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아기의 입장, 올바른 이해와 보살핌

[하루를 시작하며]아기의 입장, 올바른 이해와 보살핌
  • 입력 : 2016. 11.23(수)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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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어금니가 1개 정도 돋은 아기(영유아)가 가족(부모, 자녀4)과 함께 씻고 깎아 한 접시 썰어 놓은 과일을 먹고 있다. 10분 정도 시간이 지나자 과일조각이 몇 개 남아 있지 않았다. 한 조각도 채 먹지 못한 아기는 몇 개 남아 있지 않은 과일조각 하나를 한 손으로 집고, 다시 하나를 다른 손으로 양손에 집은 후 또 하나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 집어서 자기 앞으로 가져갔다. 이 모습을 보며 함께 과일을 먹던 가족들은 모두 '다시 썰어 오면 되는데…. 탐욕스럽고 성질이 아주 못되었다'며 미워했다. 미움을 받은 아기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울 것만 같았다. 하지만 잠시 후 아버지께서 "아직 어려서 그런가 보구나. 잘 돌봐 줘야 하겠다"라고 말씀하셨다. 어머니께서도 "아버지 말씀처럼 미워하지 말고 사랑으로 잘 돌봐 줘야 한다"라고 타이르셨다. 자녀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잘못을 뉘우쳤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가족들 모두가 처음에 아기를 미워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기에 대한 오해나 착각을 한 것이 아닐까?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아기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한 데 그 요인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아기 입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두 가지 점에서 검토할 수 있다. 하나는 위의 부모님의 타이름처럼 '아기가 어려서, 다시 말해서 아기의 생활능력 수준이 낮아서'라는 점이며, 다른 또 하나는 보다 근본적인 측면으로 '먹고 생존하려는 인간의 고유한 생리적욕구'라는 점이다.

전자의 검토에서, 어금니가 1개 정도 돋은 영유아이기 때문에 함께 먹는 다른 사람들처럼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도 없고 사리분별이나 언어표현 능력도 매우 부족한 처지에서 눈앞의 과일조각이 몇 개 남아 있지 않음을 의식하여 식욕본능에서 행해지는 일반적인 현상임을 알 수 있다.

후자의 검토에서, 인간의 욕구에 대해 학계 최초로 학문적인 연구를 시도한 미국의 심리학자 메슬로우(A.H. Maslow·1908-1970)는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에서 그 첫째 단계로 생리적욕구인 의식주를 들었다. 이는 위 아기의 행동이 인간의 본능적인 생리적 욕구에 의한 자연적인 현상임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상의 논의에서 위 아기의 행동을 '아직은 스스로 먹을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지지 않아서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구나! 잘 먹을 수 있도록 보살핌을 받아야 할 입장이다'라고 해석해야 올바른 이해인데 이를 '탐욕스럽고 성질이 아주 못됐다'라고 해석하거나 지각하는 일은 오해 또는 착각임이 명백함을 알 수 있다. 누구나 순간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감정의 상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리사랑을 베풀어야 할 위치에서 이 같은 실수가 없도록 주의해야 하겠다. 그러므로 아기의 생활능력을 분석·검토하여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아기 숟가락으로 덜어서 천천히 먹을 수 있도록 아기 밥그릇을 따로 마련해서 치아 등 기본 능력이 생길 때까지는 잘 보살펴서 밥을 먹여줘야 한다. 가족들이 함께 먹는 음식을 아기가 보는 앞에서 가짓수별로 부드러운 부위로 골라 아기 밥그릇에 덜어서 뜨겁지 않게 식힌 후 먹인다. 과일을 먹을 때도 그릇에 덜어서 따로 준다. 먹기 힘든 경우는 곡식 등은 가루를 내어 죽처럼 익혀서 먹이고 과일 등은 믹서 등으로 이겨서 즙을 내서 먹인다. 보호자는 아기가 만족히 먹고 잠깐 놀 때 식사를 한다. 이렇게 자란 영유아와 곁에서 보며 자란 손윗자녀들은 감동하여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을 염려하고 잘 모시고자 하는 치사랑의 그리운 정을 낳게 되리라….

<정한석 전 초등학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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