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저출산분야 예산·사업 해마다 증가세
출산·양육 부담 일부 지원·보육 투자에 집중
전문가들, 사회구조 문제 해결 방향 접근 강조
갈수록 심화되는 저출산 문제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그만큼 해법도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사회 구조에 관심을 두고 경제적 안정, 일·가정 양립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주도의 저출산 대응 정책에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것도 보완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제3차 제주특별자치도 저출산 대응 기본계획(2016~2020) 수립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가 저출산 분야에 투입한 예산은 2011년 428억원에서 2015년 90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저출산 분야 사업 과제도 2011년 21건에서 2015년 46건으로 증가했다.
그 속을 들여다 보면 특정 과제에 편중되는 경향이 짙다. 2015년 제주도의 저출산 분야 정책과제별 시책 과제 45건을 보면 이 중 73.3%(33건)가 '경제적 부담 경감과 양육환경 기반 구축'을 위한 과제였고 '일·가정의 양립 활성화'(5건, 11.1%), '아동·청소년의 안전하고 건전한 성장환경 조성'(7건, 15.6%)을 위한 과제는 상대적으로 크게 적었다. 출산이나 양육에 들어가는 비용 일부를 지원하거나 보육을 위한 투자에 집중된 것이다.
하지만 청년층이 결혼, 출산 등을 늦추거나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혼·출산 등을 가로 막는 사회 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필요성을 보여주듯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지난해 9월 20~49세 도민 722명을 조사한 결과 도내에서 가장 필요한 저출산 대응 정책으로 '청년 일자리 및 주거 지원'(29.9%)이 꼽혔다. 이어 '일·가정 양립 지원'(27.1%), '임신·출산에 대한 사회적 책임 확대'(15.2%) 순이었다.
연구책임자인 고지영 연구원은 "청년들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싶어하지만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자녀 수와 실제 낳는 자녀 수가 다르다"며 "안정적으로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일자리 활성화는 물론 주거 지원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고 연구원은 도내 공공부문 청년층 일자리 확대와 도내 청년 취·창업 거버넌스 강화, 가칭 '플랫폼 주택'(임시로 입주할 수 있는 개방된 공공주택) 공급 추진 등을 제안했다.
고 연구원은 또 "정부는 물론 지자체가 시행하는 저출산 정책에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도 문제"라며 "'제주도 출산영향평가 및 출산장려지원 조례'에는 출산영향평가자문위원회를 두도록 돼 있지만 이는 각종 정책이 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데 한정될 수밖에 없다. 저출산 관련 조례를 개정해 관련 위원회를 두고 제주도의 저출산 대응 정책의 추진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를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진형 제주한라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는 "출산·양육 지원 뿐만 아니라 문화와 교육, 고용과 주거, 일·가정 양립 등을 위한 지원이 개인과 가족, 학교, 기업 측면 등에서 다각도로 연결되고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영유아기와 청소년기에는 사교육으로 인한 양육비 부담을 완하하고 돌봄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교육·문화 지원 정책이, 20~30대 청년기에는 고용, 주거, 복지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얘기다.
임 교수는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리는 시기에는 임신·출산과 양육을 지원하고 육아휴직, 근로시간 단축, 정시퇴근 등 일·가정 양립 지원의 활용률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기존과 차별화된 정책을 제시하기보다 일련의 지원 정책과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여성과 남성이 함께 일하고 살아가며 아이를 키워가는 삶의 균형, 개인·가족·일이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는 삶으로서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