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성준의 편집국 25시] 직위해제 남용과 무력화

[표성준의 편집국 25시] 직위해제 남용과 무력화
  • 입력 : 2019. 09.05(목)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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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법은 형사사건으로 기소되거나 기소를 앞둔 공무원에게 직위를 주지 않는 직위해제 제도를 두고 있다. 의무조항이 아니라 임의조항이지만 봉급을 감액하고 훗날 연금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제재 수단이자 범죄 예방책이다. 그런데 이 제도를 남용하거나 반대로 무력화시키는 경우가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성희롱 의혹이 제기된 한 초등학교장을 최근 직위해제했다. 8월 초 성고충심의위원회를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한 지 3일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기소는커녕 경찰에 입건되지도 않은 공무원을 일사천리로 직위해제했다는 점에서 남용이라 할 만하다. 이후 교육청은 중징계가 아니라 경징계 사안이라면서도 교장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직위해제가 사건을 축소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느냐는 합리적 의심이 있었다.

반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1심에서 각각 징역형을 선고받은 제주도청 공보관과 비서관이 직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은 직위해제 제도의 무력화 사례라 할 수 있다. 경찰은 공무원을 입건했을 때와 검찰에 송치했을 때 그 결과를 행정기관에 통보한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수사 단계에서부터 직위해제된 사례는 흔하지만, 지난해 입건 후 기소까지 이뤄진 이 선거공신들에 대해선 유독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심지어 지난 6월 법원은 이들에게 검찰 구형보다 높은 징역형을 선고했는데도 도정은 상식을 깨고 지금껏 이들의 직위를 보장하고 있다.

법원은 이들의 범죄를 재판하면서 "죄질이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도 커 매우 엄하게 처벌받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리더의 사고방식은 집단에게 전염된다"는 말이 있다. '죄의식의 부재'가 공무원사회에 전염될까봐 두렵다. <표성준 교육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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