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路 떠나다]제주4·3을 말하는 그곳으로

[길 路 떠나다]제주4·3을 말하는 그곳으로
새 세상 꿈꾼 그날…
봄꽃처럼 피어난 4월의 기억
  • 입력 : 2017. 03.31(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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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로 향한 제주4·3사진전 '제주4·3, 어둠에서 빛으로'.

4·3추념일 전후 도내 곳곳서
제69주년 4·3관련 행사 잇따라
문화예술축전·기행·전시 등
세대 이어 나눌 이야기 ‘풍성’


사방이 꽃 세상이다. 노랑, 하양, 분홍 꽃잎들이 앞다투어 피어나는 시기다. 눈부신 이 계절에 제주4·3이 있다.

숨죽이고 말 못하던, 겨울 같던 그 시절을 지나 특별법이 제정되고 국가 추념일이 지정됐지만 4월은 살아있는 우리에게 과제를 던져준다. 69주년을 맞아 4·3희생자 추념일을 전후로 4·3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행사가 잇따른다. 올해는 희생자 추모 분위기를 넘어 새날을 꿈꿨던 제주도민들의 열망에 주목한 자리도 있다. 주말엔 4·3의 정신을 제주 미래를 키워갈 긍정의 자산으로 만들려는 몸짓을 만날 수 있는 그 곳으로 떠나보자.

▶관덕정에 촛불 있었다=1947년 3·1절 발포 사건 등 제주4·3에서 의미가 깊은 공간이 제주시 원도심에 있는 관덕정이다. 70년 전 관덕정에서 개최된 3·1절 제주도대회에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제주도민들의 바람이 모아졌다. 오늘날 '촛불집회'가 그 날 관덕정에서 열렸다.

제주4·3평화재단 초대전 '바람부는 날, 그때 제주'에 걸린 신승훈의 '풍등이 되어 하늘에 닿기를…'.

제주민예총은 이번에 관덕정에서 4·3문화예술축전을 펼친다. 관덕정과 4·3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4·3예술의 터, 찾아가는 현장 위령제, 4·3문학을 상징하는 '순이삼촌'과 4·3미술을 대표하는 '동백꽃지다'를 모티프로 한 역사맞이 거리굿, 4·3평화음악회가 관덕정을 무대로 이어진다.

▶미술로 만나는 4·3=4·3의 공간으로 향한 미술전이 있다. 제주 4·3평화재단이 기획한 '바람 부는 날, 그때 제주'와 4·3미술 창작을 꾸준히 이어온 탐라미술인협회의 '회향' 등이다.

'바람 부는 날, 그때 제주'는 70년 전 광풍으로 초토화됐던 제주의 역사를 이 땅에 사는 작가들의 감정과 심상을 통해 서양화, 한국화, 사진 등에 풀어냈다. '회향'은 4월 3일부터 약 한달 동안 제주시 원도심 등에서 진행된다. 원도심 골목골목 들어선 문화공간, 유서깊은 문화재, 갤러리, 빈 건물 등에 4·3의 기억이 포개진다. 제주도립미술관은 80년대 이후 시대별 4·3미술의 흐름 등을 살필 수 있는 '4·3미술아카이브: 기억투쟁 30년'전을 마련했다.

▶4월의 그 길을 걷다=제주섬 어느 곳이든 4·3의 사연을 품지 않은 데가 없다. 봄꽃 만발한 길에도 그 날에 얽힌 못다한 말들이 있다. 이 봄, 그 길을 걷는다.

사진가 이성은씨의 '북촌리 2-너븐숭이 애기무덤'.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치유와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 모임'이 '순이삼촌'의 배경이 된 북촌 너븐숭이, 북촌 해안길, 북촌초등학교 등을 답사하는 제주4·3올레길 걷기를 진행한다. 전국공공운수노조는 4·3평화공원, 북촌 너븐숭이 등을 돌아보는 역사 기행을 준비했다. 제주4·3도민연대, 노동자역사한내제주위원회의 역사 기행, 제주4·3연구소의 문화가 있는 역사기행도 잇따른다. 제주작가회의는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유적지를 찾는 문학기행에 나선다.

▶세대를 잇는 4·3의 기억=미체험 세대와 4·3의 정신을 나누는 행사로 발길을 돌려보자. 제주민예총은 4·3문화예술축전과 연계해 제주시 원도심 일대에서 청소년 4·3역사문화탐방을 실시한다. 학교도 직접 찾는다. 제주북초등학교와 동광초등학교에서 청소년 4·3문화교실이 열린다.

제주4·3도민연대는 4·3청소년 이야기 마당을 꾸민다. 제주지역 대학생들은 4·3추념일을 앞두고 행불인 표석에 조화 꽂기 봉사를 하며 예순아홉번째 4·3을 맞는다.

이와함께 제주4·3연구소가 4·3증언 본풀이 마당을 연다. '70년만에 골암수다-3·1의 기억, 3·1의 현장'을 주제로 3·1발포 사건 등에 얽힌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다. 제주4·3문학 창작 작업에 힘써온 제주작가회의는 '저 백비(白碑), 일어서는 날까지'를 주제로 4·3평화기념관에서 추념 시화전을 이어간다. 시화전에 맞춰 추념시집 '사월 어깨너머 푸른 저녁'도 묶어냈다.

제주4·3평화재단과 5·18기념재단은 교류전의 하나로 광주5·18기념문화센터에서 제주4·3사진전 '제주4·3, 어둠에서 빛으로'를 열고 있다. 제주 4·3사건의 실상, 진실규명운동, 기념사업을 기록한 60여점의 사진과 영상을 통해 그간 왜곡·은폐됐던 4·3의 진상을 알리는 전시다. 제주도립교향악단은 4월 6일 정기연주회에서 제주4·3을 소재로 만든 창작곡 '다랑쉬'를 처음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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