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여론 자본검증위원회로 떠넘기는 명분 확보 그쳐
제주특별자치도가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자본 검증과 관련해 전화와 설문지를 통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에 대해 시간을 끌기 위한 '면피용 구실찾기'와 '책임 회피용'에 지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설문·여론조사 문항자체가 자본 검증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는 만큼 조사자체가 무의미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기 때문이다.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지난해 6월 21일 제주도청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10년 전부터 추진된 사업이기 때문에 계속 진행할 수 밖에 없다"는 발언을 한 후 사업을 반대하는 도내 시민사회 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자본검증 카드를 들고 시간끌기에 들어갔다. 자본검증은 투자금 5조2000억 원의 조달 능력과 건실한 자본인지 등을 점검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제주도는 지난 9월 26일부터 이달 25일까지 도민 1000명을 상대로 한 전화여론조사와 시민사회단체 , 오피니언 리더 등 도내 전문가들 대상으로 우편을 통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제주도가 정책을 추진하면서 1000명을 대상으로 한달동안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전무한 사례로 원 지사 임기내 사업결정을 미루기 위한 '시간끌기용'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이다.
제주도는 이달말까지 설문·여론조사를 통한 의견수렴이 마무리되면 11월말까지 상생 관련 단체, 지역기업 협의체, 도의원, 행정공무원,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참여한 자본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자본검증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자본검증을 위해서 사업자 등에 대해 전문기관에 신용평가를 의뢰할 방침이다. 신용평가는 국내외 신용기관▷ 국내외 금융기관▷국내외 회계법인▷ 국제 금융변호사, 코트라 등 정보기관중 선택할 예정이다. 자본검증 결과는 내년 3월 전후 공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검증위원회에서 자본검증 결과를 보고 자본조달능력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사업 추진은 어렵게 된다. 이 경우 제주도 미래의 먹거리 창출 사업을 원 지사 임기말에 포기했다는 비난여론을 자본검증위로 돌려 모면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자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사업추진은 탄력을 받게 된다. 이 경우 사업을 반대하고 있는 도내 시민단체들의 비난을 자본검증위로 돌릴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내년 3월 전후 자본검증이 마무리 되면 제주도의회는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내년 6월 13일 지방선거가 있어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도의회 처리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찬성 도의원 낙선운동을 주장할 경우 도의원들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주도가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반대여론이 생기면 은근슬쩍 발을 빼거나 여론조사 등을 핑계로 차일피일 결정을 늦추는 일이 발생하면서 제주도정의 신뢰는 무너지고 있다.
국내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론조사는 대중의 생각과 지혜를 모으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실용적인 방법의 하나로 선택을 하고 있고 그 결과는 사회발전 방향을 설정하고 이끌어 가는데 매우 중요한 자산으로 대중들의 지혜를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 배경 설명, 즉 인트로 부분에 오라관광단지 자본의 실태와 조달 가능성 여부에 대해 도민사회로부터 검증의 필요성이 수차례 제기돼 왔다는 것을 밝히고 있고 그리고 앞으로 자본검증위원회를 통해서 검증하고 최종적으로 검증된 결과를 도의회에 제출하겠다고 언급했다. 즉 자본검증위원회에서 하는 역할이 자본검증 을 묵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같은 여론조사는 도민들의 생각을 묻는 것이 아니라 자본검증의 필요성을 이해시키는 것이어서 설문·여론조사 자체가 무의미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이 주요정책을 추진하면서 이같은 면피용 여론조사를 남발해서는 안된다"며 "그러니까 행정에서 강력한 정책수립과 집행이 안되고 지자체장들의 영이 서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