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人제주] (18)덤장 부동석 대표

[경제人제주] (18)덤장 부동석 대표
"음식점 창업은 경영 철학부터 세워야"
  • 입력 : 2018. 10.16(화) 2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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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석대표는 솔직·정직·감동을 덤장의 사훈이라고 말하며 자신만의 경영 철학을 지켜나간다면 음식업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음식사업 영업·주방 분리해야 성공 가능성 높아"
음식업 가장 힘든 시기… 고용허가제 완화도 주문

제주지역에서 음식업은 '생애주기'가 짧다. 국세청의 '2017통계연보'를 보면 2016년 한해에만 도내에서 4113개 사업장이 음식업에 뛰어들었다. 음식업은 그해 부동산임대업에 이어 2번째로 많이 창업된 업종이었다. 가파른 속도로 문을 연 음식업은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에서 퇴출되는 속도까지 빨랐다. 2016년 한해 도내에서 3133개 사업장이 문을 닫아 가장 많이 폐업한 업종에 음식업이 이름을 올렸다. 음식업으로 살아남기란 그만큼 힘들다.

부동석(53) '덤장' 본점 대표는 '험난한' 도내 음식업계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꼽힌다. '덤장'은 제주 향토음식점으로 전국에 비교적 널리 알려진 업소이다. 부 대표는 현재 6개의 제주향토 음식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 뿐만 아니라 땅 값 비싸기로 소문한 서울 강남에도 덤장 이름을 단 매장이 있다. 부 대표의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 수는 140명 정도다. 웬만한 중견기업과 맞먹는다. 처음부터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음식업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27살 때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해안도로에 있던 50평 남짓의 작은 횟집을 인수하는 것으로 음식업에 첫 발을 들였다. 인수를 결정할 당시만 해도 횟집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2년 사이 사장은 5번이나 바뀌었고 그 일대 식당이라곤 인수한 횟집을 포함해 2개 뿐이었다. 경쟁자가 적어 좋은 게 아니라 상권 자체가 형성되지 않은 불모지였다고 부 대표는 회상했다.

하지만 부 대표는 자신이 평소 갖고 있던 음식 장사 철학만 잘 지킨다면 이 곳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부 대표가 먼저 한 일은 음식을 만드는 것과 음식을 파는 일을 분리하는 것이었다. 부 대표는 "대다수 음식점이 주방장과 사장이 같은 형태인데 저는 이런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사장이 음식에 간섭하게 되면 원가를 줄일 순 있겠지만은 질은 떨어지고, 또 주방일을 하게 되면 고객 관리에도 소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주방을 분리한 구조 아래 원가가 조금 더 들더라도 제대로 된 밑반찬 가짓수를 늘리고, 당시엔 없던 '한접시 해산물' 메뉴를 선보인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부 대표는 2002년 새로운 도전을 했다. 관광객을 겨냥한 대형 향토음식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부 대표는 "도내에 향토음식점이 몇 곳 없는 데 관광객은 늘어나고 그야말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음식점의 대형화가 필요했던 시기"라며 "관광객 특성을 잘아는 여행사와 함께 시장조사를 벌여 공항 근처에 300석 규모의 향토음식점을 차렸다"고 설명했다. 성공할 수 없다며 주변에서 만류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부 대표는 "비행기 시간, 일정에 구애 받지 않고 관광객이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공항 인근이지 않느냐"는 말로 만류를 뿌리쳤다.

음식업계에서 부 대표의 이름이 알려지자 그에게 가끔식 창업 문의가 들어온다고 한다. 그 때마다 부 대표는 경영 철학을 강조한다. 덤장의 사훈은 솔직, 정직, 감동이다. 갈치 공급이 딸려 수입산을 쓰고 싶단 유혹이 들 땐 아예 갈치 음식을 팔지 않는다. 계절에 따라 고등어 맛도 다른데, 육질이 덜 올라올 때엔 매장 앞에 현수막을 걸어 "지금은 맛이 덜하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경영 철학은 세우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 부 대표는 "창업하기 가장 손 쉬운 업종이 음식업"이라며 "하지만 경영 철학 없이 덤벼들다간 100% 망한다"고 충고했다.

부 대표는 음식업을 하며 가장 힘든 시기가 지금이라고 했다. 과당 경쟁에 최저임금 상승, 근로시간 단축 등 외부 상황이 녹록지 않다. 특히 도내 음식업은 해마다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인력난에 시달린다. 관광협회 외식업분과위원장으로도 활동하는 부 대표는 틈만나면 외국인 고용허가제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지금껏 달라진 것은 없다. 그래서 요새 부 대표는 새로운 영업 전략과 위기 타개책을 찾느라 통 잠을 못잔다. 그런데 매일 같은 지점에서 맴돈다. 위기를 돌파하려 지금껏 지켜온 제주 고유의 맛과 경영 철학을 저버릴 순 없다는 것이다. 부 대표는 "일단 기본은 지켜야죠. 그 틀 안에서 고민해보겠습니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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