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피터 팬에게서 배우는 품격의 극치

[목요담론]피터 팬에게서 배우는 품격의 극치
  • 입력 : 2017. 02.09(목)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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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학 정시 합격자 발표가 나고 있다. 좀 일찍 발표한 학교들에서는 추가 합격자 발표를 한다. 고3 자녀를 둔 지인들에게서 합격 소식을 들으면 기쁘고, 소식이 없는 이들로부터는 좋은 소식을 기다린다. 합격했건 혹은 아직 '좋은 소식'을 듣지 못했건, 학생들이 한 그동안의 수고에 똑같이 박수를 보내고, 앞으로 마주할 청년의 시기를 멋지게 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젊은이는 물질적 풍요로움보다 매일 아침 기쁨이 샘솟는 세계를 꿈꿔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알려진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2010년 3월~2015년 3월 재임)은 작년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 젊은이들에게 이와 같이 호소했다고 한다.

청소년기를 마친 학생들이 마주할 우리사회는 밝지도, 녹록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기쁨이 샘솟는 세계를 꿈꾸라"는 말에 동의한다. 나아가, 주변 환경이 어떠하건 간에 기쁨이 샘솟는 자신의 세계를 꿈꾸는 삶, 그 태도야말로 가장 '품격' 있는 태도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그것이 품격 있는 태도라는 것을 '피터 팬'의 주인공 피터에게서 새삼 배웠다.

피터 팬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후크선장에 대해서 알 것이다. 네버랜드의 해적대장 후크는 그의 한쪽 손목을 피터 팬이 잘라 악어에게 던져 버리고 난 후 피터를 증오한다. 그런데 후크가 피터를 증오하는, 또는 질투하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은 후크가 평생 가지려고 노력했지만 갖지 못한 무엇을 피터에게서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피터의 '품격'이었다. 후크와 피터가 최종 결전에서 나눈 대사를 보자.

"피터 팬, 너는 대체 누구며, 어떤 놈이냐?

"나는 젊음이요, 기쁨이다. 나는 알을 깨고 나온 작은 새이다"

피터는 되는대로 막 지껄였다. 물론 아무 뜻도 없는 말이었다. 이 말은 피터가 자신이 누구인지 전혀 모른다는 증거였다. 그런데 후크가 보기에 피터의 이런 태도야말로 바로 품격의 극치였다.

소설을 읽다 보면 후크선장은 단순한 해적이 아니라 사실은 명문 사립학교 출신이고, 싸울 때나 배를 빼앗을 때도 품격을 신봉하는, 소위 사회적 체면을 중시하는 자임을 알게 된다. 후크는 품격에 신경 쓰는 것 자체가 바로 자신의 품격 없음을 드러내는 것을 알기에 마음이 늘 불편하였다. 반면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를 만큼 자신을 포장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누구 앞에서도 당당히 기쁨을 누릴 줄 아는 피터, 그런 피터의 태도를 후크는 '품격의 극치'라고 선망하였다.

나는 '피터 팬'에서 후크와 피터가 나눈 저 대사를 최고의 명대사로 꼽는다. 우리 인생은 어쩌면 후크선장과 닮았는지 모른다. 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해 지위와 명예, 권력, 풍요를 추구하고, 그에 맞는 사람이 되려고 애쓴다. 그러면서 마음에는 자유로움이 없고, 기쁨이 샘솟는 세계를 꿈꾸지 못한다. 후크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 품격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피터 팬의 네버랜드는 행복한 동화의 나라가 아니다. 끔찍한 싸움과 범죄가 매일 일어나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후크로 사느냐, 피터로 사느냐의 문제는, 어른이 될 것이냐, 아이로 남을 것이냐의 문제만은 아니다. 어떤 꿈을 꾸고, 어떤 태도로 사느냐는 어른이든 아이든 각자 해야 하는 선택이다. 사회에 발을 들이는 젊은이들이여, 품격 있는 삶을 원하는가? 이왕이면 후크가 부러워한 피터 팬의 '품격의 극치'를 꿈꾸어 보는 것은 어떤가? 나는 나이 50되어 그 꿈을 꾼다. <고지영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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