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섬' 제주, 고령친화도시로](7)일본 고령친화도시 1호 아키타시(상)

['장수의 섬' 제주, 고령친화도시로](7)일본 고령친화도시 1호 아키타시(상)
고령자도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 조성
  • 입력 : 2017. 10.11(수) 00:00
  • 홍희선 기자 hah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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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친화슈퍼마켓=일본 아키타시 고령친화 파트너 업체인 코프 아키타는 반찬과 밥을 작은 포장으로 판매하고 고령자가 자주 찾는 물건은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고령화 사회 당면과제 먼저 고민하는 행정
행정-시민-사업자 등 지역전체 함께 노력
기존 정책 등 고령친화적 요소 발굴·반영

일본은 2015년 기준 이미 유엔이 정한 초고령 사회의 기준인 고령화율 20%를 넘어선 26.8%다. 우리나라보다 일찍 초고령사회를 겪고 있는 것만으로도 일본의 사례는 여러 시사점을 던져준다. 특히 혼슈 동북부에 위치한 아키타현 아키타시는 2011년 일본 최초로 WHO(세계보건기구)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가입했다. 아키타시의 고령화율은 28.1%로 일본 고령화율보다 높은 수치다.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가입한 이후 지난 6년 동안의 고민과 조성현황을 취재하고 아키타에서 활기찬 노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고령화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대책 미비= 제주도보다 앞서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가입한 아키타시는 고령화 가속에 따른 문제를 ▷노동력인구의 감소로 인한 소비 축소로 경제성장률 저하 ▷공공시설, 도시기반시설 유지·관리 등의 부담 증가 ▷저출산으로 인한 학교의 소규모화 등 교육환경의 변화 ▷의료·복지 서비스 사회보장급부비의 증대에 따른 부담 증가 ▷지역의 과소화-고령화에 따른 지역사회 약체에 따른 공조기능 저하 ▷현재 주민서비스 수준 유지 어려움 등 크게 6가지로 예상하고 있다.

카가 나오키 아키타시 장수복지과 주석주사는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다양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데 이 중 가장 큰 문제는 고령화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사회시스템을 구축해 고령자도 지역 구성원으로서 활동하고 도움이 필요하더라도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고령친화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아키타 횡단보도=아키타시청과 아키타 현청을 연결하는 왕복 6차로의 횡단보도는 천천히 걷는 고령자의 특성을 고려해 초록색 신호를 길게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

▶행정-시민-민간사업자가 함께하는 2차 행동계획= 지난 3월부터 '여유롭고 활력있는 건강 장수사회'를 기본이념으로 제2차 고령친화도시 행동계획이 진행중이다. 앞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고령자도 지역사회에서 활동·활약하고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기본이념으로 제1차 고령친화도시 행동계획이 진행됐다. 2차 고령친화도시 행동계획은 행정-시민-민간사업자 삼자협동으로 추진한 것이 특징이다. 기본이념과 더불어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옥외환경 정비 ▷교통 환경 정비 ▷쾌적한 주거환경 정비 ▷생애를 통한 사회참여 촉진 ▷서로를 인정하는 지역사회 만들기 ▷고령자 취업 사회참여 촉진 ▷정보환경 정비 ▷다양한 생활지원서비스로 지원체제 만들기 등 8가지 기본목표를 설정해 아키타시가 지향할 미래모습을 제시했다.

일본 아키타 고령자 전용주차장=아키타 시청 뒷편에는 고령자전용 주차장이 마련됐다. 이곳에는 고령운전자표지를 단 차량만이 주차할 수 있다.

아키타시는 고령친화도시 종합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기존의 부서와 국을 초월해 횡단적인 업무가 이뤄지도록 지난 8월 아키타시 고령친화도시 청내추진회의를 진행했다. 청내추진회의는 과-소실장회의와 실무담당자 워크숍인 작업부회로 구성됐다.

카가 주석주사는 "1차 고령친화도시 계획 당시에는 부서간 협동이 쉽지 않아 2차 고령친화도시 종합계획에는 부서를 초월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다"며 "결국은 행정과 시민과 민간사업자가 함께 지역 전체가 고령친화도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정책에서 찾은 고령친화정책= 아키타시는 새로운 정책을 발굴해내기도 하지만 기존 정책에서 고령친화적 요소를 찾아내기도 했다. 대표적으로는 2011년부터 시작된 고령자 코인버스사업이 있다. 68세 이상 고령자가 시내버스를 탈 때 100엔으로 승차할 수 있는 제도이다.

카가 주석주사는 "원래 시내버스 이용요금은 500엔이지만 100엔만 내고 시내버스를 탈 수 있도록 했다"며 "버스회사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시에서 연간 보조금(한화 약 10억원 정도)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아키타시=홍희선기자

피부에 와닿는 고령친화도시 인프라

신호기 부착 횡단보도·열선 의자
고령자 배려한 전용주차장 설치
고령친화적 기업 등 파트너 구축


아키타 시청 앞으로만 나가도 고령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아키타 시청과 맞은편에 위치한 아키타 현청을 잇는 왕복 6차로의 횡단보도는 천천히 걷는 고령자를 위해 신호기에 부착된 버튼을 누르면 초록불이 켜진 시간이 늘어난다. 상점 앞에는 보도블록 아래 열선을 설치해 겨울에 폭설이 내려도 눈이 녹아 누구든지 편히 쉬어갈 수 있도록 의자를 마련해 놓았다.

아키타 시청 뒤편으로 돌아가니 노상주차장은 차가 텅텅 비어 있었다. 바로 고령운전자 표지가 없으면 주차할 수 없는 고령자 전용주차장이기 때문이다. 아키타시는 고령자들이 타고 내리기 편리하도록 시청과 가까운 곳에 전용주차장을 설치했다.

아키타시는 지난 2015년부터 고령친화적 계몽활동을 하는 기업을 모집해 '고령친화 파트너'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현재 18개 업종 79개 사업장이 참여하고 있다.

코다마 유코 아키타시 장수복지과 주사는 "고령친화 파트너라고 해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고령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는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친화 파트너 업체 중 하나인 COOP 아키타 슈퍼마켓의 사이토 히토시 점장은 "혼자 사는 고령자들을 위해 한 번에 다 먹을 수 있도록 작은 포장 반찬과 밥을 판매하며 이용자들로부터 이용하기가 좋다는 평을 받고 있다"며 "우리는 물건을 파는 것만이 아니라 고령친화도시와 관련된 강연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 지키미 역할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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