할 수 없기 때문에, 히잡을 씀으로써 오히려 남성들과 동등하게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전통 의상을 착용함으로써 자신의 영역을 합법적으로 개척해 나간 것이다.
이와 같이 히잡은 아주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문화적 변화 속에서 젊은이들의 소외, 전통 가치의 붕괴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새로운 가치관의 결과로 선택되어졌다.
Ⅱ. 단일·복수 제시문 요약형 논제 풀이
○ 제시문 출전과 해설
김은미(제주제일고 교사)
제시문 (가)는 『책꽂이 속에 숨어 있는 논술』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글은 문화인류학 전공자가 피지섬에서 겪은 다른 문화에 대한 체험을 바탕으로 적은 글에 대해 설명하며, 자문화 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다. 서구의 개척자들이 원주민을 대할 때 서구 중심적인 태도를 보여주었고, 이러한 태도는 자기 문화를 중심으로 다른 문화를 낮게 평가하는 자문화 중심주의라고 할 수 있다.
제시문 (나)는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에서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서구인들은 인디언의 문화를 미개한 것으로 치부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인디언들을 몰아내며 결국엔 그들의 문화를 사라지게 했다. 이는 문화의 상대성을 부정하고 특정 문화를 기준으로 문화에 대해 우열을 가리는 잘못된 문화 이해 태도이다.
제시문 (다)는 『미국, 명백한 운명인가, 독선과 착각인가』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글은 백인우월주의 단체의 폭력성을 언급하며 다른 인종에 대한 증오범죄의 심각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밝히며, 잘못된 문화 이해 태도가 국가 간 분쟁과 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말한다.
제시문 (라)는 신영복의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글의 저자는 논어의 '화이부동'에 대해 해석하며 '화'를 다양성을 인정하며 지배하려 들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는 문화를 대하는 태도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서 다른 문화를 인정하지 않고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평화의 원리로 볼 수 있다.
제시문 (마)는 『EBS 2014 수능특강 국어B형』에 실린 '이슬람 여성의 히잡'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글은 이슬람 여성의 히잡이 문화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글로, 1970년대 이후 진보적인 흐름이 강조되면서 히잡이 전통의 계승이라는 의미로 착용되게 되었음을 밝힌다. 그러나 서구 사회에서 히잡은 여전히 편견의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구 사회 내의 이슬람 여성들이 히잡을 개인적 선택으로 취하거나 사회 진출의 수단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생겨나면서 히잡이 개인적 가치관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설명한 글이다.
○ 출제 의도와 채점 기준, 예시 답안
1) 출제 의도
이 문제는 제시문들을 모두 활용하여 자문화 중심주의에서 생겨날 수 있는 문제점을 밝히고, 올바른 문화 이해 태도로서 문화 상대주의를 지녀야함을 설명해야한다. 제시문을 정확히 이해 분석하고 글로 설명하는 능력을 측정한다.
2) 채점 기준
① 기술적(記述的) 측면: 감점 방식으로 채점
▶글자 수(600자 내외)를 현저히 위반했을 경우 (±60자 이상 2점 감점) ▶맞춤법과 원고지 사용법에 중대한 오류가 있을 경우 (최대 3점 감점)▶답안 작성 시 제시문을 한 문장 이상 그대로 옮겨 쓸 경우 (최대 5점 감점)
② 내용적 측면
㉠ 제시문 (가)에서 자문화 중심주의를 언급하고 있음을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평가한다. (3점)
-'자문화 중심주의'라는 용어를 밝히고,(2점) 자문화 중심주의가 자신의 문화를 옳은 것으로 간주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다른 문화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임을 (1점)를 밝힌다.
㉡ (나)~(마)를 모두 활용하여 자문화 중심주의가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과 올바른 문화 이해 태도인 문화 상대주의를 제대로 설명하였는지 평가한다. (37점)
(나): 자문화 중심주의는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문화까지도 파괴해 인류의 문화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다): 자문화 중심주의는 타 문화와의 갈등을 유발하거나 국제적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타문화 수용을 거부하기 때문에 자문화 발전의 토대를 가로막을 수도 있다. 특히 자문화 중심주의가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각종 증오범죄가 생겨날 위험이 크다.
(라): 논어의 화동론을 문화에 적용하여 보면, 다른 문화를 지배하거나 자기와 동일한 것으로 흡수하려 하지 말고 화의 논리를 통해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나아가 공존과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
(마): '이슬람의 히잡 문화'를 통해 알 수 있듯, 오늘날의 문화는 사회,문화적 변화 속에서 개인에 의해서 선택되어질 수 있으며, 그러한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네 개의 제시문의 내용을 활용하여 모두 정확하게 제시한 경우, 30~37점 부여▶세 개의 제시문의 내용을 활용하여 정확하게 제시한 경우, 22~29점 부여▶두 개의 제시문의 내용을 활용하여 정확하게 제시한 경우, 15~21점 부여▶한 개의 제시문의 내용만 정확하게 제시한 경우, 8~14점 부여
3) 예시 답안
제시문 (가)는 자신의 문화를 기준으로 다른 문화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자문화 중심주의에 대해 비판적 관점을 보인다. 제시문 (나)에서 알 수 있듯이, 자문화 중심주의는 자신의 문화를 제외한 문화들을 미개하고 열등하다고 간주하여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문화까지도 파괴하고 소멸시켜서 인류의 문화 발전을 저해하기도 한다. 또, 제시문 (다)의 'KKK단'의 사례처럼 극단적인 국수주의로 흘러 가면서 다른 문화와 인종, 종교 등에 대한 증오범죄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는 타 문화와의 갈등을 유발하고 국제적 분쟁 및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문화 상대주의라는 올바른 문화 태도를 지녀야 한다. 제시문 (라)에서 언급된 화동론을 문화에도 적용하여, 다른 문화를 거부하며 지배하고 흡수시키려고 하지 말고 화의 논리를 통해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나아가 문화의 공존과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 또, 제시문 (마)의 '이슬람 히잡'의 의미 변천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이제 문화는 누구의 강요나 억압이 아닌 개인에 의해 선택 가능한 것이고 나아가 우리는 그러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 주는 태도로 발전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