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로 가는 길 제주의 준비와 대응은](2) [제1부. 고령사회 제주의 오늘-(2)예비노년 베이비부머]

[초고령사회로 가는 길 제주의 준비와 대응은](2) [제1부. 고령사회 제주의 오늘-(2)예비노년 베이비부머]
"인생2막 어떻게 준비하나요"
  • 입력 : 2017. 05.23(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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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6000여명 노년층 진입 목전
1955~1963년생 본격 은퇴기
제주 총인구의 13.47% 차지
2020년부터 노인인구 '진입'
서울·부산 등은 선제적 대응
제주 '탐나는 5060프로젝트'


고령사회 제주의 또 다른 현안은 베이비부머 세대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 이들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 은퇴기를 맞으면서 이들에 대한 노후준비가 제주사회에도 주요 이슈로 등장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올해 기준으로 만 54~62세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 중인 세대이기도 하다. 동시에 역설적으로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년기로 대거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베이비부머는 제주사회의 고령화를 촉진시키는 큰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도내 베이비부머는 2016년말 기준 8만6452명으로 제주 총인구의 13.47%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65세 이상 노인인구 8만9189명(13.90%)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들 베이비부머 세대는 고령사회 대책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제주도의 경우 앞으로 3년 후인 2020년부터 매년 8000~9000여명이 65세 이상 노인층으로 진입하게 된다. 제주사회의 고령화가 더욱 빨라질 것이란 전망은 여기에서 나온다.

100세 시대를 맞아 베이비부머 세대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30년, 50년의 인생 후반은 어떤 모습일까? 이른바 '인생 2막' 설계다. 이 세대는 부모 부양과 동시에 자녀양육으로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낀 세대'로도 불린다. 삶 자체가 전투적이었다. 그만큼 다양한 경험과 경륜을 축적한 세대다. 고학력에 전문성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이들 예비노년층들이 대거 노인층으로 편입하게 되면 현재 저소득 위주의 노인일자리 지원 사업 방식으로는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선제적 준비와 대응이 절실한 이유다.

퇴직자와 예비노년층을 위한 대응에는 전국의 광역자치단체가 더욱 적극적이다. 연구용역, 기본욕구조사, 조례 제정, '50플러스 지원재단' 설치, 이모작지원센터 개소 등을 통한 인생재설계와 취업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한 정책과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의 대응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서울특별시는 예비 노년층 인생이모작 지원조례, 서울 50플러스재단을 만들었다. 부산광역시는 예비노년층 생애재설계 지원조례, 장노년 일자리지원센터를 가동 중이다. 충청남도와 대전광역시는 각각 인생이모작지원센터 설치·운영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는 예비노년층 지원계획과 지원 사업, 지원시설 운영, 위원회 설치, 재정지원 근거 등을 담았다. 전담 부서를 가동하는 곳도 늘고 있다. 서울시는 복지본부 내에 인생이모작지원과를 두고 3개 팀에 12명의 담당 인력을 두고 있다. 부산시는 노인복지과 내에 장노년지원팀(6명)을 신설했다.

제주자치도는 제주 베이비부머 노후준비 지원정책인 '탐나는 5060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 제주에서도 예비노년층의 일자리와 사회공헌 활동 지원정책을 다각적으로 준비해 나갈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이미 일부 사업은 시행중이며 올 하반기 추경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관련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생 이모작' 설계·지원도 미리미리
제주 '탐나는 5060프로젝트' 4개 분야 20개 과제 확정

2019년까지 74억원 투입, 예산·전담부서 신설 난제
도의회 "컨트롤타워 부재"

'탐나는 5060프로젝트'는 제주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노후준비 지원정책을 대표하고 있다. 제주와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어 온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후에도 활기차고 보람된 활동을 하는 ▷남들이 탐낼만큼 아름다운 5060세대 ▷탐라(제주)에서 사는 5060세대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은퇴 이후에도 지역사회의 당당한 한 축으로서 소속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일자리와 사회활동 지원계획을 담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일자리와 사회활동, 교육문화, 시스템 구축 등 4개 분야 20개 중점과제를 선정해 올해 일부 사업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에 들어갔으며 올 하반기 추경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사업 영역을 넓혀 나가게 된다. 이 계획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65세 이상 노인인구에 진입하기 시작하는 오는 2020년을 앞두고 2017~2019년 3개년 기본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생계형 일자리가 필요한 경우 취·창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은퇴 이후 재능과 경험을 지역사회에 활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사회공헌 활동을 지원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문가와 유관기관, 도민 등으로 구성된 워킹그룹과 자문위원회 등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추진과제를 발굴하고, 올해 초 도민토론회를 거쳐 3월말 계획을 확정했다. 4개 분야 20개 과제, 26개 사업에 국비 11억5700만원, 도비 63억2500만 원 등 74억8200만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제주도는 이 가운데 예비노년층 인턴 등 취업지원, 마을공동체 스토리텔러 '동네삼춘' 육성, 농촌인력은행 등 5건(예산 4억7700만원)을 시행 중이고, 올 하반기 추경예산이 확보되면 공동체 씨앗 동아리 활성화, 은퇴설계 박람회, 재능 나눔 복지컨설턴트, 제주올레 그린리더 등 15건(예산 8억7800만원)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예산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고, 전담부서가 없어 사전준비에도 한계를 드러낸다. 타 시·도의 선제적 대응에 비하면 아직 더디다.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의 경우, 베이비부머 세대 지원을 위한 전담조직을 가동 중이며, 복지재단 및 지원센터를 설립·운영하고, 앞 다퉈 조례 제정에 나서고 있다. 제주도가 조직개편을 통해 노인 정책과 노인일자리 전담부서를 두어 베이비부머 세대까지 아우르는 노후지원 업무를 전반적으로 수행하는 방안을 찾고 있으나 여전히 답보상태다.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김영보 의원은 업무보고에서 컨트롤타워 부재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탐나는 5060 프로젝트가 핵심 사업이 없고 통합 컨트롤타워가 없어 사업추진 동력이 우려된다"고 했다.

정부 대응 '미지근'… 지자체 역할 '불명확'

미국과 일본은 이미 베이비부머의 대거 은퇴와 노년기 진입을 경험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6년부터 1965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일본은 1947년부터 1949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베이비부머라 지칭한다. 미국은 2005년부터 정부차원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준비와 노년기 진입을 시급한 현안으로 다루고 있다.

일본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덩어리란 뜻의 '단카이세대'라 칭하며 일본사회의 변혁에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 일본 정부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이전인 2004년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제정했다. 실버인재센터와 창업서포터센터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취업 기회를 퇴직자들에게 제공했다.

우리 정부는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고 있을까? 정부는 '노후준비 지원법'을 제정, 2015년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법령상 국민연금공단을 노후준비지원센터로 지정·운영 중이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예비노년층 욕구에 부합하는 지원정책도 여전히 한계다. 보건복지부의 경우 노인일자리 공익형 사업은 저소득층 노인 중심으로 추진, 참여자의 경력·학력 등과 연계성이 미흡해 희망자들의 수요 충족에 한계를 드러낸다. 고용노동부는 40세 이상 중장년층의 재취업, 창업 등 고용안정과 취업촉진을 유도하고 있으나, 은퇴자의 사회참여 욕구를 반영하는 등 지역실정에 적합한 지원정책으로서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유관 기관별 협력체계와 기반도 취약하다. 기관별로 은퇴자의 사회참여 활동을 지원하고 있지만 상승 효과를 위한 협력기반과 자원봉사 연계 시스템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특별취재팀=강시영 선임기자·김지은·송은범·양영전기자·고령사회연구센터=고승한 박사· 이서연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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