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형의 한라칼럼] ‘혼자 빨리’ 가려는 원 지사, ‘함께 멀리’가 아쉽다

[이윤형의 한라칼럼] ‘혼자 빨리’ 가려는 원 지사, ‘함께 멀리’가 아쉽다
  • 입력 : 2020. 07.28(화)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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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7기 후반기를 맞은 원희룡 도정을 바라보는 도민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다. 코로나19가 이어지는데다, 긴 장마로 농가 근심이 커지는데도 정작 도지사는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다. 리더, 리더십의 부재 상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엄중한 시국에 대선 행보에만 집착한다는 안팎의 질타에도 원 지사는 마이웨이다. 하루라도 빨리 보수 대표주자로 인정받으려는 듯 도정 보다는 중앙정치 현안이 더 관심이다. 최근 단행한 인사도 지사의 향후 정치행보를 감안한 다중 포석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측근과 선거공신에 대한 보은인사가 도를 넘었다. 민선 6기에 이어 7기까지 도정 권력을 장악하고 끼리끼리 나누는 선거카르텔과 다름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도청 경관위원회의 장이 공공기관장으로 임명되는가 하면 불과 몇 달 전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인사는 행정시장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음주운전을 해야 영전도 하고 승진도 한다는 비아냥이 들린다.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인사들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줄줄이 한 자리를 꿰찼다.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제왕적 도지사라 할 정도로 권한이 집중돼 있다. 허나 명심해야 한다. 선거로 권력을 틀어쥐었다 해도 도정은 몇몇 측근과 선거공신이 아닌 도민을 위한 지방정부이어야 함을.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 지방정부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금 도민사회는 크고 작은 행사비까지 반납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그렇지만 지사 측근이 다수 포진한데다, 졸속 출범 논란이 있는 미래전략위원회는 정작 예산이 두 배 늘었다. 비대해진 제주도 행정조직에 대한 대수술은 변죽만 울리다 흐지부지 됐다. 민간부문은 어찌됐든 공직사회는 이에 아랑곳없이 무풍지대다. 코로나19로 최악의 위기에 처했는데도 도정은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지사의 마이웨이 행보뿐이다. 지방정치는 실종되고 집행부와 도의회의 대립만 남았다.

 위기일 때 밑천을 드러낸다고 했다. 원 도정이 들어선 지난 몇 년간 제주도는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다. 자본과 사람이 밀려들면서 고도성장을 기록했다. 원 도정의 역량은 이에 가려졌다. 그렇지만 제주경제는 2018년 13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후 하향세다. 진작부터 경기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는데도 도정은 호황에 취해 변화에 대한 대비는 손을 놓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더 큰 문제는 이를 극복해가려는 의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 도정으로선 밑천이 까발려진 상태다.

 그럼에도 원 지사의 최근 행보는 오로지 직진이다. 도의회와 도민사회의 비판 여론에도 망설임이 없다. 이쯤이면 심각한 자기위주 편향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가. 모든 것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행보로 비쳐지는 것은 원 지사의 앞날을 위해서도 바람직스럽지 않다. 대선 행보도 도민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진정성 있게 다가서려는 모습이 우선이어야 한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고 했다. 원 지사는 '혼자 빨리' 갈 것인가, '함께 멀리' 갈 것인가. 스스로의 행보가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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