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지구 운명을 쥔 ‘인간의 시대’에 대한 경고

[책세상]지구 운명을 쥔 ‘인간의 시대’에 대한 경고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의 ‘인류세…’
  • 입력 : 2020. 09.11(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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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축소판 붕인섬 등 취재
멸종의 길 생물에 우리 모습

백만 년, 천만 년의 시간을 다루는 지질시대 단위인 세. 이 앞에 인류가 놓인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노벨화학상 수상자 파울 크뤼천은 2000년에 열린 한 과학회의에서 '인류세(人類世)'의 개념을 제안한다. 그는 이 용어를 통해 20만 년 전 등장한 인류가 화산 폭발, 빙하기와 맞먹을 정도로 큰 힘을 가지게 되었음을 경고하려 했다.

국내 다큐멘터리팀이 인간의 활동이 46억 년을 버텨온 지구 환경을 바꾸는 지질 시대를 일컫는 인류세의 현장을 찾아나섰다. 최평순 PD와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이 엮은 '인류세: 인간의 시대'에 그 여정이 있다.

신종 전염병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때, 장마가 끝나지 않을 때, 전에 본 적 없던 규모의 태풍이 닥칠 때 사람들은 인류세를 이야기한다. 불과 수십 년 만에 인간은 지구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존재가 됐는데 이는 곧 우리 자신의 운명까지 포함하는 말이다.

제작진은 2년에 걸쳐 말레이시아 정글, 하와이, 캘리포니아 해변, 영국 등 10개국을 누비며 인류세의 자연과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그 과정에 '지구를 일억분의 일로 축소한 미니어처'인 인도네시아 붕인섬을 취재했다. 붕인섬은 인구밀도가 높은 섬으로 9㏊ 면적에 3400여 명이 살아간다. 그곳은 파괴적인 남획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산호 훼손으로 어획량이 점점 줄고 있다. 좁은 땅에 인구가 폭증하고 마을이 무질서하게 확장되면서 재난재해에도 취약해졌다. 대책없이 쓰레기를 버리는 탓에 근해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꽉찼다.

대한민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도쿄, 런던, 뉴욕 등 21세기 현대 도시들처럼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 안에서 대량 생산된 것을 먹고 입고 쓰며 생활한다. 위험 신호는 예전부터 있었다. 생태계 교란, 오존층 파괴, 온실효과, 생물다양성 감소 등 국가 차원의 규제만이 아니라 유엔 주도로 국가 간 협력이 논의되고 진행됐다. 그럼에도 변한 것은 없고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바다거북, 개발로 변형된 정글의 생태계에서 서서히 멸종의 길을 걷고 있는 오랑우탄의 얼굴에 우리의 모습이 있는지 모른다. 결국 '인간이란 무엇일까'를 물어야 할 때다. 해나무. 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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