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7월 24일), 제주도의회는 대정과 한동·평대 해상풍력발전지구 지정 동의안에 대해 심사보류 결정을 내렸다. 지역주민들의 찬성과 반대 입장이 동시에 도의회에 청원된 상태여서 주민수용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해상풍력발전과 관련한 기준이 육상풍력보다 구체적이지 못한 점도 이유였다. 앞으로 풍력이 지속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풍력발전지구 지정 제도의 도입 취지와 효과에 대해서 되돌아봐야 한다.
풍력발전지구 지정 제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도에서만 시행되는 풍력발전단지 입지에 대한 사전평가라고 할 수 있고, 원칙적으로 풍력발전지구로 지정된 곳에서만 풍력발전에 대한 전기사업허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전기사업허가는 사업자의 재무성과 기술력을 중점으로 허가를 내주기 때문에, 환경과 경관, 주민수용성의 문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10여년 전 제주도에서는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둘러싼 심각한 갈등이 발생했다. 결국 한 사업자는 스스로 사업허가를 취소해달라고도 했다. 이런 문제로 인해 지역 사회에서는 풍력자원이 많은 곳과 환경영향이 적은 곳, 그리고 주민들의 수용성이 높은 곳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입지를 결정할 수 있는 '풍력발전지구' 지정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 즉, 난개발 방지와 환경보전, 그리고 풍력자원 보호가 도입 취지였다.
이에 따라 2011년 5월,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4단계 제도개선)을 통해 '풍력발전지구 지정'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확보했고 그해 10월 '풍력발전 사업허가 및 지구지정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으며, 12월에는 세부적인 사항을 고시했다. 특히 '지구지정 시 도의회 동의절차'는 풍력조례 제정 당시에는 없었지만, 2013년 7월 제주도의회의 조례 개정(재의결)을 통해 포함됐고 제주도가 여기에 불복해 대법원에 권한쟁의소송을 하자 2014년 12월 최종 확정 판결을 통해 '특별자치도지사의 권한에 대한 특별자치도의원의 견제의무'라는 논리를 통해 도의회가 승소해 법적 권한을 인정받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도입한 풍력지구 지정제도는 여러 긍정적 효과들을 가져오고 있다. 먼저 지구지정 요건에 맞지 않으면 개발계획이 수립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육상풍력은 발전용량이 20㎿이상이어야 하므로, 아무리 우수한 질의 바람이 불더라도 기준 용량 이하면 지구로 지정될 수 없다. 즉 소규모 우후죽순 격의 풍력단지 난개발을 막고 있는 효과를 얻고 있다. 다음으로 풍력발전 개발이익을 환원받고 있다. 현재 제주도는 2013년 이후 신규로 건설되는 풍력발전사업에 대해 당기순이익의 17.5%, 또는 매출액 환산 7% 수준의 기부금을 받고,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으로 세입시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개발이익 공유화 계획은 지구 지정 6개월 이내 제출해야 하고, 지구 지정 기간 20년이 만료되고 연장할 때, 개발이익 공유화계획의 이행상황을 평가받도록 하고 있다. 즉, 지구 지정절차를 개발이익 공유화의 제도적 근거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제주도는 풍력조례에 따른 법정계획인 제2차 풍력발전종합관리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번 도의회 심의에서도 지적됐듯이, 이 연구용역을 통해 풍력발전지구지정 제도 도입의 취지와 효과를 꼼꼼히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 시행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보완하여 새로운 내용으로 지구 지정 기준을 수립할 때다.
<김동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