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맹꽁이도 장맛비를 기다렸는데

[목요담론]맹꽁이도 장맛비를 기다렸는데
  • 입력 : 2017. 08.03(목)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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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목관아 일대가 밤에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목 관아는 관덕정 주변을 중심으로 조선시대의 통치를 위한 공공시설이 있었던 곳을 통틀어 말한다. 관아시설은 1434년(세종 16) 화재로 건물이 모두 불타 없어졌다가, 1435년부터 증·개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제주목 관아는 일제강점기 때 집중적으로 소실되어 관덕정만 남아 있고, 근대식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그러다가 제주시에서는 1991년부터 1998년까지 4차례에 걸쳐 발굴조사를 수행했으며, 여러 고증을 거쳐 지금은 외대문을 비롯하여 연희각, 홍화각, 우연당, 영주협당, 귤림당, 망경루 등이 복원됐다. 현재 제주목 관아는 각종 문화 행사를 비롯해 특히 탐라입춘굿이 매년 이곳에서 진행되면서 시민들에게 호평을 받는 제주문화의 발상지가 되고 있다.

건물 중에 우연당(友蓮堂)과 관련된 동물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우연당은 1526년(중종 21)에 이수동 목사가 성(城) 안에 우물이 없으면 적이 침입하여 성을 포위하거나 화재가 발생하였을 때 구급하기 어렵다 하여, 못을 파고 물을 가두어 연꽃을 심은 뒤 그곳에 세웠던 정자이며 연회장소로 사용되던 곳이다. 그 뒤 양대수 목사(1592~1595 재임)가 개구리 울음소리가 시끄럽다 하여 연못을 메워 평지로 만들었는데, 여기서 '양대수 개구리 미워하듯 한다'하는 속담이 유래되었다.

양대수 목사가 그렇게 싫어한 개구리는 어떤 종류였을까. 참개구리 아니면 맹꽁이 둘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참개구리는 맹꽁이보다 일찍 알을 낳으며 농경지 수로, 하천, 마을 연못, 중산간 습지 등에서 쉽게 관찰된다. 맹꽁이는 울음소리가 독특하기 때문에, 듣는 사람에 따라 교향곡일 수도 있고 굉음일 수도 있다. 겨울잠으로 지내는 시간이 길며, 낮에는 땅속에 숨어 있고 밤에 나와 먹이를 잡아먹는다. 보통 장마철이나 7~8월에 큰비가 오면, 곶자왈 습지와 감귤 과수원 내의 물웅덩이 등에서 집단으로 산란한다. 자연사박물관 주변의 산지천이나 신산공원 일대에서도 엄청나게 울어댄다.

'멩마구리 울민 마 갇나'라는 제주 속담은 '맹꽁이가 울면 장마가 멎는다'는 뜻이다. 자연의 흐름을 보고 날씨를 예견하거나 농사일을 준비하는 옛 선조들의 지혜를 발휘한 속담이다. 어찌된 일인지 올해는 맹꽁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장마가 끝났다는 기상청의 발표를 아직도 모르고 있을까. 장마전선이 중부 지방에 오래 머물러 있던 탓에, 한쪽에선 폭우로 또 다른 쪽은 폭염으로 난리다. 제주에서도 동서 지역에 따라 강수량과 폭염 정도가 달라지면서, 맹꽁이들이 제때에 울지 못하고 말았다. 가뭄, 폭염, 태풍에도 잘 견뎌온 맹꽁이이지만, 사람과 마찬가지로 장맛비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맹꽁이가 울지 못하는 이유가 또 있다. 최근 일부 지역의 마을 연못을 생태적으로 복원하면서 참개구리나 맹꽁이의 습성보다는 사람 중심의 편의성을 우선시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자에서 코 골며 자는데 왜가리나 맹꽁이의 소리가 시끄럽다고, 습지 면적을 줄여버린 것이다.

제주목 관아가 문화재로 보호받는 것 만큼이나 맹꽁이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자연유산이다. 자연의 순리를 거역할 순 없지만, 사람이기에 맹꽁이와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국민을 동물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도, 멩마구리와 제주도민은 함께 제주를 지켜 온 주역이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이지만, 양대수 목사가 그렇게 짜증냈던 맹꽁이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김완병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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