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물오름 정상에 다다르면 동광마을과 산방산, 형제섬, 신화역사공원 등 주변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희만기자
원물오름 정상서 마주한 풍광산방산·형제섬 등 절경 한눈에오름 기슭에 샘 있는 정물오름제주 들꽃들의 영원한 안식처개쑥부쟁이·벌노랑이 등 가득
지난달 23일 올해의 마지막 2019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가 진행됐다. 이른 아침 집결지인 정부종합청사로 모인 탐방객들은 "겨울에도 에코투어를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에코투어의 마지막 투어를 아쉬워했다.
올해 열다섯번째 에코투어는 원물오름~목장길~당오름~목장길~정물오름~순례길~성이시돌센터~새미오름~테쉬폰으로 이어지는 코스로 진행됐다. 이날 길잡이로 나선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은 "2019년도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가 벌써 열다섯번째로 오늘 마지막 투어를 앞두고 있다"며 "그동안 아무런 안전사고 없이 열심히 따라와 준 참가자들에게 감사드리며 마지막까지 안전한 산행을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버스에서 내려 간단히 몸을 푼 탐방객들은 첫번째 코스인 원물오름에 도착했다. 원물오름의 명칭은 남쪽 기슭에 '원물'이라고 부르는 샘과 관련 있다. 옛날 이 지역에 대정에서 제주로 가는 중간에 쉬어갈 수 있는 국영여관인 '원(院)'이 있었는데, 원에서 이용하는 샘을 '원물'이라 불리게 되면서 오름도 원물오름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원물오름 탐방로를 따라 정상으로 향했다. 중간지점에 조랑말 5마리가 길을 막고 있어 조심히 돌아오는 헤프닝이 있었지만, 탐방객들은 가파르지 않은 오름 코스를 따라 별 무리 없이 정상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정상에 다다르자 동광마을과 산방산, 형제섬, 신화역사공원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경이 펼쳐졌다. 탐방객들은 시원하게 펼쳐진 전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개쑥부쟁이
찔레열매
벌노랑이
원물오름에서 내려와 목장길로 향하는 길 주변에는 도깨비가지, 가시비름 등 가시가 난 풀들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이권성 소장은 "도깨비가지와 가시비름 등은 번식력이 강하고 가시로 인해 소·말 등이 먹지도 못해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는 유해식물"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는 도깨비가지, 가시비름 등을 제주지역 생태계를 교란하는 최악의 외래 식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다음 코스인 당오름에 도착하자 곳곳에 조성된 묘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들 묘지는 소·말 등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담을 높게 쌓고 울타리 등으로 입구를 막은 독특한 형태로 조성돼 있었다.
당오름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에 뱀딸기가 발견되자 한 참가자는 "어릴 적 뱀딸기를 이마에 문지르고 먹으면 괜찮다고 해서 먹었었다"며 "뱀딸기를 이마머리탄이라고 부르곤 했었다"고 설명했다.
당오름을 거쳐 이날의 가장 험난한 코스인 정물오름에 도착했다. 이 오름은 오름 기슭에 정물 샘이 있어 정물오름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름 대부분은 초지로 이용되고 있으며 제주 고유의 들꽃들의 영원한 안식처라고 불리기도 한다.
정상까지 30분쯤 걸리는 길지 않은 코스지만 가파른 탐방로로 인해 3번 정도 쉬었다 올라가기를 반복해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잘 조성된 반대편 탐방로를 따라 정물오름 주차장이 조성된 입구로 내려왔다.
점심을 먹고 간단히 자기소개의 시간을 가졌다. 이어 순례길, 성이시돌센터, 새미오름 등 평탄한 코스가 이어지면서 걷는 여유가 생겼지만, 코스 종착점이 다가올수록 탐방객의 아쉬운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이날 에코투어에 참가한 고정은(45)씨는 "제주대학교에 겸임교수로 근무하게 돼 제주에 내려온 지 2년 반정도 됐다"며 "하루에 3~4개의 오름을 오른다는 것을 계획하기도 쉽지 않은데 이렇게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돼 너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전공이 제주 역사문화 관련이라 제주도민이 제주의 오름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이 너무 흥미롭다"며 "내년이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제주를 찾을 때마다 기회가 된다면 에코투어에 참가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