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 (174)제주시 이도2동 '샤오핑'

[당찬 맛집을 찾아서] (174)제주시 이도2동 '샤오핑'
특별한 날에만 맛보던 '청요리' 한그릇
  • 입력 : 2019. 06.14(금) 00:00
  •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고추기름에 돼지고기, 표고, 죽순, 새송이 등을 볶아 만든 고추잡채.

중국 현지서 주방장 스카우트
주방서 고추기름 직접 뽑아내
고추잡채·팔보채 등 대표 메뉴

어릴 적 할머니는 중국요리를 지칭할 때 '청(淸)요리'라고 불렀다. 당신이 살았던 시절에는 청나라가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바뀐 지 얼마되지 않아 '청요리'라는 말이 더 익숙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할머니는 지금과는 달리 당시 청요리는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귀한 음식'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제주시 이도2동에 위치한 '샤오핑'에서는 고추잡채와 팔보채, 칠리새우, 탕수육 등 '청요리' 다운 음식을 만나볼 수 있다. 주변에 종합병원과 대형 아파트단지, 주택가가 밀집돼 있어 손님들로 항상 북적이고 있는 곳이다.

샤오핑은 지난 2013년 5월 오픈해 이제는 나름 소문난 맛집이다. 주인장 고정자(58)씨에게 오랜 기간 가게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샤오핑 주인장 고정자(왼쪽)씨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

"중국요리는 주방장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실력있는 주방장을 섭외하기 위해 중국 곳곳을 돌아다녔고, 결국 청도(靑島)시 소재 뷔페에서 일하던 지금의 주방장을 스카우트 할 수 있었습니다. '샤오핑'은 중국의 정치가 '덩샤오핑(鄧小平)'의 이름에서 따온 건데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이름이 예뻐서요."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선보이기 위해 고정자 사장은 재료 선택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선한 채소와 해산물을 공수하기 위해 매일 시장을 돌며 직접 구입하고 있고, 많은 음식에 들어가는 '고추기름'은 주방에서 직접 뽑아내는 정성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식재료는 저장하는 것이 아닌 그때그때 구입해 사용하자는 주의에요. 고추기름은 주방장이 직접 웍(중국식 냄비)을 이용해 뽑아내는 데 항상 같은 맛이 나올 만큼 맛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낙지와 새우, 건해삼, 청경채, 은행 등이 들어간 팔보채.

칠리새우.

고정자 사장에게 '샤오핑'의 대표적인 메뉴 '고추잡채'와 '팔보채', '칠리새우'를 부탁했다. 하지만 테이블에 먼저 올려진 건 음식이 아닌 '재스민차'였다. 중국요리는 전분이 많아 따뜻한 차를 마셔줘야 소화가 잘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주문한 음식들이 예쁜 접시에 담겨 테이블에 올려졌다.

먼저 꽃빵에 둘러싸인 고추잡채를 먹기로 한다. 표고와 죽순, 돼지고기, 새송이, 피망 등을 채 썰어 고추기름으로 매콤하게 볶았는데 냄새만 맡아도 군침이 나왔다. 젓가락으로 집어 입으로 가져간다. 매운맛이 입안에 가득 퍼지더니 이내 앞서 설명한 재료들이 아삭아삭한 식감을 선사했다. 헐거운 느낌이 없어서 '빈틈이 없는 맛'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꽃빵을 함께 먹으니 든든한 한 끼가 됐다.

다음은 먹기 좋게 튀겨진 새우를 먹는다. 잡내가 전혀 없고 감칠맛 나는 칠리소스가 잘 베였으며, 부드러운 육질이 입을 즐겁게 했다. 주인장의 노력이 허풍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낙지와 새우, 건해삼, 청경채, 은행 등이 들어간 팔보채 역시 고추기름에 잘 볶아져 입맛을 돋궜다.

고정자 사장은 "식당을 찾아오는 손님에게 질 좋은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배달을 하지 않고 있다"며 "가게를 확장하는 것보다 손님들에게 '샤오핑은 중국요리를 잘하는 집'이라는 평가만 받으면 만족"이라고 말했다.

'샤오핑'은 제주시 이도2동 148-2번지에 있으며, 영업시간(첫째·둘째 화요일 휴무)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식사류는 짜장면 5000원, 짬뽕 8000원, 볶음밥 8000원, 잡채밥 9000원 등이며, 요리류는 탕수육 1만7000원, 고추잡채 2만8000원, 칠리새우 2만5000원, 팔보채 3만7000원이다. 문의 064-702-4070.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397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